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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화 “조커”가 시사하는 점.
작성자 이종화 작성일 2020-01-02
작성일 2020-01-02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코믹스 잡지로 발간되어온 히어로 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 유행이다.

히어로 영화의 지속적인 흥행으로 인해 관련 영화가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그러한 영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대중들은 히어로 영화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몇 달전, 영화 조커가 개봉하였다.

 

이 영화는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되었고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주제가 너무 민감하여 사회적,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고,

대중에게 수년간 아쉬운 평가를 받아왔던 DC코믹스 영화가 베니스 상을 받아 팬들에게 감탄을 주었으며,

최근 할리우드의 트렌드인 코믹스 기반의 영화 (이하 코믹스 물)와 유니버스 형태의 영화 (여러 영화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필자는 조커를 두 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영화계의 사건들과 그것에 대한 의견을 서술할 것이다.

 

 

I. 대중의 영화로서 조커가 시사하는 점.

 

1950년대, 세계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대중들은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슈퍼히어로 만화는 대중들에게 승리감과 통쾌함을 안겨주었고, 히어로 장르의 코믹스가 흥행해왔다. 세월이 지나가며 영화를 촬영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해 갔고, 판타지, SF 성격이 짖은 슈퍼히어로 코믹스 들의 영상화도 날이 갈수록 발전해 왔으며 대중들은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소비해왔다. 이러한 소비가 이어지며 코믹스 기반의 영화는 오늘날까지 생존해왔다.

 

조커는 이런 코믹스 기반의 영화에 속하며 DC코믹스가 만든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작에서 조커는 광기에 사로잡히고, 사회에 섞이지 못하며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로, 슈퍼히어로 주인공을 부각하기 위한 매력적이고, 인상깊은 악당으로 보여져 왔다.

영화 조커에서도 조커는 그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기존의 조커 캐릭터와는 차별점이 있다.

기존의 조커 캐릭터는 주인공(대개 배트맨)을 강조하기 위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조커에서는 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며, 이 캐릭터의 기원을 다룬다.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는 영화를 만들 때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택시 운전사코미디의 왕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확실히 조커를 보고 난 후에는 두 영화의 유사점을 알 수 있었다.

택시 드라이버는 사회가 타락해간다고 느끼고, 그 사회에 섞이지 못해 마지막에 범죄를 저지르지만 대중에겐 영웅으로 추앙받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코미디의 왕은 코미디의 최고봉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며 남에게 해를 끼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결국에는 선을 넘어가며 꿈을 이루려다가 범죄자가 되지만 항간에서는 유명인사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조커는 두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용해 조커라는 캐릭터에 주입했다.

하지만 조커는 위 두 영화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위 두 영화는 시점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등,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주지만, “조커는 주인공 아서에게만 초점을 맞춰 영화 내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극중에서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아서에게만 고정시키며, 그의 심리와 감정을 아낌 없이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기승전결을 보이며 아서의 심리가 점진적, 점층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마지막에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점은 조커를 훌륭한 작품으로 빛나게 하지만 문제점을 만들기도 한다.

조커의 전개 방식으로 인해 관객들은 아서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게 되며 동정심을 가지고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아서는 가해자로 인해 해를 받는 피해자로 자주 묘사가 되며, 영화가 전개되며 아서가 처해지는 상황이 점점 악화되며 캐릭터에 보다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한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일반인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지만 이러한 전개를 통해 관객들은 조커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도입부에 사회의 문제점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여줌으로써, 감독의 의도는 조커가 처한 상황을 보며 사회의 일면을 보자는 의도를 보여주지만 이러한 전개는 작중 조커의 악행에 당위성을 느끼는 관객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전개적 특징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조커는 범죄자를 미화한다거나, 실제 사회에서 아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여론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여론에 동의하는 영화 비평가들도 존재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조커에 낮은 평가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영화 하나에 너무 과한 추측과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총기 소지가 불법이 아닌 여러 국가에서는 총기 난사 범죄는 매우 두려운 사건이며, 영화로 인한 모방범죄로 총기 난사 사건이 생긴 여러 사례들도 존재한다.

킬러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올리버 스톤의 킬러로 인해 10대들의 총기 난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으며, “엘리펀트의 총기 난사 장면만 보고 총기 사건을 일으킨 모방 범죄가 발생하는 등, 영화에 의한 모방범죄에 대한 선례가 존재했다.

조커에 경우도 특정 단체에서 조커가 상영중인 극장에서 대규모 총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으며, 미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미군들에게 주의를 주고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리는 등 지금도 영화에 의한 모방범죄에 심각성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 해볼 수 있겠다.

먼저, 영화는 단순히 스토리를 담는 영상물로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영화에 의한 모방범죄가 생기면 영화는 비난 받아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다.

영화가 정말 범죄에 동기를 부여한 것일까? 범죄에 대한 동기가 되면 영화의 제작진들은 질책 받아야 하는 걸까?

