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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갈래별 글쓰기

제목 동화의 꾸밈 순서


모든 이야기가 그러하듯이 꾸며서 만든 동화는 꾸미는 순서가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사건처럼 동화도 짜임이 필요합니다. 이를 동화의 구성이라 하는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모아 재미있는 스토리가 되도록 짜맞추는 것입니다. 구성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동화는 네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이야기 시작 부분인 발단, 사건이 얽히고 설켜 갈등이 일어나는 전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절정, 그리고 이야기를 끝맺는 결말로 구성합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기로 할게요.



<기억조각> 남혜

어릴 적의 기억이 어슴푸레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7살이었다. 부모님은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소풍을 가자고 하였고, 난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때의 나는 그저 철없이 웃으며 들떠 있었다. 어린 5살의 여동생 윤재도 2살 많은 나에게 힘겹게 말 하나하나를 내뱉었다. 언니, 소풍 좋아. 나도 좋아, 윤재야. 부모님은 그런 우리의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입가에 웃음을 걸치고 계셨다.


도착한 곳은 놀이공원이었다. 내가 생각한 소풍은 우리 집 근처의 공원에서 간단히 김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의외다. 놀이공원이라니. 부모님은 놀이공원을 싫어하셨다. 산만하고, 시끄럽다며. 의문스러웠지만 촉을 세워 묻지는 않았다. 물었다간,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불안함이 온 몸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나와 어린 동생 윤재를 데리고 어린이용 놀이장으로 들어섰다. 말만 놀이장이지, 밖에 있는 놀이기구를 축소해 놓은 느낌이었다. 미니 범퍼카, 미니 회전목마, 미니……. 모든 것이 작았다. 그저 작았다. 작기만 했다.


엄마가 나와 윤재를 목마 위에 앉혔다. 목마는 차차 돌아가기 시작했다. 느린 속도로 돌아가는 목마에 나는 몸을 맡겼다. 회전 목마지만, 가짜 말이지만, 이 곳이 초원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진짜 말을 타고 초원을 질주하는 기분을 느꼈다. 가짜가 아닌……. 그러나 내 뒤에 있던 윤재가 꺄륵, 웃는 소리에 그 기분은 조각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마는 멈추어 있었다. 회전목마에서 내리지 않고 눈 감은 채 심취하는 표정이었던 나를,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아, 조금 부끄러웠던 그 7살. 소풍 갔던 그 날의 기억은 희미하다. 그러나 회전목마 ‘사건’은 이상하게도 생생하다.


입학식. 초등학교 입학식이다. 나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직 쌀쌀했던 그 날, 나는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빼뚤한 이를 한껏 뽐내며 사진을 찍었다. 꽃다발은 없었다. 살짝 서운했던 그 때의 기억은 여전히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까지도. 엄마는 그 큰 손으로 내 작은 손을 감싸쥐며 1학년 1반 이라고 적힌 교실 앞에 섰다. 교실 앞에 서서 들어가길 망설이는 나를, 엄마는 바라보다 싱긋 웃었다. 같이 들어갈까? 끄덕끄덕. 나는 대답 대신 고갤 끄덕였고, 엄마는 다시금 큰 손으로 내 작은 손을 잡아 주었다. 따뜻했다. 교실엔 처음 보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아아. 무서웠다. 울상이 되어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괜찮다며 말을 걸어보라고 하였다. 마침 옆엔 한 아이가 나를 궁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안녕? 나의 인사였다. 아이는 나를 피했다.


그 피한 아이를 멍하게 바라보자 엄마가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다시 인사를 해보라고 말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거절해야 될 것만 같았다. 거절하지 않으면……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두려웠다. 엄마, 엄마. 나는 엄마가 나간 그 교실에서, 하염없이 엄마의 이름을 불렀다. 엄마, 엄마. 나, 혼자야? 여긴, 너무 무서워. 아이들도 다 차가워 보여. 엄마, 엄마. 그러나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없는 게 당연할 정도로……. 날 교실 밖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면서…… 대답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당시 어린 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아이들이 무서웠다.


입학이 엊그제 같았는데, 졸업식이다. 나는 입학식때와는 달리, 한 손은 브이자를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엔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6년간 자르지 않고 길러온 머리카락은 이제 허리를 찌른다. 중학생이 되면 이 머리카락도 다 사라지고 없어질 것이다. 아, 그 생각에 조금 씁쓸해졌다. 하지만 끝까지 웃었다. 다른 아이들이 울 때, 나는 애써 웃었다. 나는 괜찮다고…….

그렇게, 웃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6년간 함께해온 친구와의 7년을 시작하는 3월이 왔다. 친구와 나와 친구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기쁜 얼굴을 하였다.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행복을 머금은 채로 입학하였다. 비록 반은 다르지만 그래도 우린 아침마다 같이 가자고 약속했고 교내에서도 자주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었다. 학교 규정에 겁먹은 평범한 중학생인 나와 친구는 귀밑 5, 6cm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짧은 머리카락을 날렸다.


……여기 까지가 마지막이다. 난 아직 졸업하지 않았으니까, 중학교 입학식 때까지만 쓸 수 있는 거다. 이제 나는 1학년을 끝마칠 때이면서도, 2학년을 시작할 때다. 그런데 무슨 졸업식 이야기를 써……. 주아가 어릴 때의 특별한 날부터 최근의 특별한 날까지 서술한 공책을 멀뚱 바라보더니 짧게 중얼거렸다. 재미있다. 일기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하지만 일기처럼 다정하게 느껴지는……. 주아가 살포시 웃으며 공책을 덮었다. 이렇게 대학 졸업까지 쓴다면, 이 공책은 기억 조각을 모아놓은 것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