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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과 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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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과 黑에 나타난 줄리앙 신드롬
동화작가 김문기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유부녀, 후리후리한 키에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함과 쾌활함을 지닌 레날 부인! 어느 날 그녀의 집에 가난한 목수의 아들 줄리앙이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우리는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1783∼1842)이 그려낸 줄리앙의 인물 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골의 가난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줄리앙은 자신의 처지를 억울하게 생각하여 보다 높은 곳으로의 도전을 서슴치 않는다. 신분 상승을 위해 주위 환경을 능란하게 활용하면서 질풍노도와 같이 달리는 젊은이를 상징한다고 할까, 그는 사회 구조를 계급적으로 바라본다. 자의식이 강하다. 어떻게든 출세를 하려는 끝없는 욕망의 화살이다. 더욱이 <赤과 黑>의 주인공 줄리앙은 천부적인 상냥함과 총명함을 지녔고 외모가 핸섬하다. 또한 그에 덧붙여 교활스런 발톱을 감추고 있는 젊은이다.
줄리앙은 결국 출세의 길로 나아가는 그 첫 단계로 레날 시장의 부인을 선택한 것이다. 라틴어 실력의 탁월함으로 인해 가정 교사로 취직이 된 줄리앙은 레날 시장에겐 철저한 위장술과, 아이들에겐 헌신적인 봉사로써 신뢰를 갖게 하면서, 레날 부인에겐 고매한 인품과 청순한 젊음을 내비쳐 스스로 연정을 품게 만든다.
그리하여 레날 부인은 깊은 신앙과 귀족적 체면을 걷어찬 채 줄리앙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줄리앙의 목표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들과 애정 행각은 곧 들통이 나고 줄리앙은 레날 부인의 협조에 힘입어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일단의 사태를 해결한다.
그 당시는 교권이 강대했고 그만큼 타락된 시대라서 성직자가 줄만 잘 타면 부와 명예, 권력까지도 손아귀에 쥘 수 있었다. 그래서 줄리앙은 언젠가 영화를 누리겠다는 일념으로 신학 공부를 한다. 하지만 곧 그것을 팽개치고 교장의 추천에 의해 세력가 후작의 집에 비서로 천거되는 것으로 졸지에 변신을 한다.
이러기까지 레날 부인과의 애정 관계, 영혼의 교감은 계속되는데 이는 줄리앙의 능란한 사교술 때문이다. 그래서 순진한 레날 부인은 양심과 관능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줄리앙은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장이나 계략도 서슴치 않는 인간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의식이 강해서 굴종이나 모멸을 당하고는 참지 못한다. 힘찬 기상을 지닌 청년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향에서 유부녀 레날을 농락한 바 있는 줄리앙은 나름대로 재능과 예의 범절을 발휘하고 핸섬한 외모를 더하여 결국 세력가 후작의 맏딸인 마틸드를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미색을 갖춘 데다 오만하기까지 한 후작의 맏딸을 자기 여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줄리앙은 온갖 제스추어를 총동원하는데, 가히 연애 심리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임신한 마틸드가 격노한 아버지를 설득하여 결혼을 승낙 받음으로써 줄리앙의 야망이 일단은 성취된다. 후작으로 인해 기병 중위로 임관되고 영지를 하나 물려받은 것이다. 그런데 후작이 레날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줄리앙의 행실을 조회한 결과 중상하는 회답이 옴으로써 줄리앙의 행운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에 격분한 줄리앙은 레날 부인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고향으로 찾아가 마침 미사에 참석 중인 옛 연인 레날 부인을 저격한다. 그녀의 상처는 대단치 않아 곧 회복되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줄리앙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
마틸드는 신분의 탄로를 무릅쓰고 백방으로 줄리앙 구명 운동을 벌였으나 허사가 되고, 오히려 줄리앙은 감옥에서 레날 부인의 진심을 깨닳고 사랑의 환희를 얻게 된다. 마틸드의 헌신적인 애정을 외면하고 레날 부인의 사랑에서 위안과 구원을 찾는 것이다.달콤한 연애 심리와 함께 출세 가도를 달리는 젊은이에겐 사랑은 그저 잠시 활용하는 것으로 간주되겠지만, 이처럼 온갖 드라마틱한 인생 유전을 거쳐 결국에 드러난 줄리앙과 레날 부인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순수한 사랑 속에서 위안과 구원을 찾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주인공 줄리앙이 추구했던 가치가 얼마나 무위로운가 하는 깨닳음을 전제로 한다.남녀간의 감미로운 정서의 교류가 주류를 이루면서 애정 행각의 발각과 탈출, 보복의 총성과 단두대의 처형 등 극한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赤과 黑>이다. 이 책에는 흥미 진지함과 아울러 많은 불륜과 부도덕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줄리앙의 내적인 갈등과 훼손될 수 없는 품성으로 인해 말끔히 해소되고 있다. 더욱이 순수한 사랑을 찾고 거기에 만족하면서 죽어 가는 순애보는 어떤 도덕 군자의 비난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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