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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지도

제목 모의 청문회(재판) 형식의 독서 감상 지도
작중 주요 인물을 피고로 하여 인물의 행동, 가치관 등을 공개 질문을 통해 비판하도록 하는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비판의식을 높힐 수 있다. 피고 외에도 배심원. 원고. 판사, 변호사등의 역할을 분담하게 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의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 인국 박사에 대한 청문회

- 증인 :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 인국 박사
- 대정여자고등학교 99 겨울 독서교실 『독서 모의 청문회』
- 일시 및 장소 : 2000년 1월 14일 11:00∼12:30, 대정읍 송악 도서관 열람실
- 증인 심문 위원: 김성혜, 배우리(이상 1년), 박순일, 강윤미(이상 2년)
- 위원장: 강효주(2년)
- 증인 역: 김광수 선생님
- 진행 순서
   ·개회  ·국민 의례   ·심문 위원 소개  ·증인 입장  ·증인 선서  
   ·공소장 낭독 ·증인 심문(찬반)  ·마무리(위원장)  ·지도교사 강평  ·폐회

<증인 심문 요지>
위원장:지금부터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아까 들으신 공소장대로 오늘 청문회에 출석하는 이인국 박사는 한마디로 기회주의자의 전형입니다. 오늘 청문회를 통하여 꺼삐딴 리라는 소설의 등장인물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럼 청문회의 순서대로 위원님들께서는 차례로 심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국회 청문회처럼 욱박지르지 말고 질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증인 입장 및 선서 후 심문이 시작된다.)

Q. 증인이 환자를 대할 때병 치료보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먼저 생각하셨는데, 의사로서 그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병원도 하나의 기업입니다. 적자보면서 병원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요즘 세상에 어느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까? 다들 그런데 왜 나만 가지고 야단들인지 모르겠습니다.

Q. '꺼삐딴 리'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며, 어떻게 얻은 이름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소련군 장교의 혹을 수술해 주고 나서 얻은 이름인데, 러시아어로 최고라는 뜻입니다.

Q. 증인께서는 일제 치하와 소련군 점령지, 그리고 월남한 뒤에도 계속해서 철저한 아부로 출세를 거듭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심과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A. 예,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불려 온 것으로 압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어려운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고자 발버둥친 죄밖에 없습니다. 그건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이 탁월했던 것이지 그리 크게 죄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대국 사람들과 친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요즘 우리 사회를 보십시오. 다들 나처럼 미국행 비자 받으려고 미 대사관 앞에서 밤새우고 난리들인데 제가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Q. 딸 나미가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의 기분을 상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사실 코쟁이 사위를 둔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만 그러나 강대국 사람을 식구로 맞았으니 그 덕 좀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Q. 한번도 자신의 이런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에 대해 반성해 본 적이 없습니까?

A. 목숨이 걸린 아찔한 순간에는 가끔씩 반성도 했지만 제 처세술 덕에 이만큼 출세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자신이 대견해지고 자랑스럽습니다.

Q. 형무소에서 병 보석으로 가출옥되었다는 사상범인 중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경제 정도를 따지고, 일본인 간부급이 고객인 병원에 사상범을 입원시킬 수 없다고 자신의 체면만을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모범 황국신민으로서 그 동안 쌓아온 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애걸하는 환자를 매정하게 돌려보내셨더군요. 맞습니까?

A. 예, 맞습니다. 허지만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법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예언잡니까? 해방될 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들 아니겠어요?

Q. 이것은 증인의 반민족적인 태도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만일 그 사상범이 당신의 아들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증인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지요?

A. 그건 좀 억진 데요. 하지만 우리 아들이었대도 그리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오죽해야 하나뿐인 아들까지 모스크바에 유학 보냈겠습니까? 지금도 그 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Q. 증인은 세태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군요. 만일 우리나라가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면 중국어를 당연히 배우겠군요?

