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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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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여인상을 그린 자전적 소설
브론테 자매의 소설들, 샬로트의 《제인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출판된 것이 1847년이다. 이 시대는 영국 소설사상 가장 화려했던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커리의 《허영의 도시》가 그 다음해에, 그리고 디킨즈의 《데이비드 코퍼피일드》가 출판된 것이 1849년이다. 뿐만 아니라 호오돈의 《주홍글씨》 가 1850년, 멜빌의 《백경》이 1851년에 각각 출판되었다. 그리고 플로베르, 위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이 대작을 배출한 것도 대개 50년대에서 60년대를 걸친 시대였다. 18세기에 발단된 각국의 근대소설이 비로소 이때에 와서 하나의 예술형태로, 그리고 인간탐구의 사상으로 완숙한 감이 든다.
이런 세계적인 거장들의 걸작이 배출되는 가운데 세계의 조류와는 멀리 떨어진 영국 북부 한촌 호워드의 목사관에서, 브론테 자매가 쓴 소설이 세계적인 의미를 갖게 되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된 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샬로트의 《제인 에어》는 연애소설로 영문학 중에서 단연 뛰어나고, 에밀리의 단 한편의 소설《폭풍의 언덕》은 비극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문장을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 자매의 작품은 그들의 생애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하나의 비극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샬로트를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생활을 살펴 보기로 한다.
샬로트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일랜드의 농가에 태어나 각고 끝에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와 목사가 되었다. 아버지의 아일랜드 혈통과 잉글랜드 남부 태생인 켈트족인 어머니의 혈통으로 인해서, 그들 자녀는 상상력이 풍부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패트릭이 교구목사로 승진되어 부임한 곳은 잉글랜드 북쪽 요오크셔 지방의 황량한 호워드였다
문학적 조예가 풍부한 마리아 브란웰과 결혼해서 마리아(1813), 엘리자베드(1814), 샬로트(1816), 사내 브란웰(1817), 앤(1820)순으로 1남 5녀를 낳았으나 위의 두 딸은 어려서 폐병으로 죽고, 어머니 마리아도 앤이 태어난 다음해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후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머니 쪽으로 이모되는 여인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으며 쓸쓸하게 자랐다.
더구나 자연환경이 그들을 한층더 쓸쓸하게 했다. 북쪽 지방이라서 대체로 추운데다가 겨울이면 눈보라가 심해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 인가를 멀리한 살벌한 목사관에서 묘지를 바라보며 그들은 자라났다. 이러한 자연환경이 에밀리의 심령에 깊은 인상을 주어 .《폭풍의 언덕》을 쓰게 하였고, 《제인 에어》의 묘사에 있어서도 자연과의 교감을 짙게 풍겨주고 있다.
자연뿐만 아니라 요오크셔 사람들의 강인하고 야성적인 인간성도 그들의 인격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지방 속담에 <네 호주머니에 7년간 돌멩이를 넣고 다녀라. 그리고 그것을 뒤집어서 다시 7년 동안 넣어두어라. 적이 접근해 올 때 언제든지 손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이처럼 요오크셔 사람은 쉽게 사귈 수 없으나 일단 친해지게 되면 좀처럼 변할 줄을 모른다. 그들 자매의 작품에 흔히 이런 성격이 투영되어 있다.
1824년 샬로트가 여덟 살 때, 두 언니와 자기와 그리고 에밀리와 넷이 이웃에 있는 윌슨목사가 경영하는 코오원 브리지라는 기숙학교인 사숙에 입학했다. 목사자녀들에게는 학비가 감면되는 교육기관이었으나 계곡 사이에 위치한 습지대라 건강에는 좋지 못했다. 게다가 급식이 빈약하고 교육 내용마저 편협적이고 엄격했다. 이런 생활에 견디기 어려웠던 마리아는 폐를 앓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이듬해 사망하고, 엘리자베드도 병을 얻어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에 당황한 아버지는 샬로트와 에밀리를 집으로 데려와서 다행히 생명은 건질수 있었으나, 어린 마음에 남긴 어두운 그림자의 흔적은 쉽게 씻어지지 않았다. 이 기숙학교가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우드의 원형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샬로트 자신도 그렇게 언명하였다. 그리고 모진 학대를 받아가며 숨져간 헬렌 버언즈라는 소녀는 다름아닌 언니 마리아의 모습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다소의 과장은 있을지몰라도 이곳에서의 경험이, 《제인 에어》의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의 기본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1831년 샬로트는 다시 로우 헤드라는 학교에 들어가 메어리 테일러, 엘렌 내시 등 생애를 통해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샬로트가 보낸 수백 통의 편지가 남아 있었는데 그것들은 후일에 개스켈 부인이 《샬로트 브론테 전기》를 쓸 때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 학교의 분위기는 코오원 브리지보다 훨씬 명랑해서 학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후에 샬로트는 이곳에서 얼마동안 교사로 있기도 했으며 에밀리와 앤도 이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에밀리만은 그녀가 태어난 구릉과 황야를 떠나서는 살수 없었던지, 향수에 사로잡혀 곧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샬로트의 말에 의하면, 에밀레에게는 불모의 황야가 작원이었으며, 그것을 호흡하지 않고서는 생명마저 끊길 정도였다고 한다.
