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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치료

제목 문학치료와 문학적 경험


변학수(경북대학교 교수)

현대 문학의 심미적 기능은 원시시대의 종교적 기능을 대신한다. 즉, 문학은 그 본래의 기능상 인간의 영혼이나 심리를 치유할 수 있다. 문학의 심미적 기능 또한 고통과 소외, 기쁨과 슬픔 같은 원초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일차적 경험을 연구하지 않고는 성찰영역의 문학이론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 또한 일차적 경험에만 국한하는 일체의 경험으로는 그 자체로서 문학의 특성을 다 말한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성찰을 통한 이차적 경험으로 인도될 때 진정한 문학이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문학이론은 개개 문학작품의 사회적 내용을 파악하는 일에 한정하거나(아도르노), 문학의 일차적 기능을 그 양상대로 분류하여 파악하는 이른바 강단이론으로 대치한 경우(야우스)가 전부다. 이것은 문학이해의 진정한 바탕이 되는 독서행위를 간과하거나,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순수하고도 고상한 철학-미학자, 문예학자의 고상한 입맛을 충족하기 위한 이론에 머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문학은 일차적으로 감정과 사고, 의지를 중심으로 한 심리적-정신적 행위의 소산물이다. 이것은 곧 문예학의 과제가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독서를 위한 연구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 연구는 문학을 심리치료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문학치료 이론을 토대로 하여 문학치료의 실제와 이론을 살펴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문학치료 (독서치료와 글쓰기치료)를 통해서 얻은 경험적 마트릭스를 이론과 접맥시켜 위에서 제시한 문학이론들을 문학의 심리적 기능 면에서 비판하고자 한다. 동시에 살펴보아야 할 점은 문화적 이질성 속에서도 문학경험이 선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일차적 경험(감성적 경험)과 이차적 경험(사유적 경험)이 기존의 이론적 틀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이 연구는 등한시된 문학적 경험을 문학치료의 영역과 대비하여 상호 보완적인 측면에서 문학의 기능을 성찰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우선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 6장에서 제시한 “동정과 연민”의 기능에 관한 해석을 문제 해결의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 이 논문은 1998년도 경북대학교 공모과제 연구비 지원에 의해 변학수 경북대학교 교수님 작성한 것으로 [독일어 문학 제10집]에 실린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