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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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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어떠한 소설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세기말 문학의 특징인 예술지상주의를 소설화하고 있다. 그의 분신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헨리 워튼 경은 소위 신향락주의를 제창한다. 그리고 워튼 경이 주장하는 신향락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절세의 미모를 갖춘 도리언 그레이이다. 이 소설에 붙은 서문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와일드는 예술의 비도덕성을, 무익성을, 다시 말하면 예술지상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사회의 격렬한 비난이 일어났다. 공리주의자는 이 소설의 퇴폐적 관능생활을, 청교도는 이 소설의 비도덕적 생활을 맹렬히 공격했다. 점잖은 독자들은 도리언 그레이와 그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와의 사이의 동성애적인 관계와, 헨리 워튼 경의 소위 유미주의적 경구와 역설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 소설 속에 관능적이고 배덕적이고 퇴폐적인 생활의 묘사가 현란하게 전개되었다 하더라도 이 소설 자체가 완벽한 예술작품일 때는 이 소설의 존재 이유가 선다는 것이 물론 와일드의 자부이며 주장인 것이다.
와일드는 그의 세계관·예술론·생활관을 이 소설 속에 투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존재가 세기말 문학과의 상징적 관계에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프랑스의 <데카당>과 서로 통하고 있었다. 도리언 그레이는 헨리 워튼 경이 권한 프랑스 소설에 매혹되고 있는데, 이 소설은 실제로 프랑스의 작가 위이스망의 《거꾸로》(1884년)의 영국판이라 할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데제셍뜨는 도리언 그레이의 선배 관계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카당>의 바이블과 같은 위이스망의 《거꾸로》가 와일드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작은 문제다. 요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유미주의의 총결산서로서 독자적인 소설인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와일드는 앨프리드 더글리스 경을 만나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이나 그와 저주스러운 관계를 맺게 된다. 옥중 편지에서 그는 더글러스가 자기를 파괴했다고 표명하고 있듯이, 더글러스는 마치 유미주의자인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이 지상에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는 퀸즈베리 후작의 아들이요, <옥스퍼드> 출신으로 미모의 청년 시인이었다. 더글러스를 소개받았을 때의 와일드의 기분은 도리언을 소개받았을 때의 헨리 워튼 경의 기분과 같았을 것이다. 더글러스는 와일드와 동성연애 관계를 맺는다. 그리하여 그는 와일드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그들은 고급 호텔을 정문으로 드나들곤 한다. 더글러스가 와일드에게 저지른 죄악 중에서 가장 중한 것은 와일드에게 돈을 물쓰듯하게 한 것보다는 와일드의 시간을 빼앗은 점이라고 한다.
어떻든 와일드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그는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희곡을 써야 했다. 그의 척 극작 《윈더미어 경 부인의 부채》는 대성공이었다. 영국의 사교계를 그린 이 <멜로드라마>적인 풍속 희극은 위트와 유우머롤 가득 찬 작품이다. 《윈더미어 경 부인의 부채》로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친 그는 단막 비극 《살로메(Salome)》를 불어로 쓰기 시작했다. 이 각본은 와일드와 친교를 맺은 프랑스의 세기말 문학자들에 의해서 불문의 첨삭을 받았다고 한다. 이 비극이 삐에르 루이스에게 바쳐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러한 점이 충분히 짐작된다.
당시의 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이 비극에 흥미를 느껴, 런던에서 공연할 목적으로 92년 6월에 무대 연습에 착수했으나, 7월에 가서는 상연 금지를 당했다. 이유는 《성경》에서 취재했기 때문에 그 허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살로메》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것은 와일드가 레딩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였으며, 그에게 큰 기쁜이 된 것은 물론이다.
와일드가 다룬 살로메는 관능의 야차와 같은 여성이다. 처녀인 살로메가 목이 잘린 요카나앙ㅇ의 입술에 키스할 때 악마적 유미주의는 그 정점에 이르는 것 같다. 관능의 극치는 죽음 이외의 것이 될 수 없으니까. 도리언 그레이나 살로메의 비극적 운명은 관능주의자인 와일드의 말로를 암시하고 있다.
