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서남쪽으로 고개가 하나 있는데 이 고개에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상여막(시체를 묘지까지 나르는 기구를 세워 두는 곳)이 있었고  이 상여막에는 성인 남자 30여명이 족히 메어야 들 수 있는 큰 상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글씨가 보이지 않는 무문(무늬가 없음)비석이 있었는데 이 무문비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이 마을에 한 신혼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신랑은 사업을 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한 번 길을 떠난 신랑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조차 없었다. 이에 새댁은 날마다 동구(동네 어귀) 밖으로 나가 신랑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념하지 않고 기다리던 새댁은 결국엔 병이 들고 쇠약해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자 이를 가엽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장례를 치러준 뒤 새댁의 정절과 정성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우게 되었다.

이다지도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깃든 이 비석은 오랜 세월 바람과 비에 씻겨 비문조차 보이지 않게 되어 무문비석이라 불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