A. 당연하지요. 우리 같은 약소 국가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니까요.


Q. 미 대사관에서 브라운 씨를 만나서 선물한 것이 무엇입니까?

A. 국보급 고려 청잡니다.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되어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Q. 증인은 정말이지 철저한 기회주의자요 철면피로군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은 기간 동안 속죄하는 자세로 민족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고 권고합니다. 출세만이 인생의 최고 가치인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심문이 있었지만 생략함>
위원장:증인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철저하게 변명과 궤변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청문회로도 반성을 끌어 낼 수 없을 터이니, 우리 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사법 당국에 위증죄로 고소해야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증인과 같은 반민족주의자가 발붙이지 못하게 우리 자신도 역시 반성해야 하겠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오늘 청문회를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대정여자고등학교/부산시교육청]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 -과연 윤리적 관점에서 허용되는가?

판 사:지금부터 피고 현규 군과 숙희 양에 대한 공판을 실시하겠습니다. 먼저 검사 측 말씀해 주세요.

검 사: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두 피고는 사회적 윤리를 어지럽히고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을 해친 사람으로서 둘은 의붓오누이 사이인데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두 피고인에게 패륜적 범죄의 대가로 실형 3개월에 집행 유예 3년과 이 두 피고를 격리시킬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판 사:변호인 측 말씀해 주세요.

변호인: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피고는 법적인 남매 관계입니다. 그러나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입니다. 그래도 과연 이들이 남매일까요? 물론 사회 통념상 이들은 오누이입니다. 그런 사회의 눈을 피해가며 혹시나 들킬까 두려워하던 그런 마음 고생과 이들의 심적 고통을 헤아려 이들을 인정해 주시길 간청합니다.

검 사:그럼 이들의 부모는 어떠할까요? 아들이 사위가 되고 딸이 며느리가 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두 눈뜨고 지켜봐야 할까요? 이 두 피고는 법적으로도 사회 통념상으로도 남매입니다. 단 유전학적으로만 그렇지 않을 뿐이죠. 앞으로 이런 경우가 생길 때 유전학적으로 남매만 아니면 누구든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변호인:수많은 의붓남매가 있습니다. 그럼 검사께서는 그 많은 남매가 모두 사랑하거나 결혼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런 종류는 극히 드물고 또한 그 드문 종류 중 하나가 이들일 뿐입니다. 또한 단지 법적인 남매란 이유만으로 서로의 행복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검 사:그럼 어떤 사람이 나는 남을 골려 주는 게 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계속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과연 그게 인간의 행복 추구라 할까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에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는 차원 속에서 인간 행복을 추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들의 사랑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변호인:외국에서는 사돈끼리도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사랑해선 안되는 것입니까?

검 사:근친 결혼이 우리 나라에도 존재했었습니다. 왜 폐지된 지 아십니까? 근친혼을 오래 할 경우 유전병을 자손에 퍼뜨릴 위험이 높고, 또한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사회적으로 남매나 사촌 등의 근친혼을 금했구요.

변호인:저는 두 피고인의 부모가 다시 나누어질 것을 요청합니다. 부모의 마음에 자식들이 잘되는 걸 바라겠죠.

판 사: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행복을 이끌어 나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변론을 마치시겠습니까? 변호인 측. 없으면 최후 진술하겠습니다. 최후 진술해 주십시오.

검 사:이 두 피고는 패륜적인 일인 남매간의 이성적 사랑을 했습니다. 그것은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마땅히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옳은 일입니다.

변호인:둘은 비록 남매이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정말 법으로 묶어진 남매입니다. 인간의 행복이 법에 묶이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법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명분에 묶여 실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안됩니다. 고로 저는 이 남매 아니 이 피고인을 자유롭게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재판장:인간의 행복을 위해, 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사회 질서 유지라는 대의를 생각할 때 이 두 피고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고로 이 재판의 판결은 실형 1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이며, 이 둘을 격리시키겠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다시 1개월 뒤 판결을 내리겠습니다.[형지영/통합적 독서 교육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