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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비상을 위한 진혼곡 <솔로몬의 노래>
글쓴이 최자민

자유와 평등의 땅 미국이 불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근처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던 시민이 성조기를 불길 속에 던지고 있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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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보며 편협·차별로 점철된 오랜 전통의 인종분리법 (공공장소에서 백인 시설물의 사용과 출입을 금지) 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했으며, 때마침 읽게된 이책이 유용한 보편성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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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토니 모리슨을 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페이지 위에서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었으며 국보급 작가였다”고 돌아본 뒤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호흡한 것은 은총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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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은 내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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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을 위해 신화적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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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날 수 있다고 믿은 한 보험회사 직원이 병원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있은 직후

머시 종합병원에서 흑인 임신부가 낳은 최초의 아기. 이책의 주인공 밀크맨 데드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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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밀크맨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북부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유복한 가정에 자란 밀크맨 데드가 북부와 전혀 다른 낯설고 환대받지못한 남부 흑인 사회의 여정속에서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며 진실된 자신의 정체성과 맞딱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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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메이컨 데드1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땅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다. 그런 아버지때문에 더많은 재산을 긁어모으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아버지 메이컨 데드 2세. 태어날때부터 흑인이었던 사람들과는 달리 3세대 밀크맨 데드는 미국 사회에 없었던 흑인 중산층에 속한다. 특별한 억압도 없고 도시 흑인사회에서 특혜를 누리지만, 그의 안락의 댓가는 흑인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 있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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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마디해주지, 이 친구야. 깜둥이들은 이름도 다른 거 얻을 때처럼 얻는 거야. 최선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라고.”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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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인간관계는 이 문제로 귀결되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내 목숨을 살려줄 겁니까, 아니면 빼앗을 겁니까?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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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뿌리와 가족의 역사를 마주하며 밀크맨은 핍박과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는 동족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끼게 된다.

소설속에는 고통스럽고 고립된 삶을 사는 많은 흑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모리슨은 이책을 통해 증오와 분노 대신 사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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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대로 모리슨은 박해와 설움의 역사를 인정하지만 그 역사 인식이 증오나 피해의식으로 귀결되지않고 삶을 긍정하고 미래를 열어주는 비전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암묵적인 소망이 그것이다. 자신의 과거와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밀크맨의 비상과 도약을 응원하며, 길고긴 차별과 억압, 그리고 불공정의 역사가 이제는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솔로몬의 노래>는 솔로몬의 아내인 술람미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로 구성된 구약성서의 <아가>를 의미하며 2부 후반부 밀크맨의 과거가 담겨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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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말로 사랑 때문이니까. 사랑이 아니면 달리 무엇 때문이겠어?”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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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을 알았다면 좋았을걸. 그들을 모두 다 사랑했을 텐데. 더 많은 사람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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