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가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이 참나무는 땅 속 깊이 뿌리가 뻗어 있고, 몇 아름이 되는지 모를 몸통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나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언제나 뽐냈습니다.

“나는 참 튼튼하단 말이야. 이 세상에서 나를 이길 놈은 아무도 없어. 이 굵은 몸통하며, 하늘로 뻗은 이 가지 좀 봐. 다른 놈들은 모두 내 발 밑에 있거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굉장한 폭풍이 몰아치고, 장대같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그 통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 채 마구 뽑혀 나갔습니다.

큰 몸집을 자랑하던 참나무도 꼿꼿이 서서 모진 폭풍우와 싸우다가 마침내 우지끈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부러져 버렸습니다. 부러진 참나무는 성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구르며 얼마를 떠내려가는 참나무를 가엾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참나무는 갈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휘청거리던 갈대였기 때문입니다.

참나무는 그 연약한 갈대들을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아, 갈대야. 넌 그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아무런 상처도 없이 살아 남았니? 나보다 힘도 약할 텐데..”

갈대들은 불쌍한 참나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가엾은 참나무야. 너는 폭풍이 왔는데도 고개를 쳐들고 버티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러지고 만 거야. 버티거나 뽐내면 누구나 너와 같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