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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슈퍼버그 / 맷 매카시
작성자 노문희 작성일 2020-08-11
작성일 2020-08-11


분단국가이기에 항상 전쟁을 염려하면서도,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나 다른 대륙의 국가들까지 이 전쟁이 일어나도록 가만히 두지 않을 거로 믿었다. 오늘날의 전쟁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전쟁 상황의 모습을 잘 생각하지도 않았다. 금을 사두어야 한다, 현금은 휴지조각이 된다, 생필품을 쌓아두어야 한다는 등등. 이런 일이 내 앞에 펼쳐질 거로 생각한 사람 얼마나 될까? 이번 전 세계를 공포에 떨며 뒤흔든 ‘코로나 19’는 마치 전쟁 상황을 눈앞에서 보게 해준 거 같다. 세상에나, 마스크를 사려고 몇 시간을 줄 서는 경험 해본 적 있던가? 자주 사용하던 소독용 에탄올이 거의 두 배의 값으로 오르고 그마저도 품절이라는 답변을 듣고 황당했던 적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세계로 이끈 이 바이러스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017년 세계보건기구가 슈퍼버그 12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매년 70만 명이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슈퍼버그의 등장은 다양하고 그 속도도 빨라져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이 슈퍼버그가 무엇이더냐. 항생제 내성이 있는 신종 박테리아로, 20세기 의학의 기적을 일으킨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 이후로 항생제 개발과 무분별한 사용의 결과로 만들어진, 박테리아가 진화한 결과이다. 백신이 존재하지 않고 변이된 슈퍼버그.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공포를 일으키는 이것에 인류의 목숨은 위태롭다. 저자와 그의 동료들은 이 슈퍼버그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려고 고군분투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하나의 항생제를 개발하면 인류의 건강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끝날 것 같은데, 이놈의 바이러스는 신종의 출현과 변이를 거듭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의학의 연구와 노력 역시 멈출 수 없는 장거리 레이스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임상시험을 통해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인류의 안위를 도모하는데, 이 책은 그가 진행하는 임상시험의 기록이면서 그 지난한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는 신약 ‘달바반신’이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투약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들려준다. 어떤 사람들이 이 임상시험에 참여할까? 대상자는 복합성 피부 연조직 감염증이라는 난치병에 걸린 환자들이고, 저자는 그들을 참여시키면서 각 개인의 인생사까지 함께 듣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도한다. 그들 모두가 이 임상시험을 무사히 통과하여 살아남기를, 못된 병을 이겨내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를. 저자는 항생제의 개발 역사도 같이 풀어내고 있는데, 이는 인류가 진보하면서 함께 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페니실린에서부터 항진균제인 니스타틴, 항생제인 반코마이신 같은 약들. 이렇게 항생제가 꾸준히 개발되어야만 했던 이유가 인류의 진보와 그 맥락을 함께한다는 게 무섭다. 인류가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는 환경이 되었을 테고, 그에 따라 새롭고 변화하는 바이러스의 등장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슈퍼버그의 존재는 우리 인류가 영원히 같이해야 할 존재인가?

 

사실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단다. 그 후로도 산발적으로 나타나곤 했는데, 그게 1990년대 이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상업적 농업의 확산에 있다고 말한다. 흔히 보는, 식용과 판매를 위한 동물의 사육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동물의 생장을 인간의 의도대로 조절하려다 보니 항생제의 필요성은 커졌고, 그에 박테리아들이 항생제의 약효와 싸우면서 빠르게 변이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지구 구석구석에 퍼진 박테리아들이 지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그래서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슈퍼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라고. 처음, 병상에 누워있는 병사들이 파상풍이나 패혈증으로 죽어가는 것을 막고자 발견한 항생제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쓰인 건 맞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 속도에 따르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 역시 인간이었다는 걸 이 책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인간 중심으로, 인류의 발전과 변화와 편리함은 분명 좋은 것이라고 여겼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도 없다. 인류가 항생제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지금 우리가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것 역시 사실이니까 말이다.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재앙을 인류에게 가져올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끊임없이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가 개발하고 사용하는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슈퍼버그. 아무리 경고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위험해도 필요한 순간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슈퍼버그의 등장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고, 우리는 그 속도에 뒤지지 않게 계속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 속도가 같지 않다. 인류가 더 빠르지도 못하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속도보다 내성이 생긴 병원균의 등장이 더 빠를 것이기에 말이다. 그 경제성 때문에 제약회사가 항생제 개발에 망설이기도 한다는데,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인류의 숙제를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서로가 머리 맞대고 꾸준히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는 목적은 같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19’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은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고, 친한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움에 떨게 한다. 심지어 가족 모임도 안 한다고 하는 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이 위기가 계속될까? 아마 지금 사태에 관해 종식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확진과 사망자가 줄어들 뿐, 이제 ‘코로나 19’는 감기처럼 우리 옆에서 언제 어디서든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이 될 것 같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저자가 시도하는 또 다른 연구는 항생제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이 상황을 종식할 수만 있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버그의 출현을 막을 수만 있다면 다행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