1836년에서 41년까지, 즉 그녀의 나이 20세에서 25세에 이르는 동안은 젊음이 성숙해 가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 세 자매는 생활수단으로 여기저기에서 가정교사를 했다. 그런데 가정교사로 가장 적임자는 성품이 온화한 앤뿐이었다. 샬로트는 지나치게 예민해서 자의식이 강하고, 에밀리는 향수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동안에 그들은 문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1836년 샬로트는 그녀의 자작시를 당시의 계관시인이던 로버트 사우디에게 평을 청했는데, 소질과 역량은 인정되나 굉장한 것은 못되고, 생활을 소중히 여겨 자중하라는 회답을 받았다. 그녀는 이것을 혹평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 자매는 남모르게 꾸준히 집필에 몰두해 있었다. 한때 그림에 뜻을 두고 수업차 런던에까지 갔던 남동생 브란웰도 좌절해 그림을 포기하고 문학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는 조숙한 신동이었을 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술로 몸을 망쳤다. 가계를 이을 단 하나의 아들이 이 지경이 되자, 장녀로서 샬로트의 상심은 대단했다.
1839년 이른봄 샬로트는 엘렌 내시의 오빠의 구혼을 받았다. 영국 남부 지방에서 목사보를 맡아보고 있는 가문이 좋은 착실한 청년이었으나, 재미가 없고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청년이 바로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세인트 존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에 아버지의 친구인 목사가 내방했을 때 동반해 왔던 프라이스라는 부목사가 성급하게 구혼했는데 샬로트는 이것 또한 거절했다. 그런데 프라이스가 반년도 못되어 급사했다는 소식이 그녀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 가정교사 자리도 마땅치 않고 문학에로의 길도 험난했다. 주위의 권고도 있고 해서 드들 세 자매는 목사관에 사숙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모든 계획과 준비는 샬로트가 도맡았다.
이 사업을 위한 수업을 하기 위해 샬로트와 에밀리는 1842년 2월 브뤼셀로 가서 에제 기숙학교에 들어갔다.여기서 샬로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대부분 연하의 지방소녀들이었다. 종교와 풍습이 틀리기 때문에 그들 자매는 더할나위없이 고독했다. 교장은 에제 부인이었는데 엄격한 분이었고, 그의 남편은 33세로 불문학에 조예가 깊은 교수였다. 샬로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신랄하고 모욕적으로 혹평을 했는데, 에제 씨에게만은 점차 마음이 쏠려 마침내는 연모의 정을 품게 됐다고 썼다. 이것이 후일에 《제인 에어》속에 나오는 로체스터 상을 그리는 데 바탕이 되었다.
그해 가을 가사를 돌봐주던 이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고 그들 자매는 귀국을 했다. 그런데 에제 씨가 아버지한테 보낸 편지에 자질이 풍부한 자매의 유학을 계속시키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에밀리는 고향의 황야를 떠날 수 가 없어 그대로 집에 눌러앉고, 샬로트만이 다음해 2월에 다시 브뤼셀로 향했다. 이런 결심을 하는 데는 그녀의 향학열과 더불어 에제 씨에 대한 연모의 정이 커다란 작용을 했다. 이번에는 학습 외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맡게 됐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는 쌀쌀했다. 에제 씨에 대한 샬로트의 감정이 에제 부인에게 감지되고 에제 씨 또한 샬로트에 대해 각별히 사랑의 표시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게다가 건강마저 좋지 않아 견딜 수가 없어 1844년 마침내 귀국하고 말았다.
