우리는 흔히 겨울을 상징하는 꽃으로 동백꽃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 하는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한자로는 동백(冬柏), 산다화(山茶花)라고 부릅니다. 동백 나무는 대부분의 다른 식물들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에 타는 듯한 붉은 빛의 꽃을 피우다 다른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면 꽃이 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동백나무를 이용하여 망치를 만들었는데 이 동백나무로 만든 망치는 주로 주술에 이용하거나 병마를 막는데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동백나무 망치를 마루에 걸어 놓으면 귀신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전염병이나 재난을 막기위해 동백나무로 만든 망치를 허리에 차는 풍습이 있으며, 또한 전염병을 옮기는 귀신이 동백나무 숲에 숨어있다가 꽃이 질 때 함께 떨어져 죽는 다는 미신도 전해온다고 합니다.

동백나무 꽃이 질때는 꽃봉오리채로 뚝뚝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유난히 애절한 마음을 동백꽃에 비유한 시와 노래가 많이 있습니다.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불전에 바치 거나 병문안 때는 가지고 가지 않는 꽃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춘수락(椿首落)이라하여 불길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동백나무는 수많은 열매가 열리는 이유로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기어왔고 동백나무가 여자의 임신을 돕는 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는 겨울에는 벌, 나비와 같은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는 곤충들이 날아다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백나무는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까요? 동백나무에는 꿀을 아주 좋아하는 작고 귀여운 동백새라는 새가 있습니다. 이 동백새가 바로 동백나무의 꽃가루를 옮겨주어 열매를 맺게 도움을 줍니다. 추운 겨울 적당한 먹이감이 없는 동백새에게는 동백나무가 가지고 있는 꿀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식량이기에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공생관계인 것입니다.

동백나무는 재질이 단단하여 얼레빗, 다식판, 장기쪽, 가구 등 다양한 생활용구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뿐만아니라 열매에서 짠 기름으로는 어두운 밤 등불을 밝히고 옛여인들의 머리결을 윤기나고 단정히 하는 머릿기름으로 사용되어왔습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

[성주와 두 왕자]

옛날 어느나라에 흉악한 왕이 있었는데 이 왕에겐 왕위를 물려줄 왕자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왕은 동생의 아들에게 나라를 맡겨야만 했습니다. 왕의 동생은 조그만 성의 성주로 어질고 현명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차 왕위를 계승할 그의 아들도 큰 아버지인 왕과는 달리 고결한 성품을 타고난 인재였습니다.

왕은 동생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못마땅하여 동생의 아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들의 생명에 위험을 느낀 성주는 양자를 데려다 놓고 아들을 숨겼습니다. 아들을 보고 싶으니 궁 안으로 들여 보내라는 왕의 전갈을 받은 성주는 가짜 아들을 궁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가짜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왕위 계승자를 죽였다고 생각한 왕은 그 이후로는 동생 성주에게 아무런 탈도 잡지 않았습니다. 그 덕택에 성주는 평온을 찾았고 진짜 아들은 왕이 될 재목으로 훌륭하게 성장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왕의 귀에 진짜 왕자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새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노발대발한 왕은 성주와 진짜 아들을 잡아들였습니다.
"너는 왕을 기만했다. 여기서 저 놈이 가짜 왕위 계승자라는 선언을 하여라."
왕은 억지스러운 명을 내렸고 성주는 그 이상 괴로움을 받기 싫어 진짜 아들을 가짜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가짜 왕자를 당장에 네 손으로 죽여라."
만사가 틀렸다는 생각에 성주는 눈을 감았습니다. (할 수 없지. 운명인 것을...)

성주는 칼을 들고 사랑하는 아들을 베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아들이 새로 변해 날고 날개짓 하는 소리가 우뢰로 변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궁전은 삽시간에 무너져 앉고 성주는 큰 꽃나무가 되어 뿌리를 뻗었습니다.

