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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나무가 있다, 김응교
글쓴이 윤영옥

#나무가있다





김응교의 <나무가 있다>예요.
처음 이 책 정보를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


윤동주 산문인데 지은이가 김응교? 윤동주가 아니고?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단번에 해결됐어요.


​이 책은 윤동주의 산문 네 편을 소개하고 있는데.

윤동주의 산문을 그냥 읽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겠더라고요.

분명 우리말인데, 읽을 수는 있는데, 뜻과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ㅎㅎㅎㅎ


이 책은 윤동주의 산문과 김응교 교수님의 해설이 함께 있는 책이에요.


​단어나 문장의 뜻을 해석한 정도가 아니라 이 글이 쓰여진 당시의 상황이나 윤동주의 행적 등을 조사 연구하여,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그리고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이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등등 윤동주의 삶 전반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어요.


저는 우선 윤동주의 '산문'이라는 데에 관심이 갔어요.
윤동주 하면 자동적으로 시인이라는 말이 따라오니 별 생각 없이 당연히 '시'만 떠올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 게,
사람이 아무리 시인이라도 어떻게 시만 쓰고 살겠어요.ㅎㅎㅎㅎ
당연히 일기든, 편지든 어떠한 형태로든 산문도 썼을 텐데.ㅋㅋㅋㅋㅋ


윤동주 시인의 산문은, 윤동주의 시처럼 아름답고... 슬프더라고요.

​시에 담긴 정서가 산문에서도 느껴졌어요.


"이제 나는 곧 종시(終始)를 바꿔야 한다. 하나 내 차에도 신경행, 북경행, 남경행을 달고 싶다. 세게일주행이라고 달고 싶다. 아니 그보다도 진정한 내 고향이 있다면 고향행을 달겠다. 다음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22쪽)


"나는 곳곳한 나뭇가지를 골라 띠를 째서 줄을 매어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 (97쪽)


"밤은 푸르다 못해 농회색으로 캄캄하나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침침한 어둠뿐만 아니라 오삭오삭 춥다. 이 육중한 기류 속에서 자조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를 나라고 불러두자." (139쪽)


"딴은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석한 것이 못 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써가 아니라 몸으로써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두어서야 겨우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179~180쪽)


​윤동주 시인이 느끼는 상실감, 그리움, 창작의 고통이 그래도 전해져서
윤동주 시인이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얼마나 일관되고 진실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온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
모든 감각이 글을 향해 뻗어 있는 사람.


이런 위대한 작가가 그리 일찍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새삼 날카롭게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