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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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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토속적, 신비적 분위기를 주조로 하고 있다. <무녀도>는 토속적 배경 위에 괴기성을 동반한 샤마니즘적인 신비성을 형상화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인물의 설정에서부터 토속적, 신비적 색채가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 서두 부분의 '무녀도' 그림 소개와 함께 나귀를 타고 나타난 낭이와 그 아버지의 행색을 소개한 부분도 그런 색채와 분위기를 살려 내고 있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로서 서두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보이고 있고, 내부 서사는 전지적 시점으로 되어 있어 모화와 욱이의 신념과 갈등이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이야기의 실마리 →내부 이야기→ 후일담'으로 요약되는데, 물론 주요 갈등은 내부 이야기속에 나타나 있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 인물은 모화, 욱이, 낭이 등이다. 낭이는 비교적 주변적 인물로서 모화 모자의 비극적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고 사건의 핵심에는 모화와 욱이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모화이다. 모화의 인물 소개 부분에는 그녀의 신비스러운 영감과 수수께끼 같은 행위, 생활 태도 등이 나타나 있는데 이 자체가 이 작품의 샤마니즘적 괴기성과 신비성의 출발점이 된다. 또 이 인물 소개 부분은 마지막 부분, 즉 모화가 물에 빠져 죽는 부분과 묘한 대비를 이루어 모화를 더욱 신비적, 샤마니즘적 인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흔히 이 소설은 재래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의 대립과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모화로 대변되는 무속 신앙과 욱이의 기독 신앙이 충돌하면서 빛어지는 갈등과 비극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이다. 모자간의 혈육 관계마저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종교적 대립이 큰 테마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달리 생각하면 이들 모자는 자기의 영역과 신념을 지키려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인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서구적인 문물이 재래의 가치관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던 개화기가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화의 세계는 그녀의 의지나 노력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세계의 힘에 의해 위축소멸되어 가는 운명에 놓일 수밖에 없다. 모화에게 있어 욱이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자식이지만 그가 그녀의 영역을 침범하고 무너뜨리려는 신세력으로 인식되었을 때, 그는 이미 모화의 아들이 아니라 그녀의 극복해야 할 적이 되고마는 것이다.
모화와 욱이의 인간적 갈등은 모두 그들의 종교적 신념 속에 묻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모화가 굿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다든가, 욱이가 더욱 파리하게 수척해 간다든가 하는 사건에서 우리는 그들의 인간적 번민과 갈등을 읽을 수 있다.
또 낭이가 배가 불렀다는 소문은 낭이와 욱이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으로,어머니의 신명에 동화되어 발가벗고 춤을 추기도 하지만 이미 낭이도 욱이의 편이 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화는 그녀의 영역과 세계를 지키는 데 실패했으며, 그 쇠망이 필연적으로 도래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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