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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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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 날>은 1924년 <개벽>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우리 나라 단편 소설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는 고전적 작품의 하나이다.
<운수 좋은 날>의 의미는 가장 비극적인 날을 반어(反語)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것은 외면적인 행운 뒤에 비극적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反語)적인 작중 현실을 극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1920년대 전반기 서울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보여준 소설이다. 작각가 주인공 김첨지와 그의 아내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서술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
일인칭소설을 즐겨 쓴 그가, 이 작품에서 삼인칭 시점을 도입하여 작품 전후 의 명암(明暗), 행과 불행의 상황 대립을 유발시켜 소시민적 지식인으로 부터 하층민의 생활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 김첨지는 가난한 인력거꾼으로서 일제강점기의 비참한 하층민의 삶을 강렬하게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그는 근 열흘 동안 줄곧 공을 쳤다. 그런데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어느날, 병든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력거를 끌고 나간 그에게 행운이 크게 열린다. 첫마수로 앞집 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렸고,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각각 50전과 30전의 돈을 벌게 된다. 그에게는 기침으로 쿨룩거리며 누워있는 아내가 있는데 조밥도 굶기를 밥먹다시피 했다. 그녀는 설렁탕을 한 번 먹어보는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내가 원하는 그것을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그날의 행운 계속되어 동광 학교에서 남대문역까지 태워 주고 60전을 더 받았다.
그러나, 잇따른 행운에 오히려 불안해진 김첨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를 만난다. 그와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돈에 대한 억울한 복수심,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으로 인하여 한바탕 푸념을 늘어 놓는다. 취중에도 그는 아내를 생각해서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선다. 그런데, 아내의 쿨럭대는 기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이 난장맞은 년이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안해,이 오라질년이’라고 고함을 치며, 발길로 차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내의 이미 싸늘하게 식어 버렸고 젖먹이 어린애만이 빈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죽음앞에서 울부짖는다.
“썰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 소설은 김첨지의 행운과 불안을 반복교체시켜 가며 사건을 끌어가고 있는데 대체로 세 대목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대목은 ‘재수가 옴 붙어서 근 열흘동안 돈 구경도 못한 인력거꾼 김첨지에게 닥친 어느 날의 행운을 그리고 있다. 둘째 대목은 ’선술집‘ 장면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부부으로, 친구 치삼이와의 생생한 대화의 장면을 부각시켜 선술집 분위기가 살아 움직인다. 셋째 대목은 이미 예정된 대로 김첨지가 집에 돌아와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운수 좋은 날은 사실은 가장 비통한 날이었고, 통렬한 반어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하나의 초점을 향하여 완벽하게 구성된 소설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비‘는 내용과 주제를 암시하는 중요한 배경적 소재가 되고있다. ’비가온다‘는 것은 그 자체의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김첨지의 불행을 암시학 있으며, 그 때문에 사람들이 인력거를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시적이니 행운이기도 하다.
한편, 이 작품에 나타난 ‘추적추적’이란 의성 의태어의 창조적 사용, 김첨지의 독백이나 대화에 나타난 하층민의 어투나 욕설 등을 통해 단편 소설이 가져야 할 문장의 미학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와같이 김첨지가 놓은 ‘추적추적’한 환경 자체는 식민지 도시 변두리에서 볼 수 있는 하층민의 열악한 삶의 조건을 그대로 표상하는 사실주의적 성격이며 <운수 좋은 날>외에 <고향>(1926) 등이 있다.
[청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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