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해 서울에서 전국 장사모임이라는 것이 열리게 되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경상도 장사가 허겁지겁 짐을 꾸려 서울로 가던 도중 집으로 돌아가는 강원도 장사를 만나게 되었다. 강원도 장사는 경상도 장사에게 말하였다.

  "서울의 도성문(성을 출입할 수 있는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소.  여기까지 오느라 기운이 빠졌을테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러나 경상도 장사는 그 말을 듣지 않고 더욱 서둘러 길을 재촉하였다. 상봉동까지 왔을 때는 갈증이 나 더 이상 발을 옮길 수 가 없었다. 때마침 옆으로 중랑천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본 경상도 장사는 그 물을 마시기 위해 바위에 몸을 기대 업드렸다. 그런데 물은 별로 흐르지도 않거니와 짚었던 바위에 손과 무릎의 자국이 깊게 패여져 있었다.

 '강원도 장사가 조금전에 물을 마시고 갔나보군. 목을 축일 정도의 물만 마시고 일어서야 겠다.'

그런데 물을 조금 마시고 일어서던 경상도 장사 앞에 갑자기 포졸을 앞세운 마을 사람들이 와서 경상도 장사를 에워싸며 말하였다.

  "나으리, 저 사람이 냇물을 모두 마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먹을 물조차 없습니다. 저 사람은 분명 사람이 아닌 요물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요물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내가 오기 전에 강원도에서 온 장사가 거의 모든 물을 마시고 남은 물을 조금 마셨는데 그것도 죄가 됩니까?

경상도 장사가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포졸은 막무가내로 관아로 끌고 갔다. 매일 모진 고문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경상도 장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내 한이 물을 말려 사람이 살 수 없는 검은 땅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또한 중랑천은 해마다 홍수로 넘쳐흘러 농사를 망치게 될 것이다.'

그 후 해마다 중랑천은 범람(물이 차서 넘쳐흐름)하였고 엎드려 자국이 생긴 바위가 있던 마을 일대는 검은 가루(석탄)가 날리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