이어서 와일드는 93년에 《하찮은 여자》, 95년에는 《이상적 남편》과 《착실함이 중요》를 발표한다. 《착실함이 중요》는 희극이라기보다는 소극인데, 그의 희극 네 편 중에서도 이 작품에 와일드의 희극 작가로서의 본령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 희극에서 우리는 천의무봉이랄까 또는 기상천외랄까, 작가의 위트와 유머의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와일드는 리처드 B. 셰리든 이후로 침체했던 영국의 극계에 신풍을 일으켰던 것이다. 와일드의 유미주의 작품을 보고서 이마를 찌푸렸던 대중들은 와일드의 희극을 보고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야흐로 와일드는 그의 명성의 절정에 돌입했던 것이다.
연극에서 돈을 벌어들인 와일드는 물쓰듯 써야 했다. 그는 더들러스와 더불어 93년에는 이집트, 95년엔 알제리를 여행한다. 이때 앙드레 지드는 와일드를 만났다. 지드의 《배덕자》에 나오는 메날스라는 인물은 와일드가 모델이다. 지드의 《오스카 와일드의 회상》이라는 글에서는 와일드와 더글러스와의 동성연애적 관계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때쯤 와일드와 더글러스와의 관계는 세인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
95년 2월 18일 더글러스의 부친 퀸즈베리 후작은 와일드에게 <남색한을 자처하는 오스카 와일드에게>라는 쪽지를 보낸다. 이 쪽지를 보고 격노한 와일드는 퀸즈베리 후작을 고발한다. 그러나 그의 고발은 패소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는 체포되어 제1회 재판에서는 보석이었으나, 제2회 재판에서는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 2년의 선고를 받는다. 그는 파산 선고를 받음과 동시에 처자까지 잃게 된다.
자식들은 <와일드> 성을 버리고 <홀랜드>라는 성을 따라야 했다. 와일드의 가장 큰 슬픔은 자식을 빼앗긴 것이라고 그 자신도 말하고 있다. 모친은 자랑스러웠던 아들의 불행에 충격을 받고 가난과 절망 속에서 빨리 죽었다. 이 모친의 죽음의 소식을 옥중에 전달한 것은 누구보다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아내 콘스탄스였다.
11월 15일 와일드는 레딩 감옥으로 옮겨진다. 98년 3월경에 와일드는 더글러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옥중기》(1905)를 쓰기 시작한다. 이 옥중기는 친구 로버트 로스가 편집하여 《데 프로훈디스》(심연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현재까지 일반에게 널리 유포되어 왔다.
97년 5월 17일 밤, 와일드는 레딩 감옥을 나와 애초의 왠즈워즈 감옥으로 간다. 영국법에 의하면 여기서 석방되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나온 와일드는 수도원에 들어가기를 원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프랑스로 떠난다. 디엡에서 열흘 묵은 뒤에 베르느 발르쉬르메르로 옮긴다. 그는 여기서 《레딩 감옥의 노래》를 쓰기 시작한다. 9월 5일 와일드는 르왕에서 더글러스와 만나 나폴리에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제는 와일드에게 돈도 없고 명성도 없었다. 와일드는 더글러스와 헤어진다.
98년에 와일드는 《레딩 감옥의 노래》를 그의 죄수 번호명으로 출판한다. 이 시에서 와일드는 비애와 연민의 세계, 눈물과 고뇌와 죽음의 세계를 간소한 시형으로 노래하고 있다. 파리로 돌아가서 오델달사스에 하숙한다.
99년, 그는 전 해에 제노아에서 죽어서 그곳에 묻힌 아내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는 1898년의 1월부터 1900년의 2월까지 약 3년 동안 더글러스, 로스, 해리스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파리의 하숙에서 연명했다. 그러나 1900년 11월 30일 19세기가 끝나기 한달 전에 세기말의 불행한 천재의 고단한 일생은 막을 내린다. 사망진단서는 뇌막염으로 되어 있다. 그의 임종을 지킨 사람은 신부와, 치구 로스와 하숙 주인 뒤볼리에였다. 12월 3일 장례식이 끝나고 바로 묘지에 묻혔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세계]
유미주의, 예술을 위한 예술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1854년 10월 16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윌리엄 와일드와 제인 프란체스카 엘지이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 와일드 박사는 더블린 외과대학의 교수를 지낸 이비인후과의 유명한 전문의사였으며, 나중에 <서호>의 칭호까지 받게 된다. 모친은 <스페란자>라는 필명으로 시도 쓰고 본명으로 정치논문도 쓰는 여류명사였다.
