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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폭설 (2021년 1월 6일 월요일 일기)
작성자 박연아 작성일 2021-01-31
작성일 2021-01-31

 "누나! 빨리 와!"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는데 갑자기 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혼자 놀다가 또 다치기라도 했나,
놀라서 급히 달려가 보니, 동생은 창문에 코를 박고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눈이 온다!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던 눈이, 나에게 미소지으며 땅에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었다. 우리는 당장 옷을 차려 입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밖은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눈이 내려앉은 세상은 너무나 하얗고, 깨끗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를 탓하며 헐뜯고 비난하며 매사 투덜거리고 있다. 어쩌면 그런 미운 것들을 감쪽같이 덮어주려고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걸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목이 눈에 파묻혔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수한 눈에는 나와 동생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우리는 신이 나서 뛰어다니다가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 눈사람은 외롭게 서 있는 옆 나무의 말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눈이 녹아 질척거리고 기분 나쁜 갈색으로 변했다가 마침내 녹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 이 눈이 깨끗하게 녹고 나면, 덮여 있던 이 자리의, 우리의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 또한 모두 함께 말끔히 증발해 버릴 테니까.


(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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