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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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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애(수지고등학교 교사)
언젠가 지하철을 탄 적이 있습니다. 10대 소녀들의 익숙한 수다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 순간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여기 저기서 벨소리가 울려대는 것이었습니다. 아까 그 여학생들이었습니다.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일상 얘기들을 큰소리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뿌려지더군요. 그러나 나는 어떤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불편한 마음을 풀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 한 분이 향기 나는 모습으로 책을 읽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인자한 표정과 온화한 미소로 책에 푹 빠져 있는 그 모습이 내게는 더 없이 아름다워 보였던 것입니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과학기술의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휴대폰, 컴퓨터, 그리고 각종 미디어물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요. 최근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는 것 중에 DDR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좁고 폐쇄적인 공간이라도 상관이 없지요. 그저 컴퓨터가 일러주는 대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움직이고 땀을 흘리다보면, 순간이나마 공부라는 스트레스에서 마음껏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왕성한 신체활동이 필요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벗삼을 수 없는 도시의 청소년들에게는 정말 괜찮은 놀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장이 있어야 하는 만큼 지적, 정신적인 성장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TV도 시청해야 하고 여가시간을 이용하면서 몸도 단련해야 하지만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전적인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처럼 빠른 것, 동적인 것,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이 최고의 가치처럼 추구되는 세상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여유에서 우리는 삶의 향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독서를 통해서만이 더욱 짙어진다고 봅니다.
독서는 고독속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집착하면서 시작되고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유혹을 물리쳐 자기자신과 싸우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독서를 책을 읽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읽으면서 생각난 것을 한번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해 보세요. 그러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은 독서법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루에 최소한 한 시간만이라도 고독해지려고 노력해 봅시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지 몰라도 차차 익숙해지면 나에게 은은한 삶의 향기가 배어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월이 더 지나 독서가 생활화된다면 이제는 향기의 색깔도 알게 될 것입니다. 먼 훗날,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니게 될까요? 지금 이 순간, 각자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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