와일드는 1864년에 에니스킬렌의 <포오토라 로열 스쿨>에 입학하였고, 71년에는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는 장학금은 물론 그리스어의 우등상을 탔다. 1874년 10월 와일드는 옥스퍼드의 <모들린 칼리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여기서 보낸 4년간의 생활이 그의 운명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75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했고, 76년에는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77년에는 다시 이탈리아를, 그리고 그리이스를 여행했다. 78년에는 시편 《라벤나(Ravenna)》로 옥스퍼드의 <뉴디케이트상>을 받았다. 인문학의 학위 취득 시험에 1위를 차지했다.(76년에는 고전의 1차 시험에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학업성적이 우수했을 뿐만 아니라 고도의 교양을 쌓았다. 그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과 친숙했을 뿐만 아니라 스피노자, 괴테, 헤겔, 르낭, 매슈 이아놀드, 보들레르의 저작에도 통달하였다고 한다.
당시의 옥스퍼드에서는 소의 유미주의 운동이 싹트고 있었다. 유미사상을 고취한 옥스퍼드 교수로서는 존 러스킨과 윌터 페이터 등이었고 시인으로서는 앨져논 스윈버언이 있었고, 미술가로서는 휘슬리가 있었다. 와일드는 유미주의 운동의 실천자로 자처하였고, 79년에 옥스퍼드를 졸업하기 전부터 그는 소무난 유미주의자였다. 유미주의 사사의 심볼은 공작깃털, 해바라기, 청자기, 장발, 빌로드 바지 등이었다.
와일드는 그의 소의 유미주의 복장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었으며, 사교계의 인사들을 소위 재치 있는 좌담으로 매혹시켰다. 그는 소문난 사나이가 되어 버렸는데, 유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를 조롱하는 희극 《페이션스(Patience)》(81년 상연)가 미국에까지 유명하게 되어, 미국에서도 와일드를 초대하게 되었다.
그는 큐나아드 회사의 정기선 <엘리조나>호로 떠나 1882년 1월 2일 뉴욕에 도착했다. 세관에서 그의 소지품 조사를 했을 때, 그는 '내게는 천재 이외는 아무것도 없소'라고 신고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와일드는 12월 27일 미국을 떠날 때까지 거의 만 1년 동안 유미주의 강연을 하고 다닌 셈이다. 《페이션스》를 관람한 미국의 관객들은 희극적 인물을 만나서 웃어주려고 했는데, 막상 와일드의 비상한 재주와 교양에 접하게 되자 도리어 와일드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 돌아온 후 그는 파리를 방문하여 프랑스의 문인들과도 접촉을 갖게 된다. 그는 다시 뉴욕에 간다. 그가 80년에 쓴 처녀 희곡 《비어러》의 샹연 때문이었다. 극은 8월에 상연된다.
84년 5월 29일에 와일드는 부유한 더블린의 왕실 변호사의 딸 콘스탄스 로이드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차 파리를 다녀온 후 첼시에 살림을 차린다. 85년에는 장남 시릴, 86년에는 차남 비비안을 낳았다. 그러나 와일드 일가는 10년 후 일가 이산의 비운이 닥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와일드는 86년부터 2년간 <여성세계>지의 편집장을 지내면서 대표적 단편 《아아더 새빌 경의 범죄》와 《캔터베리관의 유령》을 썼다. 88년에는 동화집 《행복한 왕자》, 89년에는 논문 《허언의 쇠퇴》와 《W.H씨의 초상》을 썼다. 이 시기는 오스카 와일드가 처자를 거느린 가장으로서 직장을 지키고 창작에 열중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니었던가 한다. 1890년에는 장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이 <리핀코트 매거진>에, 논문 《예술가로서의 비평가》가 <19세기>지에 발표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를 볼 때 문학자로서의 그의 전성기를 어느 한 해에 고정한다면 그것은 1891년일 것이다. 이 해의 4월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단행본으로 여섯 페이지의 서문이 첨가되어 출간되었다. 5월에는 그의 논문을 모은 논문집 《의도》, 7월에는 단편집 《아아더 새빌경의 범죄》, 11월에는 제2동화집 《석류의 집》이 출간되었다. 그의 문학적 이력의 전성기에 벌써 그의 전락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와일드의 얄궂은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으나, 이 해에 만약 그의 전락의 씨앗이 된 앨프리드 더글러스 경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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