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김유신 같은 슬기로운 장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수로왕의 12대 손인 김유신은 15세 때 화랑이 되어 몸과 마음을 닦아 나갔습니다. 학문이 깊고 무예가 뛰어난 그는 신라의 오랜 꿈인 삼국 통일을 위해 의지를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김유신이 산에서 수련을 끝낸 뒤, 친구 화랑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기방에 갔습니다. 김유신은 그 곳에서 천관녀라는 아름다운 기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한번 사랑에 빠지고 나니 천관녀 생각뿐이었고, 틈만 나면 천관녀를 만났습니다. 결국 김유신이 기생과 사귄다는 소문이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마침내는 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 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듣자하니, 요즈음 네가 학문과 수련은 게을리 하면서 천관녀라는 기생을 좋아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어머니의 갑작스런 추궁에 김유신은 당황하며 말하였습니다.
  “어머니, 사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천관녀는 다른 기생들과는 다릅니다. 비록 기생이지만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규수와 다름없습니다. 예의바르고, 얌전하고…….”
  “듣기 싫다! 지금 나라의 형편이 어떤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네가 공을 세워 가문을 빛내 주기만을 밤낮으로 바라고 있었는데, 기생과 더불어 술타령이나 하고 돌아다니다니…… 네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당장 발길을 끊도록 하여라. 그리고 너는 많은 낭도들을 이끄는 화랑이 아니더냐. 네 자신이 어지러운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낭도들에게 모범을 보일 것이며, 또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 어미의 말을 알아듣겠느냐?”
만명 부인은 김유신을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김유신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어머니에게 잘못을 빌었습니다.
  “어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그 집에 드나들지 않겠습니다.”
다음날부터 김유신은 천관녀의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천관녀가 보고 싶었지만, 김유신은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며, 천관녀를 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유신은 잔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밤늦게 말을 타고 졸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명마인 김유신의 말은 주인이 취했을 때마다 늘 가던 대로 그를 기생 천관녀의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말이 천관녀의 집에 당도하자 ‘히힝’하고 울었습니다. 김유신은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주위를 둘러 본 유신은 그곳이 천관녀의 집 앞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졸고 있는 사이에 제 마음대로 이곳에 왔군, 너는 나의 결심을 흐리게 했다. 아무    리 사랑하는 말이라도 주인의 마음도 모르는 말은 필요 없어!”
화가 난 김유신은 칼을 들어 사정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말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김유신의 말은 단칼에 목이 잘려 쓰러졌습니다. 그 때 김유신이 말하였습니다.
  “아~ 미안하구나, 나의 말이여. 사실은 너를 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친 거란다.”
그리고는 김유신은 눈물을 감춘 채 천관녀를 보지 않고 집을 향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도련님, 어쩌면 그렇게 무심하고 잔인하세요. 차라리 저를 죽이시지, 왜 죄 없는 말을 죽이십니까? 흑흑흑~”
이 장면에 충격을 받은 천관녀는 슬픔에 빠졌고, 결국 중이 되어 세상을 등지고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천관녀가 죽자, 김유신은 그녀를 기리기 위해 ‘천관사’라는 절을 지었다고 합니다. 

화랑이 익혀야 하는 세속오계 중에는 ‘살생을 금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김유신은 어머니와의 약속이 있었고, 또 화랑의 세속오계 안에는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것도 들어 있어 자신의 사랑하는 백마를 죽인 것입니다. 김유신의 이와 같은 결단성은 훗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