귀국한 뒤에도 강렬한 감정을 담은 사모하는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으나 에제 씨로부터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열병에 걸려 식욕도 없고 잠도 못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지요.>라는 편지를 끝으로 영원히 작별을 했다.
1845년 5월, 후에 샬로트와 결혼하게 된 아일랜드 태생인 아아더 벨 니콜즈가 아버지의 부목사로 부임해 왔으나 샬로트는 그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샬로트는 실연에서 오는 고민도 힘겨웠지만, 그보다 하나뿐인 남동생 브란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암담했다. 미완성 신동의 말로라고나 할까, 브란웰은 술 뿐만 아니라 아편에까지 손을 대게 되고 완전히 미치광이 상태에 빠져 페인이 되고 말았다. 샬로트는 이를 슬퍼하고 또한 노했다.
사숙을 열었는데 응모해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샬로트는 낙담했으나 에밀리는 그런대로 냉정했다. 겹친 불행 가운데서도 그들의 운명은 전환하고 있었다. 1845년 가을 어느날, 샬로트는 우연히 에밀 리가 쓴 시의 초고를 발견했는데 그 내용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녀는 곧 이 시집을 출판할 것을 결심하고 출판비의 일부를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샬로트, 에밀리, 앤의 머리글자 C,E,A를 따가지고 남자의 익명으로 한 《커러와엘리스와 액튼의 시집》을 다음해 5월에 출판했다. 그런데 이 시집은 단 2권이 팔렸을 뿐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시집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샬로트는 동생들을 격려해 이번에는 소설로 도전했다. 역시 같은 익명 <커러 벨>로 자신이 쓴 「교수」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를 여기저기 출판사에 보냈다. 그러나 연이어 거절당했다.l 그런데도 샬로트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제인 에어」를 써서 용감하게도 런던의 이름있는 출판사에 보냈다. 이것이 마침내 받아들여져 스미드출판사에서 출판해 대호평을 방았다. 리 헌》트 같은 비평에 재판이 나오자 인세로 5백 파운드를 받았다. 책이 나온 뒤에 그녀의 아버지와의 대화를, 개스켈 부인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아버지, 나 책을 썼어요."
"그래!"
"읽어 보세요"
"눈이 피곤하지 않을까?"
"원고가 아니라 인쇄된 거예요"
"뭐라고! 비용은 생각도 않고? 손해볼 것이 뻔한데, 네 책이 왜 팔리겠니? 아무도 너를, 그리고 네 이름을 모르는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버지는 감탄해 읽기 시작했다.
《제인 에어》가 성공하자《폭풍의 언덕 》과 《아그네스 그레이》도 주목을 끌게 됐다. 다만 《폭풍의 언덕》만은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다. 너무 이색적이고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평에 대해 에밀리는 침착하고 초연했다.
1848년 여름 출판사에 볼일이 있어 샬로트는 앤과 함께 예고 없이 출판사를 찾았다. 《제인 에어》의 저자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원 모두는 경악해 마지 않았다. 스미드 사장의 안내로 소박한 옷차림을 한 시골처녀들은 눈부신 오페라를 구경했다. 만찬에 초대되고 미술관을 참관하는 등 바쁜 수일간을 보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후에도 수차 런던을 방문해 대커리와교제를 하는 등 지명인사로서 응분의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수줍은 태도는 일생을 두고 한결같았다.
계속해서 출판한 《셔얼리》와 《빌렛》도 호평을 받게 되자, 이제 그녀의 문학적인 지위도 확고해졌다. 《셔얼리》는 1810년대에 있었던 노동계급의 소요를 다룬 야심작이었는데, 복잡하고 규모가 큰 대사건을 딘도적인 입장에서 다루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특이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빌렛》은 그녀 자신의 주변에서 소재를 택했다. 브뤼셀 시대의 그녀의 동경과 정열과 고민의 짙게 반영되고 있다. 《빌렛》은 대륙의 어떤 도시의 이름인데, 그것은 브뤼셀이 틀림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이곳 기숙학교의 여교사로, 같은 학교의 남교사와의 연애 이야기다. 온갖 고난을 겪은 뒤에 결합되는 서정적인 향기가 풍기는 박력있는 작품이다.
[삼성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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