훗날 이 나무는 동백나무가 되고 아들이 변한 새는 동백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아보기

♤과명 : 차나뭇과의 상록 활역 교목
♤학명 : Camellia juponica
♤별명 : 산다
♤개화기 : 3~4월
♤꽃색 : 빨간색. 흰색
♤꽃말 : 겸손한 아름다움

꽃과 관련된 문학작품

'선운사'에 빨갛게 핀 동백세상 -미당 서정주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이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되어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동백꽃 지는 날-안도현

나 오래 참았다
저리 비켜라
말 시키지 마라

선운사 뒷간에 똥 떨어지는 소리

동백꽃-문충성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한 겨울 캄캄함을 밟아올 때
제주바다는 이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찬바람을 몰아다니던 낙엽 소리 돌돌 잠재우며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나의 잠 속에 묻혀가고 있다.

동백이 활짝-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 물고
땅으로 뛰어 내리기 전에

동백꽃- 이수복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 녹은 양지 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
가냘프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의 매양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동백꽃이 피면서-양영길

여름에나 찾아오던 백로가 잠시 쉬었다 떠나던 날
동박낭모생이 물가에 있는 동백꽃이 유난히도 붉게 타고 있었습니다.
물난리로 떠들썩한 뒤끝이라 그런지
아직은 노루가 뛰놀고 눈 속에서도
복수꽃을 피워 내고 한란의 향기가 배어 있는 한라산
그 젖줄기가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가

잠시 홍로 마을로 솟아 동백으로 터진 것만 같았습니다.
동백꽃이 피면서 동박새가 꿀을 빨듯
목마른 사람들의
타는 목을 추겨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동백꽃-김유정

줄거리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산으로 올라서려는데, 점순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을 다시 쪼아서 선혈이 낭자했다. 나는 작대기를 들고 헛매질을 하여 떼어 놓았다.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뒤로 와서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밀어 버렸다.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본 나는, 쌔근쌔근 하고 독이 오른 그녀가 나를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용을 쓸 때까지 기다려서 점순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그 보람으로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네 닭의 눈을 후볐다. 그러나 점순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안 나는 우리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하러 갔다. 소나무 삭정이를 따면서 나는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 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소복이 깔아 놓고 앉아서 닭싸움을 보며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다. 약이 오른 나는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탉을 때려 죽였다. 그러자 점순이가 눈을 흡뜨고 내게 달려든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느냐고 다짐하는 점순이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때 점순이는 어머니가 부르자 겁을 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가고 나는 산으로 내뺀다.


동백꽃 전설-울릉도

어느 마을에 금슬이 좋은 한쌍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볼일이 있어서 육지로 가게 되었다.
하루 이틀 지나가면서 남편이 돌아온다던 날이 다가왔다.

그러나 남편이 약속한 날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도 배는 오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상태에서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남편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아내의 간절한 기다림은 어느덧 가슴에 병이 되어 응어리져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내는 자리에 드러 눕게 되었고, 이웃 사람들의 정성어린 간병도 아랑곳 없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을 거두면서 "내가 죽거든 남편이 돌아오는 배가 보이는 곳에 묻어 주세요" 하고는 고요히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도 하도 가여워 죽은 여인의 넋이라도 위로해 주려고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장사를 치르고 돌아오니 그 집 앞뜰에 있는 후박나무에 수없이 많은 흑비둘기 떼가 날아 들어 우는데 "아이 답답 열흘만 더 기다리지. 넉넉잡아 온다. 온다. 남편이 온다. 죽은 사람 불쌍해라. 원수야. 원수야. 열흘만 더 일찍 오지 넉넉 잡아서"라고 하는 것처럼 울어대어서 마을 사람들은 기이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날 저녁에 육지에서 남편이 배를 타고 돌아왔다.
남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내의 죽음을 듣고는 무덤으로 달려가 목놓아 울었다.

"왜 죽었나. 1년도 못참더냐. 열흘만 참았으면 백년해로 하는 것을 원수로다 원수로다 저 한바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몸이야 갈지라도 몸이야 갈지라도 넋이야 두고가소. 불쌍하고 가련하지" 하고 통곡하였다.

남편은 아내 생각에 매일같이 무덤에 와서는 한번씩 슬프게 울고는 돌아가고 했는데 하루는 돌아서려니 아내 무덤 위에 전에 보지 못하던 조그마한 나무가 나 있고 그 나뭇가지에는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은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에도 얼지 않고 피어 있었다. 이 꽃이 지금 울릉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동백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