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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나는 아름답다

지은이
박상률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203
대상
고등학교 2학년인 선우를 통해 요즘 아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선생님과 선우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규정되는 `나`를 선우는 거부하고 떠난다. 지은이는 그 떠남이 아름다운 선택이 되기를 희망한다. 미디어 서평 70년대 까까머리 얄개 이후 오랜 공백 깬 청소년 성장소설 한국출판기획에서 공백으로 남겨진 데가 청소년분야다. 어린이 도서와 성인용 도서 사이를 채워줄 수 있는 출판물이 없다. 어린이 도서분야는 90년대 들어 여러 단행본 출판사들이 활발한 기획을 시작해 지금은 풍성한 목록을 가지고 있다. 번역서는 물론 국내 창작물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문제는 어린이 도서를 읽고 자란 아이들이 곧바로 성인용 도서를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60,70년대까지만 해도 ‘얄개전’류의 명랑소설이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나마 80년대 이후 명랑소설도 명맥을 잇지 못하자 그 자리는 아예 빈칸으로 남아 있다. 이런 청소년 도서분야의 공백은 그간 여러 출판기획자들 사이에서 지적된 바 있다. 또 최근 몇몇 출판사에서 청소년 도서출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가을 시즌부터 펴낼 청소년문학물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최근 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사계절1318문고’도 십대를 위한 교양문학선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사계절1318문고’는 대부분 번역물이었다는 점이 아쉬운 지점이었다. 실제로 아직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 분야에 뛰어들 작가가 드문 것도 청소년도서 국내물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나는 아름답다’란 책은 청소년도서전문 국내저자를 키우겠다는 출판사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으로 파악되어 관심을 끈다.‘나는 아름답다’를 펴낸 박상률(42)씨가 주목을 끄는 이유도 박씨가 청소년 도서 전문저자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봄바람’이란 소설로 성장기 청소년들의 미묘한 심리와 사춘기의 불안을 잘 그린 바 있다. 박씨는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시집 ‘진도아리랑’,동화 ‘까치학교’ 등을 펴냈다. ‘나는 아름답다’는 사춘기를 지난 고등학생들이 겪고 있는 세상과의 불화,‘내 의지와 상관없이 미끄러지기만 하는 세상과의 관계’를 다룬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우정과 사랑,학교와의 불화가 주요소재다. 마치 소설로 꾸민 TV드라마 ‘학교’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책은 십대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주인공 선우는 특별히 뛰어난 점도,이렇다할 특기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가 우연한 계기로 담임선생님과 불화를 겪게 되면서 사태는 점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악화되어가고 결국 선우는 자퇴한다. 여기서 저자는 선우가 특별히 문제학생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킨다. 단지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는 바로 나다”란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소설에는 왕따,인터넷 동우회,본드흡입하는 아이들,여자친구를 뺏어가는 학우 등 고등학생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양한 삽화를 통해 등장한다. 그러나 ‘조숙한 고등학생’ 선우의 시각으로 비쳐내는 그 삽화들은 마치 작가의 취재기와 개인경험을 섞은 듯한 부조화를 보여준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선우가 생생한 캐릭터로 떠오르지 못하고,작가의 입장이 반영된 ‘어른의 눈으로 만들어낸 고등학생’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의 약점이다.‘나는 아름답다’라고 선언하는 과정이 그럴 법하긴 하지만,특별히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미 선우가 ‘만들어진 어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초장부터 ‘나는 아름답다’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선우를 그려놓는다. 그러나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10대의 삶을 마치 자신의 문제처럼 아파하는 저자의 시선을 담아내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문화일보 00/4/12 배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