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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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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京植(서울대·영문학 교수)
1. 본문에 관하여
1600년에 제1의 4절판이 나왔다. 이 4절판은 거의 그대로 제1의 2절판의 인쇄 원고가 되었다. 차이는 4절판의 무대 지시인 '군주, 레오나토, 클로디오, 음악등장'이 '군주, 레오나토, 클로디오 그리고 잭 윌슨 등장'으로 바뀐 것뿐이다. 잭 윌슨은 <더 이상 탄식 마오, 여인들이여>를 노래하는 역을 맡았던 배우의 이름이다.
4절판의 본문의 한 장면(4막 2장)에도 경관인 도그베리와 버제스 대신에 이 역을 한 배우들인 켐프와 카울리가 대사 머리에 인쇄되어 있다. 이것은 같은 극단에서 오래 일한 관계로 배우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가 잠시 잊고 등장인물의 이름 대신에 그 역을 하게 될 배우의 이름을 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제1의 4절판이 셰익스피어의 자필 원고에서 인쇄되었다는 본문 전달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증거가 된다.
2. 소재의 출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의 주인공 클로디오와 히어로우의 이야기는 여러 군대서 발견되는데 셰익스피어는 적어도 이 중의 한 가지를 참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익스피어는 스펜서의 《선녀 여왕》(Ⅱ, Ⅳ)을 알고 있었고, 아리오스토의 《오란도 퓨어리오소》는 원문과 해링톤의 번역(1591)을 다 알고 있었다. 또 그는 반델로의 소설집 《노벨》(1554)과 이것에 기초한 벨리포리스트의 《비극적 역사들》(1574)을 알고 있었다.
이상의 어느 판에서나 주인공은 그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라이벌의 계략에 빠져 여주인공이 정숙하지 않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이 극을 불후의 명작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베네딕과 비어트리스의 이야기와 도그베리와 버제스 이야기는 셰익스피어 자신의 창작이다.
3. 극의 줄거리
아라곤의 영주 돈 페드로는 서자 출신의 이복 동생인 돈 존을 전쟁에서 물리친 후 그를 대동 메시너의 총독 레오나토를 방문한다. 일행에는 두 젊은 귀족인 베네딕과 클로디오가 있었는데 이들은 전공을 크게 세웠고 또 메시너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다. 베네딕과 비어트리스는 벌써 전부터의 말싸움을 시작했고 클로디오는 비어트리스의 상냥한 사촌 히어로우에게 연정을 품는다.
클로디오의 사랑을 알게 된 마음씨 좋은 돈 페드로는 가면무도회에서 클로디오를 가장하여 그대신 구혼을 해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이를 잘 못 엿들은 하인이 히어로우의 숙부 안토니오에게 군주 자신이 히어로우한테 반해 있다고 알린다. 또 한 사람의 하인은 올바로 엿듣고 이 사실을 돈 존에게 전한다. 돈 존은 악의적인데다가 자기를 무찌른 전공을 혼자 누리는 듯한 클로디오가 미웠다. 이 기회에 그는 클로디오를 곯려 줄 계획을 세운다.
돈 존은 그날 저녁 가면무도회에서 클로디오에게 실은 돈 페드로 자신이 히어로우를 취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그러나 돈 페드로가 히어로우와 레오나토를 대동하고 나타나서 클로디오의 결혼을 성사시킴으로써 그 의혹은 금방 사라지게 된다. 결혼식 1주일 전에는 거행할 수 없기 때문에 돈 페드로는 그 기간을 이용하여 베네딕과 비어트리스가 서로 사랑하도록 만드는 일을 수행하기로 했다. 한편 돈 존은 이번에는 히어로우가 다른 애인과 밀회하는 장면을 꾸며서 돈 페드로와 클로디오가 엿보도록 한다.
이 두 가지의 일은 제각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일부 야경꾼들은 돈 존이 악행을 저질러 성공을 거두었다고 술취해 떠들어대는 보라키오와 그의 무리를 체포하여 상사인 도그베리와 버제스에게 넘기고 이들은 다시 총독에게 넘긴다. 이때 레오나토는 딸의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중이어서 체포된 자들을 도그베리 자신이 심문해 보라고 했다.
교회에서는 클로디오와 돈 페드로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히어로우의 정숙치 못함을 폭로하자 히어로우는 실신한다. 이 두 사람은 교회를 떠나버리고 주례 신부는 오해가 개재되었음을 확신하고 레오나토에게 딸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여 사태의 진전을 관망한다. 비어트리스만은 사촌의 결백성을 굳게 믿고 이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 마침 옆에 있는 베네딕을 발견한다. 베네딕은 비어트리어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한다. 비어트리어스의 명령은 "클로디오를 죽여요"였다.
레오나토는 딸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을 뉘우치며 클로디오와 돈 페드로와 날카로운 말을 주고 받는다. 클로디오에게 결투까지 신청한다. 난처해진 두 사람은 이를 중재할 사람으로 베네딕을 찾았으나 베네딕은 클로디오에게 도전한다. 도그베리와 버제스가 죄수들을 데리고 이때 나타나 사건의 진상이 그들에게 알려진다. 클로디오는 레오나토의 용서를 빌고 후자의 조건을 받아들인다. 그 조건이란 히어로우의 결백을 새긴 비문을 무덤에 세우고 죽은 히어로우와 아주 닮은 조카딸과 결혼하라는 것이다. 다음날 클로디오는 얼굴을 가린 신부와 결혼하며, 잃었던 히어로우를 되찾은 것을 알고 기뻐한다. 한편 베네딕은 비어트리스에게 도전한 소식을 전하나 별로 시원한 접근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침내 이들도 그들의 말을 빌면서 <동정하여> 서로를 받아들인다. 극이 끝날 때쯤 해서 돈 존이 체포되어 메시너로 호송중이란 전갈이 온다.
4.극의 의미와 문제점
《헛소동》의 주된 줄거리는 두 가지 사기에 의거한다. 첫째는 히어로우가 클로디오를 배반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일이다. 둘째는 신부가 히어로우의 죽음을 퍼뜨리게 한 일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사기는 첫 번째의 그것과 같은 목적과 의도를 가진 사기는 아니다. 그것은 상징적으로 보면 사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숙성을 잃었다고 결혼식장에서 신랑에게 거절당한 신부는 생명이 다한 것과 같고 내용적으로는 죽은 것과 같은 것이다.
이 극의 희극적인 요소는 베네딕과 비어트리스가 엮어 내는 장면과 도그베리와 그의 일당들이 만드는 장면들에 있다. 이 두 무리는 다 말을 가지고 웃음을 자아낸다. 비록 전자는 여왕의 영어로, 후자는 유식한 말을 틀리게 사용하는 서민의 액센트로 말유희를 하지만 다같이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 이상의 심오한 뜻과 의도를 이 극은 지니지 않는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제목이 말해 주듯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헛소동》은 보라키오 플롯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렇다 할 기술적인 흠이 없는 희극으로 높게 평가한다. 잘 짜여진 이 극은 적어도 그 이전에 나온 희극들보다는 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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