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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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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인 천재성이 창조한 주옥들
포우(Edgar Allan Poe)는 미국 문학만이 아니고 세계 문학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귀재였다. 1809년 1월, 보스턴의 가난한 순회극단 배우였던 양친 사이에서 태어난 포우는 1811년, 두 살 때에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안 가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버림으로써 불우한 고아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포우는 리치먼드의 담배 수출상의 양자가 되었으며, 양부 밑에서 여섯 살 때에 학교에 들어갔으나, 1815년에는 양부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었다. 그는 런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후 열일곱 살 때에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도박에 손을 대어 빚을 지는 등 무절제한 생활로 말미암아 양부와의 사이가 원활하지 못해지자 집을 뛰쳐나왔다. 그는 변성명으로 육군에 입대하여 특무상사까지 진급했고 제대한 다음 1830년에는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교하기도 했으나 그의 성격을 조화시키지 못하여 퇴교하고 말았다.
양모인 앨런 부인은 포우를 친자식 못지않게 위해 주었으나, 양모는 그가 스무 살 나던 1829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재혼한 양부에게서 재산 상속의 희망이 없어지자 , 포우는 양부와의 인연을 끊어버린 채 문필생활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후 포우는 숙모 마라이아 클렘 부인을 의지하게 되었다. 보올타모어에 살고 있던 클렘부인은 과부로서 슬하에 딸 버지니아 클렘을 두고 있었는데, 포우는 이 숙모집에 살면서 버지니아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까지 하였다. 그때 포우는 스물 일곱 살이었고 버지니아는 열 네 살이었다. 포우와 숙모 일가는 가난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는데, 그나마 불우했던 포우의 온 생애를 통해 보면 이 숙모 알가가 포우에게는 더없이 아늑한 안식처 구실을 했다.
문인으로서의 포우는 시·단편소설·서평·수필 등을 쓰는 한편 잡지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만년에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도 했으나. 숙명적인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1849년 10월 3일, 보올티모어의 의사 스노드그라스에게 급한 전갈이 날아들었다. 그 의사를 잘 알고 있다는 에드거 앨런 포우라는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져 술집에 쓰러져 있다는 것이다. 급히 달려간 의사 스노드그라스는 그날 오후 다섯 시 의식불명이 된 포우를 자기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포우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10월 7일 오전 다섯 시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불행과 비참으로 점철된 포우의 비극적인 생애는, 최후 또한 비극적인 죽음으로써 그 막을 내린 것이었다.
포우의 건강을 해치고 처세에 결정적인 저해를 가져온 것은 그의 음주벽이었다. 평소에는 어느 귀족 못지않게 점잖은 포우가, 술만 한잔 들어가고 나면 술주정이 심한 데다가 아무나 잡고 시비를 걸기가 일쑤였다. 그는 몇번이고 장모며 아내에게 술을 끊겠다고 맹세를 하기도 했으나, 끝내 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1848년 1월, 그의 걸작 시 《까마귀(The Raven)》가 뉴욕의 잡지에 발표되자 그는 하루아침에 시단에 군림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서평가로서 편집인으로서 그가 편집한 잡지가 다달이 발행 부수를 늘려갈 정도였지만 그가 바라던 것은 손수 잡지사를 경영하며 발행을 주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꿈은 경제적인 여건으로 하여 실현되지 않았다.
음주벽과 더불어 그의 생애를 비극으로 이끈 것은 아마도 가난이었을 것이다. 아니 이 가난이 주는 고통에서 도피하는 방법으로 음주벽이 상승작용을 했는지도 모른다. 만년에 시인으로서 성공은 하였지만 끝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1846년에 그는 뉴욕 교외에 있는 오막살이로 이사를 했는데, 어느 친지가 그의 집을 방문해 보니까, 오랜 폐병을 앓고 있는 포우의 아내는 포우의 외투를 입고 짚으로 된 요를 깔고서 가슴 위에 고양이를 얹어 놓고 누워 있었다고 한다. 외투와 고양이가 보온의 구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우의 가난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작자의 저작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문학은 으레 영국에 의존하던 시대였다. 영국뿐만 아니라 온 유럽의 작품을 인세 없이 출판하던 시대였으므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인세를 물어가며 출판할 업자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단행본의 고료도 신통치 않았고 편집자의 월급도 형편없는 것이었다. 또한 동시대의 작가 호돈의 경우처럼 유력한 지원자도 그에게는 없었다.
