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 너무 기쁜 나머지 꽃들을 밟아버렸다. 그러자 양철나무꾼이 따올랐다. 개미 한마리만 밟아도 눈물을 뚝뚝흘리던 그 사람. 할머니가 다가오자 반가워서 서로 껴안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도로시에게 물었다.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고 왔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조용히 팬케이크를 뒤집었다. 도로시는 할머니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할아버지께 말해보았다. 할아버지는 도로시의 말을 믿는 듯 했지만 그렇게까지 놀라시는 것 같지 않았다.

 "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말하는 허수아비도 만나고 양철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도 만났어요! 음.. 은구두가 어딜 갔더라? 아! 여기에 있네요. 한짝은 날아가 버린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되레 이렇게 말했다.

 "그 은구두를 팔아 돈을 마련하면 되겠구나."

 도로시는 속상했다. 반가운 마음은 싹 달아나고 없었다. 따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렇게 냉정하다니! 도로시는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줄것같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도로시는 다시한번 가기 위해 모험을 하기로 했다. 은구두를 찾으러! 사막 한가운데라면 물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짐 꾸러미에 물을 챙겼다.

 "도로시! 어디있니?"

 할머니의 말에 놀란 도로시는 물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옷 위에 물이 줄줄 흘렀다.

 "도로시, 여기서 뭐 하는 거니? 아니, 왜 옷은 젖었어? 옷갈아입고 와라. 팬케이크 해놨어. 빨리 오너라."

 도로시는 그 말을 듣고 거실로 나왔다. 따끈한 팬 케잌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주 많이.

 "잘 먹겠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기분은 뭘까. 먹을게 없어 잠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팬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서 할아버지 먼저 드렸다. 하지만 사양하셨다. 이번에는 할머니. 할머니는 도로시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조금만 뜯어서 드셨다. 그나마 안드시는 것 보단 나았다. 

 식탁 위에 빙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모른단다. 그동안 걱정 많이 했어."

 갑자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날아가 버렸다. 다음번에 은구두를 찾으러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자, 어느새 또 친구들이 생각났다. 막상 은구두를 생각하니 어디에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은구두 한짝을 못찾을거라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했다. 깊숙히 파묻혀서 아예 화석과 같이 되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말았다.

 ' 몇년만 기다리면 어른이 될거야. 혹시 그곳으로 가게되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자심감이 생겼다. 지금은 허수아비가 다스리고 있는 에메랄드시에 가면, 그 외의 친구들고 함께 온 곳을 돌아다니며 나라구경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것. 그래도 그런 나라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도로시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또다른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이가 들어 버렸다. 도로시는 이미 어른이 된지 오래였다. 이제 아이들도 있고. 딸 하나에 아들 둘. 더이상 바랄것이 없는 하루였다.

 어느때는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었다. 대강지은 허술한 집을 날릴 정도의 강풍이였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 딸은, 우산을 하나 집어들고 마당을 나갔다. 위험하다는 엄마의 말도 무시한채. 다행히도 그때는 바람이 약간 불었을 정도였다. 비가 그쳤다. 바람도 멎었다. 하지만 아직 좋은 편은 아니었다. 도로시의 딸은 저 멀리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햇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지라, 그 은빛 물체에 가까이 가 보았다. 그것은 한짝의 구두였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구두 한짝이 마당에 떨어져 있어요!"

 도로시는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도로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을 쳐다보았다. 딸의 손에는........ 켄자스로 오다 떨어뜨린 은구두 한짝이었다. 그것을 자신의 딸이 한손에 들고서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