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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마(驛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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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는 1948년 '백민'12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토속세계에 바탕을 두고 생의 구경적 탐구에 주력하는 소설이다. 이소설의 테마는 역마살(驛馬煞)로 표상되는 당사주(唐四柱)라는 한국인의 깊은 운명관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이를테면 팔자 소관이라는 동양적 혹은 한국적 운명관을 역마살의 경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얼핏 등장인물들이 운명에 패배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인의 의식에 깊이 잠긴 어둠의 측면과 전통을 하나의 질서관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전라 경상의 경계지역으로서 온갖 장사꾼들이 다니는 화개장터를 공간배경으로 하는 ｢역마｣는 인간과 운명의 갈등관계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한 작품이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역마살(역마살이 끼면,집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 할 수 밖에 없다는 운명의 점괘)을 지닌 주인공 성기는 결혼에는 관심이 없고 어디론가 떠돌아 다니고 싶어 한다. 남편들이 역마살로 집을 떠난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성기의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성기를 쌍계사라는 절로 보내는 등 여러 방법을 쓴다. 할머니가 죽고 성기가 성인이 되었을 때, 체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려와 성기네에게 맡겨두고 간다. 성기는 집에 와 있는 계연이를 처음 본 순간 이성을 느끼게 되고, 옥화는 성기를 집에 두는 방법으로 계연이와 눈이 맞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성기와 계연은 칠불사 구경을 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더욱 꽃피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옥화는 계연의 머리를 빗겨주다가 우연히 귓바퀴위의 조그만 사마귀를 발견하고 영감이 36년전에 한번 들른적이 있다던 이야기를 상기한다.옥화는 악양의 명도에게 가서 당시의 사정을 듣고 화갯골에서 돌아온 영감을 통해 영감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계연이가 자기의 동생임을 확인 한다. 이후 옥화는 성기와 계연의 사이를 경계하고 계연을 떠나 보낸다. 성기와 계연은 헤어지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오빠 편히 사시요.’라는 거의 울음에 가까운 마지막 목소리를 남긴 채 계연은 떠난다. 성기는 계연이 떠나자 자리에 누워 앓게 되고 회춘을 단념할 정도가 되자, 보다 못한 옥화는 계연이가 자기 동생임을 밝힌다. 성기는 마음에 상처를 입지만 자신이 타고난 역마살에 따라 장돌뱅이로 집을 떠난다.엿목판을 메고 체장수와 계연이가 간 구례와 화개 쪽을 등지고서 하동쪽을 향하여 제법 콧노래까지 부르며 먼 길을 떠난다.
이 소설은 운명론을 기저로 하고 있다. 주인공 성기는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각게 되었으며, 그 역마살을 풀어 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운명은 이 작품에서 사실성보다는 우연에 의해서 일어난다. 즉 삼대에 걸친 역마살의 내력이나 옥화와 계연의만남, 계연이가 옥화의 이복 동생임을 알아차리는 계기 등이 그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우연들은 김동리 소설에서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운명의 지위로 올라간다.삶은 이미 운명으로 주어져 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고 보는 작가는 운명을 거역하기보다 거기에 슬기롭게 순응하므로써 생의 리듬을 얻는 한국적 인간상을 부각해내는 데 작품의도를 두고 있다.다시 말하면 운명에의 순응을 인간구원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화개장터’라는 공간 배경과 등장 인물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일치한 것도 흥미를 이끄는 대목이다.화개(화개=꽃이 피다)가 상징하는 의미는 여인의 성숙과 사랑이며 공간 배경으로 화개장터는 전라,경상의 경계로서 온갖 떠돌이들의 집합소가 된다.이러한 공간 배경와 함께 주인공 성기의 집안이 할머니나 옥화나 다같이 화개장터의 주막집에서 태어났다는 점은 유사한 운명을 강조한 것이다.타고난 사주 팔자를 인간의 힘으로 고쳐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결국은 운명에 패배하고 만다는 이 작품의 구조는 희랍 비극의 구조와 유사하다.
[청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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