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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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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다시피 마크 트웨인은 어린 시절 많이 읽었을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로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는 미국 남부 지역의 감수성으로 비판적인 시각과 냉소적인 태도, 유머에 가득찬 문체로써 미국 현대 문학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하면서 ‘문학에서의 링컨’,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등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유랑하는 재미
그는 여행을 할 것이다!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나에게 여행이라는 단어는 그 무엇보다 유혹적인 마력으로 다가왔다. 형은 머지않아 수백 마일 떨어진 대평원이나 사막, 아니면 대서부의 산 속에 있을 것이고, 들소, 인디언, 모르모트, 영양을 볼 것이고, 온갖 모험을 하다가 교수형을 당하거나 머리 가죽이 벗겨질지도 모르고, 아주 멋지게 즐기며 고향에 그 내용의 편지를 써보내 영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네바다 주의 관리로 임용되어 대륙횡단 여행을 하게 된 형을 ‘나’는 마냥 부러워한다. 너무나 기쁘게도 형의 개인 비서 자격을 얻게 되고 미주리의 변경에서 네바다 주까지 대륙횡단을 함께 하게 된다. 그저 세 달 동안의 관광 여행을 하게 된다고 마음이 부풀 뿐, 7년여의 세월이 소요될 줄은 꿈에도 모르면서.
밤새 인디언과 사막과 은덩어리를 꿈꾸던 ‘나’는 “신선함과 상쾌함, 그리고 모든 걱정이나 책임감 따위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그동안 답답하고 치열한 도시에서 애쓰며 뼈빠지게 일한 날들이 모두 헛일이었다는 생각이 들며, 이제 이 모든 것을 내동댕이쳤다고까지 느끼게 되었다.”
‘미시시피 3부작’의 원동력
이렇게 첫머리를 시작하는 ‘유랑(Roughing It)’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마크 트웨인은 어린 시절 많이 읽었을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로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는 미국 남부 지역의 감수성으로 비판적인 시각과 냉소적인 태도, 유머에 가득찬 문체로써 미국 현대 문학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하면서 ‘문학에서의 링컨’,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등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이는 앞서 말한 두 작품에 ‘미시시피 강의 추억’을 더한 ‘미시시피 3부작’이라는 최대 걸작 덕분이다.
‘유랑’은 바로 ‘미시시피 3부작’의 원동력이 된 작품으로서 마크 트웨인이라는 거대한 지도를 읽을 수 있는 문제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자전적 성격을 갖는데 1861년 6월부터 1867년 봄까지의 그의 삶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 그는 시굴자와 투기업자, 백만장자, 제재소 노동자는 물론 기자로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부 개척지의 여러 이야기들을 솜씨 좋게 펼쳐내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경험한 다채로운 방랑의 기록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좀더 여유있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마크 트웨인의 의도.
“우리는 다시 옷을 벗고는 날아가고 있는 마차의 지붕 위로 기어올라가 다리를 옆으로 늘어뜨리고 다만 미친 노새가 귀를 뒤로 누이고 좀더 빨리 달리는 것을 보기 위해 가끔 노새에게 소리쳤으며, 머리카락이 빠져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자 끈을 묶고 주변에 광활하게 펼쳐진 양탄자 너머로 새롭고 신기한 볼 것들을 찾았다. 정맥 속의 피를 춤추게 하던 그 멋진 대초원의 아침, 그 삶과 환희 그리고 야생의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 구석구석이 전율한다.”여행의 즐거움이 가득 담긴 대목을 굳이 꼽지 않아도 ‘유랑’은 읽다 보면 현대의 우리들까지도 시간을 거슬러 아메리카 대륙의 극서부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당시 마부들에 대한 묘사는 턱수염과 콧수염, 모자, 모직 셔츠, 멜빵, 조끼, 윗도리, 가죽 칼집, 연발 권총, 장화, 칼, 박차, 바지 등에 걸쳐 어찌나 섬세하게 사실적인지 마치 당장에라도 마부를 재현해 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여행의 경유지를 또렷이 확인할 수 있도록 당시의 여행 지도를 수시로 보여 주면서 낯선 곳의 풍습과 기후, 지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동성 선수의 판정 시비가 불거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의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100여년 전 미 대륙의 풍물 가득
‘유랑’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곱절의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1권에서 순진한 주인공인 ‘나’는 인디언이나 사막, 은광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서부 여행을 하면서 얻은 온갖 경험을 유머와 냉소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다. 2권에서는 기자로 변신한 마크 트웨인이 1권과는 완전히 다르게 객관적인 시각과 중립적 사고를 지닌 기자로서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만큼 이 두 부분은 단지 내용만이 아니라 시각과 기법 면에서 또렷하게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만 따져 보아도 1권에서 ‘나’는 낯선 도시에 찾아드는 주관적인 감성의 이방인이었다면, 2권에서는 지역에 정착한 채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중립적인 사고를 하는 기자인 것이다. 흥분에 들떠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성찰력을 갖게 된 셈이라고나 할까.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유랑
여기에 마크 트웨인은 요즘과는 다른 어휘와 지방색을 띤 표현, 숫자, 영어식 표현과 사투리, 은어 등 다양한 언어상의 표현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그의 작품을 한껏 매력적으로 만들어 낸다.
‘유랑’에는 마크 트웨인이라는 미국 현대 문학의 거봉이 펼쳐내는 19세기 중후반의 아메리카 대륙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그것은 현재의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 이색적인 감흥과 사색을 준다. 가령 1천800마일의 거리를 8일만에 통과해 편지를 전하는 속달 조랑말 우편배달부를 ‘사막의 빠른 도깨비’라면서 놀라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인공의 모습은 시속 1천킬로미터 속도의 여객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 지상 10킬로미터의 높이에서 물끄러미 지상을 내려다 보는 현대인으로서는 오히려 생소하고, 그래서 무척 신선하다.
모험심과 탐구심에 불타는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가 없었다면 100년도 넘는 세월 이 편에 있는 우리가 어찌 이런 시공을 초월하는 여행을 할 수가 있었으랴.
낯선 시간과 공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 책 속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혹은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하고 흥분되는 ‘유랑’은 그런 경험의 폭을 한층 더 넓혀줄 수 있으리라!
[허병두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대한항공 sk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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