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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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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남북간의 대립이 남군의 섬터 요새에 대한 공격과 점령으로 위기일발인 1861년 4월에서 붓을 일으켜 동족이 혈투를 벌인 전쟁을 중심으로 그 전쟁이 1865년에 끝나고 북군의 점령정책에 의한 이른바 재건기간까지의 조지아 주를 중심으로 한 전쟁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녀가 남부적 전통을 옹호하는 자랑스러운 태도나 흑인노예제도에 대한 편견, 남북전쟁을 해석하는 관점, 작중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북부적 전통에 대한 강렬한 반발 등으로 미루어 이것이 남부 작가로서 남부의 중산계급의 입장에서 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전쟁이었던 것처럼 미화되어 있지만 사실은 공업중심적인 북부와 농업중심적인 남부의 이해가 충돌해서 빚은 전쟁이고 근대전쟁의 기본원칙상 전쟁은 공업국가 쪽의 승리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던 것이다.
남부 제주는 농업에 의존했고 특히 면화생산이 중심이었는데 대농장 경영에 의한 대량생산과 염가의 노동력에 의한 생산가 절하가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노예제도가 가장 편리하다. 남부는 영국에서 온 귀족 후계가 많았고 그들과 노예제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생산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면에서 필수적인 부속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프리카로부터 무제한 흑인을 데려왔고 미개지 개척이 진전됨에 따라 이들의 수도 급속하게 늘어서 1790년에는 70만 명이었던 것이 남북전쟁의 승리로 노예해방령을 발포한 1865년에는 4백 50만 명이어서 남부 제주 인구의 2분의 1을 점하고 있었다.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했으며, 노동력의 착취는 물론 인격적으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는가는 같은 여성작가이면서 미첼 여사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흑인문제를 다룬 스토우(Stowe) 여사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Uncle Tom’s Cabin)》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 중에는 흑인노예가 인도주의적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여러번 암시되고, 흑인해방이 오히려 그들의 생활 기반을 뺏은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이것은 너무나 자기중심적 강변에 지나지 않고 더구나 그들이 해방 후에도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주인 집을 떠났던 흑인도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그려놓은 것은 인정가화는 될지 몰라도 그야말로 노예근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헌법은 노예제도를 금지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가로서의 링컨 대통령이 남부와 전쟁을 해서까지 흑인노예를 반드시 해방시켜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을 전후해서 버지니아, 조지아, 테네시, 텍사스, 플로리다, 남북 캐롤라이나 같은 주요 남부 제주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하고 나섰고 이들 11주가 남부연방을 조직하고 제퍼슨 데이비스를 대통령으로 뽑아서 실질적인 독립정부 행세를 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링컨 대통령은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일된 북미 합중국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과된 임무라는 명분이 있을 뿐 아니라 북부의 공산품이 방대한 국내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공업 과정의 위기였던 것이다. 일전을 각오한 북부가 의용병 모집을 시작했고 그 정보가 남부에게 얼마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가는 이 작품의 초두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다. 전쟁은 예상했던 것처럼 처음에는 남군이 유리했다. 전략과 사기와 지휘력이 월등했던 것이다. 그러나 원유회에서의 레트 버틀러의 연설처럼 무기와 전쟁물자를 생산할 공장이 없어서 곧 장비가 열등해졌고 함정이 없는 남부가 해안선을 완전히 봉쇄당하자 생활필수품의 수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면화를 수출할 길이 막혀서 전비를 충당할 수 없고 이런 물질적인 결핍은 병사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쳐 탈주병이 속출했으며 게티즈버그 전투를 고비로 해서 남군은 패퇴하기 시작했다.
