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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지도

제목 주제식 논술형 독서감상문 쓰기
토론을 통해 주제를 정한 후 논술식 감상문을 쓰도록 하는 방법은 훈련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지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스스로 주제를 정하여 쓰는 논술형 독서감상은 학생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 , 사건 , 글의 구성 등을 파악하면서 논술 거리를 발견하고 논술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밝힐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완전히 방임적인 것으로 중학생 이상의 단계에서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엄석대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타협한다. 화자(한병태)가 엄석대와 타협한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한 예 ]

한병태의 타협

능인중학교 2학년 박서훈

한병태는 이방인이었다. 서울의 큰 학교에서 누구에게도 꿀릴 것 없이 살아오다가 갑자기 시골의 볼품없는 작은 학교로 오게 된 한병태. 처음 그곳에서의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되어 버린다. 다소나마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서울의 공기를 마시다 온 그에게 있어 엄석대의 말 한 마디에 칵같이 따르고, 마치 그를 두목처럼 받드는 교실의 실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엄석대 왕국의 신민이 되기를 거부한 한병태는 실제로 이 투쟁에서 그렇게 깊은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병태의 최초의 투쟁이 엄석대의 독재, 그 자체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서울에 있을 때의 민주적인 분위기에 대한 향수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엄석대라는 너무나 큰 존재에 가려져 버린 개인으로서 차별성을 가지는 그 자신을 되찾으려는 의도에서 한병태는 반 아이들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엄석대에 대한 간접적인 투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엄석대는 나중에 가서는 한병태의 이러한 원초적 욕구를 이용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게 된다. 엄석대와 쉽사리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 힘든 일들이 한병태를 연이어 괴롭히고, 고통 속에서 오기가 발동한 한병태는 어둠 속에서 독재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독재에 대한 투쟁 또한 성공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존재는 오히려 엄석대의 힘을 공고하게 해 준다. 점점 절망에 빠져드는 가운데 한병태는 내면에서 꿈틀대는 원초적 욕구를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한낱 약한 인간일 뿐, 초인일 수 없는 한병태의 한계가 역력히 드러난다. 애초에 독재에 앞선 그의 본능적인 욕구는 특별한 개인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것은 배고픈 자유보다는 굴종의 달콤함으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를 비난만 할 수 없다. 사실 한병태의 선택이 우리들 대부분의 선택인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쓴 극시 ‘대심문관’은 좋은 참고가 되는데, 늙은 대심문관은 양심에 째찍질을 가하게 하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며, 진정한 자유는 사람들의 양심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자만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공허한 천국의 빵보다는 지상의 빵을 추구하며 선악의 의식에 있어서는 선택의 자유보다는 평안함을 귀중히 여긴다. 이처럼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자유로 인한 괴로움보다는 균형잡힌 힘의 체제 안에서 안주하기를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이다. 엄석대는 그가 원하던 것을 주지 않았던가?

한병태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단정도 내릴 수 없다. 자유라는 것은 확실히 이상적인, 인간의 본질적인 의지에 잘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성급하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