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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발냄새 [댓글수 /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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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매일매일 교수님들께서 내주시는
아름다운 과제들 때문에 피눈물을 흘려가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때였다.
혼자 중얼거리며 난 학교 도서관에서 레포트 작성에 사용할
각종 참고 문헌들을 읽어내려갔다.
한참을 그렇게 책과 씨름을 하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한마디 튀어나왔다.
천상 : 왜 책이 다 영어로 되어있지-_-!!
다른건 별로 못하지만 영어 하나만큼은 아주 못하는 나였기에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부리며 있을 때,
난 비로소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닌 학교 도서관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알아차리게 되었다.
혼자서 이러고 있었음 다행이었을 것을, 내 옆을 바라보니
왠 아름다운 여성 한분이 오셔서 날 마치 인간 수컷이 아닌 개 돼지 수컷을 보듯이
같잖다는 표정으로 썩소를 날리며 날 째려보고 계신게 아닌가.
그녀 : 훗-_-
천상 : -_-
날 향해 씨익 웃어주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이어폰에서 들리는 노래 때문에
내가 뭐라고 짖어대는지 잘 안들리는 모양같았다.
천상 : 안들리냐? ㅋㅋ
그녀 : -_-?
자신을 바라보고 낄낄거리며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의자에 앉아 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몇분간 혼잣말을 내뱉으며 찌질한 놀이의 극치를 달렸던 나는
그 놀이에 그새 지겨움을 느끼고 다시 책을 읽어내려갔다.
천상 : 아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죄다 영어인거냐고!!
짜증이 확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책을 신경질적으로 덮어버리고
죄다 영어로만 나와있는 이 망할놈의 책이 도대체 무슨 책인지 궁금해져서
책 표지를 읽어보았다.
[토익 점수를 올려보자 - 영어 문제 1000제]
천상 : 어쩐지 영어가 많더라니.
영어에 현기증이 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책을 덮고 엎드려 잠시 잠을 청했다.
책상에 엎드려 누운지 약 1분정도가 지났을까?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시골구석에서 갓 포장해온
이쁘장한 메주냄새가 날 자극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학교 도서관에 진짜로 메주를 가져온 학생이 있을리는 없고..
난 잠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반대쪽 책상에서
구수한 메주를 다듬고 있는 정신나간 한 학생을 볼 수 있었다.
농담이고..
메주냄새는 책상 밑에서 아지랑이처럼 곱게 피어 올라오고 있었다.
설마... 발냄새?
하지만 아무리 발냄새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몸에서 이러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안될정도로 이 냄새는 막판 보스급이었다. -_-
강한 독성 냄새에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렸고 눈까지 따끔거렸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나는 도대체 이 냄새의 근원이 어디인지
수색에 나섰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옆에서 구두를 벗고
열심히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있는 아까 그녀의 발이었다.
난 책상에 있던 볼펜하나를 밑으로 떨어뜨려
볼펜을 줍는척하며 고개를 밑으로 숙여보았다.
그리고 책상밑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고나서
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사후세계를 경험하였다 -_-;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건데, 그녀는 아마도 똥을 발로 싸는 것 같았다.
아니면 똥싸고나서 휴지대신 발로 닦나-_-?
아무튼 그 지독함에 극도로 흥분이 된 나는 어차피 그녀가 노래를 듣느라
내 목소리가 안 들릴 것이란걸 알기에 대놓고 욕을 해댔다.
천상 : 아놔 왜 도서관을 화생방실로 만드나여?
천상 : 님의 발은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는 존재임?
천상 : 발님께서 제발 좀 자비를 베풀어 줄 수는 없는거임?
천상 : 왜 님은 인체의 한부분이 유산균으로 발효되고 있음?
한참 혼자서 중얼거렸더니 신기하게도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재빨리 가방을 싸고 도망가버렸다.
도망가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귀에는 이어폰이 없었다.
이어폰은 언제 뺀거지 -_-?
그리고 그녀가 떠나가고 난지 약 30분 뒤..
냄새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음을 느꼈을 때, 난 그 냄새의 근원이
다름아닌 내 발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미안하오 처자.
다음에 만나면 당신 발에서 향기난다고 해줄게.
자료제공: <웃긴대학>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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