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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과학자의 미술관
글쓴이 황초롱

이성적일 것 같은 과학자가 감성적인 미술을 좋아하고 찾아본다니, 어딘지 어색하다. 과학과 예술의 관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데. 과학자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면 미술가가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고 한다. 미술 작품 감상을 좋아해서 해설집도 여러 권 읽다 보니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보는 방법도 궁금해졌다. 널리 알려진 모나리자, 자주 보는 고흐의 해바라기, 누구나 아는 뭉크의 절규를 과학의 지식으로 바라보면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그래서 <과학자의 미술관>을 읽게 되었다. 

<과학자의 미술관>은 화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의학자가 예술을 찾아 떠나는 책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미술관에 간 지식인>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내용을 뽑아 한 권으로 엮었다고 한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몰랐던 지식을 얻는 즐거움과 미술 작품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유익함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화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미술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물감 성분이 무엇이고, 유화는 언제 만들어졌으며, 세월이 지날수록 그림이 변색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화학자를 그린 그림 등에 대해 설명한다. 미술 재료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표현된다는 점이 새로웠다.

물리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빛을 이야기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이유, 파동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물결, 반사와 투사의 차이를 담은 그림, 차원을 이해한 그림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심하게 빛을 관찰하고 표현한 작품을 보니 미술가에서 물리학자의 면모가 엿보였다.

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거리에 대해 말한다. 착시, 황금 비율, 점선면으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미술 작품이 나온다. 8등신의 이상적인 신체를 그린 뒤러는 수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고 한다. 비율이 맞는 인체화를 그리려면 수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또한 황금비율이 사용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관람 지점을 알아낼 때도 수학은 필요하다. 

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미술 작품에서 전염병, 의사, 병 등을 읽어낸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당시 상황을 그린 미술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초상화에서는 인물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과학자의 미술관>은 미술에서 시작해서 과학으로 갔다가 다시 미술로 돌아오는 경험을 제공한다.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분들께는 미술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고, 미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미술 작품에 담긴 과학적 지식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