그후로 후퇴와 저항을 되풀이했으나 마침내 1865년 4월 남부정부의 수도 리치먼드는 점령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부인들의 수난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관대한 전후정책을 주장하던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후 남부의 소위 재건정책은 가혹성을 띠었고 레트의 말처럼‘가진 것은 면화와 노예와 교만뿐인 남부인’들이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 잃고 낭패하는 상황은 모든 패전 국민의 운명이기는 하지만 실감이 나는 것을 느낀다. 먼저도 말한 것처럼 남북전쟁을 다룬 소설은 이 작품뿐이 아니지만 철두철미 남부의 입장에서 이 전쟁을 통한 남부인의 자랑과 미움과 슬픔을 이렇게 절실하게 표현한 작품은 또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사랑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이다.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 애쉴리와 멜라니―이 네 남녀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히는 애증의 매듭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
여주인공 스칼렛은 토지에 집착하고, 고집스러워서 초지를 관철하고야 말고, 목적을 위해서는 때로 잔인한 방법까지도 주저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 제럴드의 피를 통해 이어받은 아일랜드적 특성이라고 하겠고, 고난을 인내와 용기로써 극복하고, 결코 절망하지 않고 앞일을 낙관하며, 어디까지나 낭만을 배격하고 실질적 생활태도를 견지하고, 물질적 쾌락을 주요한 인생 목표로 삼는 점은 전형적인 미국 여성이라고 하겠고, 지성적인 분석과 냉철한 판단에 의해서 행동을 하지 않고, 일시적 기분이나 반동적 충동에 의해서 행동하고, 환상과 현실을 곧잘 착각하는가 하면 허영과 질투의 구렁텅이에 빠지곤 하는 것은 여성 일반의 특성이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그녀는 전형적인 아일랜드계 미국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칼렛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그녀의 성격이 이렇듯 적나라하고 조금도 거짓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이런 성격 때문에 밑진 인생을 산 꼴이 되었지만 그 자체는 그렇게 거짓 없는 삶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순진한 삶이었고 그녀가 세 번이나 결혼하고 그래도 다른 남자를 잊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런 그녀의 애정 행각에서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지성적이고 명상적이고 따라서 비행동적이고 비실질적인 애쉴리를 위와 같은 천의무봉한 성격을 가진 스칼렛이 사랑하는 데서―아니, 사랑한다고 믿는데서 문제는 발단한다. 애쉴리가 자기와 성격이 비슷한 성처녀 같은 멜라니와 결혼하자, 스칼렛은 반동적으로 멜라니의 오라버니 찰스와 결혼해 버린다. 물론 애정에 의한 결혼이 아니다. 마음의 남편은 항상 애쉴리이다.
패전의 곤궁 속에서도 혼자 힘으로 농장의 복구와 대가족의 부양을 떠맡은 스칼렛은 거의 고군분투하다가 마침내 대단치도 않은 금전 때문에 프랭크라는 둘째 남편을 맞는다. 이번 결혼에도 애정은 없는 것이다. 먼저 결혼이 감정적이었다면 이번은 편의적이라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프랭크가 K.K.K단의 습격에서 피살되자 그녀는 주저없이 더 큰 편의를 위해서 레트 버틀러와 결혼하는 것이다. 레트의 스칼렛에 대한 접근은 어디까지나 성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되어있고 자신이 그것을 공언할 뿐 아니라 그녀도 그의 냉소적, 야유적인 언동 때문에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쾌남아적인 성격과, 전쟁 중 봉쇄선을 뚫는 모험무역과 투기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과, 압도적인 육체의 매력에 끌릴 뿐이다. 그녀는 그의 열정적 육체 접촉에서 여성으로서의 환희를 맛보는 일이 있지만, 그것을 레트의 방탕아적 변덕 정도로 생각하고 여전히 정신을 애쉴리에게로 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레트 버틀리는 진정으로 스칼렛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사랑을 표시하거나 고백하면 스칼렛이 그것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약점으로 이용해서 박해하리라는 것을 미리 아는 레트가 그것을 숨기면서 그녀의 사랑이 자기에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멜라니의 죽음을 계기로 스칼렛은 모든 것을 깨닫고 애쉴리에 대한 자기 사랑은 한갓 환상이었고 사실은 레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서로 성격이 비슷한 두 사람은 서로 너무나 강렬한 자아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거나 표시하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스칼렛은 모든 것을 올바른 궤도에 올리기로 결심하고서 레트에게 비로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러나 레트는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멜라니의 죽음보다 앞선, 사랑하는 딸 보니의 죽음을 계기로 스칼렛에 대한 오랜 사랑이 완전히 말라붙어서 도무지 반응이 없다. 그는 마치 기진맥진한 사람처럼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하고 여행을 가겠다고 하고, 스칼렛은 또 한번 그의 사랑을 돌이킬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내일에 희망을 걸고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완전히 종지부가 찍힌 것이 아니라는 몇가지 시사가 있다. 아마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계속해서 쓴다면 또 하나의 방대한 장편소설이 될 수 있을 만큼 그들은 미해결인 채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는 오히려 스칼렛의 궁극적 승리를 예감하는 것이다. 그녀가 뜻을 세워서 관철 못한 예를 독자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막연하나마 미국이라는 나라의 팔팔한 힘을 스칼렛에게서 느끼는 것이다. 그런 힘에 대한 일종의 신뢰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반드시 반대개념으로만 보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된다. S. 모옴은 대중에게 많이 읽히는 소설을 대중소설이라고 한다면 자기는 대중소설가로서 대만족이라고 말한 일이 있지만 대중 속에 파고 들어가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그들의 호흡을 같이 한다고 해서 그 작품의 예술성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소설을 대중이 많이 읽는가? 무조건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서 재미있는 소설은 대중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는 복합적일 테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플롯―줄거리에서 오는 재미라고 한다. 누구든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줄거리의 진행에 무리가 없으면서, 즉 억지로 줄거리를 비틀어서 얽어매는 듯한 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순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줄거리는 복선을 긋고 있어서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히 줄거리의 소설이라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남지 않았을 것이다. 작중 인물의 성격 묘사가 훌륭해서 성격이 줄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환상적인 사랑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얽혀 있던 애쉴리와 스칼렛은 기본적으로 햄릿형과 동키호테형인데,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공통점을 대표하기 때문에 우리는 강렬한 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레트 버틀러는 말하자면 기사형이고 멜라니는 철저한 성녀형이지만 이들에게도 무한히 인간적인 애착을 느낀다.