포우는 18세 때인 1827년에 처너 시집 《태멀레인 그리고 그밖의 시(Tamerlane and Other Poems》를 발표했고 1831년까지 모두 3권의 시집을 발표했으나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으므로, 생활비 마련을 위하여 소설로 방향을 돌렸다.
포우의 작품 세게
포우가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은 것은 1845년 초의 《까마귀》였는데, 그는 시집 《까마귀 그리고 그밖의 시》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중첩되어서, 나에게 여건만 주어진다면 당연히 내가 즐겨 택해야 할 분야(시작 생활)에 온갖 정력을 쏟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시는 목적이 아니고 불타는 정열이다.……"
포우는 또 그의 단편소설에 대하여 《괴기소설집》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두 사람의 평론가는 내 착실한 단편 소설을 두고 너무 아라베스크하기 때문에 독일적이라고 평하고 있으나, 그러한 비난이야말로 악취미인 동시에 근거가 없는 말이다.…… 만일 내 작품의 경우에, 공포가 그 주제라고 한다면 그 공포는 독일적인 것이 아니고 심리적인 겻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합리적인 원인에서 공포를 이끌어내며 합리적인 결과로 이끌어 나갔다."
현실이 현실적이고 사물이 모두 고유의 독자성을 띠어 각각 존재할 곳을 찾아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 시대에는 알레고리가 번성했다. 현실이 현실적이 되지 못하고 사물이 고유의 독자성을 잃어가서 가치의 질서가 흔들리게 되는 시대가 있었는데, 그 시대에는 심벌리즘이 번성했다. 전자를 중세 유럽에 대한 것, 후자를 근세 이후에 대한 기술이라고 한다면, 미국 문학은 근세에 시작되는 것으로서, 포우까지를 포함한 미국 문학의 특질은 심벌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ㅣ
차알스 파일드슨의 《심벌리즘과 미국문학》이라는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집필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심벌리즘이란 관념과 물체, 주체와 객체, 개념과 사실 등 기성의 이원적 사고에 항의하고, 양자의 관계를 재검토하여, 양자를 일원적으로 다시 포착하려는 정신의 고양이라는 것이다. 포우가 산문시 《유리카(Eureka)》를 써서 우주를 <단일의 원리>로 재구상하려고 한 것 등은 과연 그러한 정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알레고리에 대하여 파일드슨은 말하고 있다. "……알레고리스트는 <관념>과 <사물>의 기성의 관계를 이용하고, <관념>고 <사물>도 다같이 기지(旣知)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알레고리스트는 어떤 영역이든, 그것이 실재인가 아닌가, 현실은 결국 양자의 조응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에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파일드슨에 에 의하면 요컨대 알레고리스트는 기존의 질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며, 심벌리스트는 그러한 질서의 이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의 최대의 약점은 어떠한 심벌리스트도 언어를 사용하는 한 기존의 질서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으며, 또 어떠한 알레고리스트라 하더라도 기존의 질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독창적일 수는 없다는 어려움이다. 결국, 이용을 하건 거부를 하건, 결과적으로는 이용하는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카테고리의 차이가 아니다. 따라서 갑이 심벌리즘이라고 인정한 것을 을이 알레고리라고 인정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파일드슨의 목적은 청교도 이래의 <미국의 전통>을 심벌리즘이라는 대전제로 일관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로서는 당연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우의 작품은 산문작품을 가지고 보더라도, 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만을 가지고 보더라도, 그 주제·기법·문체 등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성을 통일하는 원리나 공통의 요소를 추출해 볼 것 같으면, 알레고리와 심벌리즘이라는 실용개념은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학문적인 인간정신의 성향에 관한 심벌리즘 개념에, 상식적인 알레고리인 문학양식에 관한 개념을 짜넣은 불순한 합성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토록 엄밀한 의미에서의 구분을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문학용어사전》에서 <알레고리>를 한번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표면상의 줄거리와는 다른 뜻을 엮어나가는 이야기를 말하는데, 보통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개인적인 의지나 심리를 지니지 않는 추상관념의 화신으로서, 대개가 <레러리(Lechery:호색)라든가 <프라이드(Pride:오만)> 또는 <채스티티(chastity:정숙)라든가 하는 이름을 가진다.