토드 필립스는 한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노래 가사와 책을 잘못 이해하는 것처럼 영화도 그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객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감독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커를 보고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어떠한 것으로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이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매개체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조커와 같은 영화가 동기를 부여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최대한 범죄를 미화할 수 있는 장면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종종 이야기의 매력적인 전개를 위해 악을 웅장하고 매혹적으로 그리는 병폐가 존재하며, 조커의 결말 부에서, 시위단이 조커를 환호하는 장면도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의 말처럼 사회의 문제를 전부 영화의 책임으로 떠맡게 하는 것은 매우 가혹하고 안이한 처사이며, 영화의 문제가 아닌, “조커와 같은 영화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I. 할리우드에서 조커가 시사하는 점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믹스, 슈퍼히어로 영화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여론이 짙다.

다크나이트로건은 단순히 히어로가 등장하는 SF영화가 아닌, 사회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의미 있는 영화라는 평이 많은 반면에도, 아카데미 수상을 받지 못했고, 반대로 블랙팬서7개 부문이나 후보로 올랐지만 영화의 작품성 보다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만을 보고 높게 평가했다는 느낌이 크다.

이러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와중에 조커의 수상은 매우 반갑다.

할리우드에서 코믹스 기반의 영화는 어쩌다가 이러한 취급을 받게 되었으며 조커는 기존의 영화들과 무슨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최근의 할리우드는 매우 매우 산업적으로 돌아간다.

영화 제작에 돈이 매우 우선시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특정 시도가 성공하면, 그것이 할리우드 시장의 트렌드가 된다.

반지의 제왕이 성공했더니 할리우드는 판타지 소설에 집착했고,

해리포터가 성공했더니 할리우드는 YA소설에 집착했으며,

마블의 영화들이 성공했더니 할리우드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들에 집착했다.

 

조커는 마지막 사례와 엮어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코믹스 회사 마블이 스튜디오를 세우고,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크게 성공하자 마블과 같은 코믹스 회사인 DC코믹스 또한 마블의 트렌드를 따라갔다.

따라서 현재에는 두 코믹스 기반의 영화들이 경쟁을 하고 있으며, 여러 차이점을 보여준다.

일단 마블은 디즈니 산하에 존재하므로 동심을 파괴하는 것들에 대해 매우 인색하다. 청불 영화 같은 것 말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영화들은 흡연 장면이 절대로 묘사되지 않을 정도로 제제가 엄격하다. 이러한 제약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감독의 표현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에 마블은 모든 캐릭터에게 보편적인 이해와 공감이 가능하도록 인간성을 부여하도록 노력한다.

반면에 DC는 캐릭터를 다루는 데 매우 과감하다.

예를 들어 맨오브스틸에서 슈퍼맨은 악당과의 싸움에만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주변 환경을 파괴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놓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비영웅적인 면모, 대중에게는 어색한 슈퍼맨의 이미지를 보였다.

배트맨 vs 슈퍼맨에서는 배트맨은 갑자기 염세주의를 보이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냉혈한으로 그려졌다.

DC가 자신의 영웅들은 무관용을 내세운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관객들을 당황하게 한다.

마블의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가 악당인 벌쳐를 구하고,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블랙팬서가 악당인 제모 남작의 자살을 막으며 인간성을 강조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물론 DC의 캐릭터에게 과감한 설정을 부여하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그러한 설정이 이야기에 온전히 담기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큰 문제다.

맨오브스틸에서의 슈퍼맨의 실수들은 배트맨vs슈퍼맨에서 배트맨의 증오의 원인 제공에 그치며, 그 때의 사건은 뒷전이 된 채 렉스 루터라는 새로운 캐릭터에 의한 사건에만 집중한다.

영화가 유기적으로 짜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마블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벤져스의 히어로 활동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생긴 사건이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전체 이야기를 지배하는 등 DC의 영화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DC는 왜 이러한 실수들을 하는 것일까?

필자는 결국 마블의 트렌드를 성급히 따라가느라 저지른 누라고 생각한다.

DC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마블에게 얽메이지 않는,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구애받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조커.

DC의 캐릭터에게 과감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한다는 점은 의미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했으며, 이전처럼 다른 영화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본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여러 설정들을 이야기에 잘 녹여낼 수 있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현재의 마블은 결코 조커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디즈니에서 제작된다는 점이 여러 제약을 낳고 있으며,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으므로 특정 캐릭터에 과감한 설정을 부여해 독자적으로 튀는 영화는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현재의 할리우드는 이전 영화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새로운 방향들이 제시되고 있다.

 

 

III. 결론

 

조커는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영화지만 최근의 사회와 할리우드의 경향에 의해 더 조명 받는 영화인 것 같다.

, 영화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에, 사회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2시간 가량의 시간을 들여 영상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영화의 상영이 끝난 후에, 영화를 같이 본 친구와 영화에 대해 토론하고,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공감하고 새롭게 알아가며, 사회에 주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 까지가 관객인 내가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조커는 나에게 즐길거리를 많이 주었으며 사색할 주제를 많이 던져준 것 같아 한동안은 즐거웠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은 아직도 많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러한 엇갈리는 평론도 우리가 영화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영화가 시장에 많이 나오며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