여성 특유의 개성을 실감케 하는 성공작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은 한마디로 혜성과 같은 생애를 살고 갔다. 우리 눈에 그녀가 밤하늘에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눈부신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36년이었다. 그리고 그 빛의 핵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라는 1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었다. 그전에도 그후에도 그녀는 작가로서 선 일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 혜성처럼 한번 밝게 빛나면서도 덧없이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광채는 하늘에 있는 동안 찬란하고 눈부셨다.
기록에 의하면 이 소설은 1936년 6월 30일에 발간되었는데 3주 후에는 벌써 17만 6천 부가 팔리고 4개월 후에는 70만이 나갔으며 하루에 5만 부를 판 날도 있었다. 그해 안에 미국 내에서만 100만을 돌파했고 1961년 기록이 9천 5백만으로 되어 있다. 1937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았고, 1939년에는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60여 언어로 번역이 되었다. 물론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고 해서 그 작품 자체의 평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독점하는 데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힘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그것이 작품의 생명을 영원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이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첼은 1900년 11월 8일, 이 소설의 주요한 배경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났다. 아버지는 이름있는 변호사로 애틀랜타 역사학회의 회장이었고 외할아버지는 남군의 한 장교로 남북전쟁에 참가한 일이 있는 이른바 고병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나온 1936년 당시만 해도 남북전쟁 당시의 고병 중 생존자가 9천 6백여 명이었다 한다. 그러므로 미첼 여사가 어떤 문화적 풍토에서 자라났으며 어떤 체질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을까 하는 문제는 쉽게 짐작이 간다. 우리가 작중에서도 강렬하게 느끼는 바이지만 뿌리 깊고도 집요한 남부적 전통의식은 그녀의 혈맥 속에 팔팔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외조부에게서 애틀랜타 공방전에 관한 이야기를 익히 들었고 그의 서재에 틀어박혀서 전쟁과 그 시대적 배경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녀는 워싱턴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에 처음에는 의학을 지망해서 스미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곧 어머니가 사망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를 돌봤고 1922년부터 〈애틀랜타 저어널(Atlanta Journal)〉지에서 기자로 일했는데 당시 동지에는 어스킨 콜드웰 (Erskine Caldwell)이 있었다고 하나 그녀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1925년 광고대행업자인 존 로버트 마아시(John Robert Marsh)와 결혼했는데 이 남편이 그녀의 문필을 인정하고 어려서부터 듣던 남북전쟁과 재건기간 중의 이야기를 작품화해 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듬해에 미첼은 우연히 발목을 삐어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오래 집안에 있는 기회를 이용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며 1936년 발표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린 셈이다.
아마 이런 공전절후의 대성공은 그녀자신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전쟁을 취재한 소설이 전에도 있었지만 크게 성공한 일은 없었던 것이다. 처녀작에 대성공을 거둔 작가가 제2작을 써서 세상에 묻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먼저 작품보다 더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한 그것은 이미 작가로서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자의 기대는 크고 그것을 의식하는 작가의 고민은 뼈를 깎는 것과 같은 것이다. 미첼 여사의 다음 작품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연약한 한 여성의 정력과 수련을 쌓은 바 없는 작가적 역량을 이 방대한 작품에 거의 쏟아버리고 만 것 같았다. 마침에 그녀는 1949년 8월 16일 자동차 사고로 육체적인 생애에도 막을 내려버렸다.
[鄭炳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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