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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마을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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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 사람들]은 1957년 1월 [현대문학] 25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일제말에서 6.25에 이르는 기간에 학마을 사람들이 겪는 수난을 통해서 우리민족의 끈기와 삶의 의지를 들어내고 있다.
이범선의 작품 세계는 주로 깨끗하고 고고하고 소극적인 인물을 그렸으나 점차 사회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회적 세태를 고발한 작품에서도 작가 이범선은 비참한 사회와 한 단면만을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양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작품 바탕에 깔려 있는 서정성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대의 모순과 보조리를 고발한 작품들의 등장 인물들이 대체로 숙명적이고 체념적인 면모를 보임으로써 저항성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는데, [학마을 사람들에 있어서도 새로운 삶에 대한 꿋꿋한 의지와 함께 운명론적 사고 방식이 짙게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 길에서도 오십 리나 더 들어간 강원도 두메 산골 마을이다. 진달래가 무더기무더기 분홍 무늬를 놓은 어느 봄날 이장 영감과 박 훈장은 손작들을 일제에 강제로 빼앗기고 돌아오는 길이다. 두 노인은 흐릿한 눈으로 마을 복판의 늙은 소나무를 내려다 보면서, 학이 마을을 떠난 지가 벌써 36년째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젊은 시절을 되돌아본다.
학마을은 아름답고 포근한 마을이었다. 옛날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한쌍의 학이 날아오고 마을 한복판의 노송에다 집을 틀고 새끼를 치곤 하였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학나무라고 불렀다. 학이 돌아온 날은 마을 전체가 기뻐하며 잔치를 벌이고, 청년들은 화톳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밤이 깊도록 즐겁게 놀았다.
이장 영감이 43살 되던 해, 기다던 학은 오지 않고 가뭄만 계속되어 농사를 망치고 말았었다. 계속되던 가뭄 속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학 대신에 일본놈들이 나라를 빼앗았다는 소문이 날아들었다. 그로부터 36년이나 학은 돌아오지 않았다.지난날을 회상하며 학에 대해서 궁금함을 이야기하던 바로 그때, 마을로 부터 비상종이 울리고 학이 돌아왔다는 함성이 들려오고, 오랫만에 즐거운 잔치가 벌어졌다. 학들은 집을 틀고 세마리씩이나 새끼를 낳자 마을 사람들은 틀림없이 대풍이 들고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느 봄에 왜놈에게 강제로 끌려갔던 이장네 손자 덕이와 훈이네 손자 바우가 해방의 소식과 함께 돌아왔다. 학마을은 한껏 즐겁고 풍성하였다.
다음해에도 학은 날아와 세 마리의 새끼를 쳤다. 풍년이었다. 그 다음해에는 두마리의 새끼를 쳤다. 평년작이었다. 그해 덕이는 봉네와 혼인식을 올렸다. 그러자 봉네를 사모하던 바우는 아무도 모르게 그 마을을 떠나버렸다. 이장영감은 바우의 마음을 알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떠난 뒤였다.
전쟁이 나던 해에도 학은 날아와 두 마리의 새끼를 쳤다. 그런데 한 마리가 바람에날려 떨어져 죽자 마을 사람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후 한 달도 채 못되어 무서운 변이 일어나고, 누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을 해방시키려 왔노라고 하였다. 바우도 이마에 흉터까지 달고, 꽤 유식해져 돌아와 인민위원회를 만들고 자신이 위원장이 되어 어른들도 무시하고 자기가 동네 어른 행세를 하는 것이다.
하루는 학나무 밑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반동은 즉결 처분해야 한다며 학을 쏘아 버린다. 한 마리가 떨어져 죽고 다른 하나는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러나 그 뒤부터 한사람도 바우의 말을 듣지 않게 되자 바우는 '반동'을 외치며 말을을 떠났고 박 훈장 은 병석에 눕고 말았다.
한 마리만 남은 학은 그런대로 한 마리의 새끼를 치고 날기를 가르치더니 가을에 떠나 버리고, 겨울이 되자 중공군이 쳐내려온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난생 처음으로 고향을 등지고 남으로남으로 피난을 떠난다.
모진 피난살이에서 돌아와 보니 학나무는 타 버렸고, 그 속에서 박 훈장의 시체가 나오자 이장 영감도 눈을 감는다.두사람을 장사 지내고 덕이와 봉네는 애송나무 하나를어린애처럼 앞에 안고 내려왔다.
이 작품에서 '학'은 학마을 사람들의 공동체적 상징이다. 6.25를 전후하여 야기된 이념적 갈등은 학나무의 소멸에 따른 불길한 예감과 운명으로 치환된다.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학나무를 대신할 '애송나무' 하나를 안고 내려오는 것으로 공동체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강렬한 의지와 새로운 희망찬 삶의 도래를 보여주고 있다.
[청도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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