그렇다면, 포우의 모든 이약기에 대하여, 이 규정의 일부(표면상의 줄거리와는 다른 뜻을 엮어나가는 이야기)를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에 공통되는 특질의 하나는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포우의 이야기는 어느 것을 선택해 보더라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 있을 법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 된다. <현실>을 사실대로 묘사하는 것이 <소설>이라면, 포우의 작품은 모두 <소설>이 아닌 것으로 된다. 포우의 작품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독자에게 착각을 일으키도록 하는 이야기이며, 이런 의미로는 순수한 알레고리도 아니다. 예를 들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그 집 주인이 죽으니까 그 집 또한 무너져 검은 못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는 《어셔가의 붕괴》와 같은 이야기를 우리는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것을 읽고 있는 동안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표면상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별개의 의미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리가이아(Ligeia)》만 하더라도, 그와 같은 미녀가 있다든가, 그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거기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D.H.로렌스는 그의 《고전 미국문학의 연구》의 포우의 장에서 《리가이아》《모렐라(Morella)》《베레니스(Berenice)》등의 이야기를 소재로 육체를 무시한 정신적 사랑의 악귀성, 불모성을 통렬하게 비난하고 있는데, 로렌스가 그러한 이야기에서 그러한 의미나 교훈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포우의 창작력은 일종의 강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소용돌이 속에서》와 같은 자연현상도 갑자기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세계의 악의·부조리·우연성과 싸우는 인간정신의 이야기로서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포우의 순수한 상상력의 모험, 상징적인 여행으로서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요법》도 마찬가지인데, 포우의 작품 하나하나에 대하여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포우의 이야기가 <현실>을 사실대로 묘사할 것을 목표로 하는 <소설>이 아닌 것은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요한 이야기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우의 이야기가 <현실>을 묘사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기야 포우의 이야기는 <현실>을 현실적으로, <자연>을 자연스럽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고, 식사를 하고, 배설을 하고, 육욕에 탐닉하는 것 같은, 생생한 인간을 느끼게 하는 인물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미녀 리가이아가 감기에 걸려서 얼굴을 엉망으로 하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리가이아에 한하지 않는다. 포우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하나같이 로오스트 치킨을 먹어댄다든가, 마음 속에 에로스의 불을 피우거나, 다달이 그 몸속에서 경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포우가 창조한 인물 가운데에서 성격다운 것을 갖춘 오직 하나의 예외인 뒤팡 씨만 하더라도, 그의 명상 속에 여성이 얽히는 망상이 침입하거나 영리한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그가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오직 생각하기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로데릭 어셔는 오로지 느끼기만 한다. 사람의 혼잡을 찾아서 밤새도록 거리를 헤매는 《군중 인간》의 노인 따위는, 앞서의 《문학용어사전》알레고리 항의 <개인적인 의지나 심리를 가지지 않는 추상관념의 화신>으로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알레고리적이다. 그러나 이 노인이 인간인 것을 그만두고 자동인형이 되어 있는 부분만큼, 무엇인가가 명백하게 되어 있지 않다면 실로 하잘 것 없는 이야기이며,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살아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이 명백히 해준 것은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근대 또는 현대 사회의 도식이며, 이 작품이 묘사한 것은 그러한 근대·현대 사회의 맨손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불길한 현실인 것이다. 거기에 이 작품의 현대적인 의의, 문학상의 미질이 있으며, 포우의 작품의 태반의 의의와 미질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우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군중 인간》의 이름없는 노인을 하나의 전형으로 하여 각자가 알레고리에 속하는 것이며, 그 알레고리의 성공 여부와 질에 따라서 그의 작품의 <현실> 묘사의 성공이 좌우되고 작품의 질의 차이가 생겨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포우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의 다과는 그러한 알레고리컬한 이야기에서 어떠한 심벌리컬한 의미를 파악해 내는가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인간 조형의 재능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는 말은, 포우와 같은 작가에 대해서는, 사실의 지적이라면 몰라도 비난할 구실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삼성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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