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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의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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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의 정조｣는 1940년 ꡔ문장ꡕ에 발표된 단편으로. [삼국사기]의 열전에 기록된 ｢도미전｣에서 취재한 일종의 단편 역사물이다. 1930년 무렵부터 서재에 칩거하여 한국의 역사와 고전에 몰두한 박종화는 후일 풍부한 사실에 입각한 역사 소설을 창작하는데, 당시 매일신보에 영산군 당시의 비참한 사실을 취재한 ｢금삼의 피｣를 발표한 이후 ｢대춘부｣, ｢전야｣ 등의 장편 대작을 정력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역사 소설의 저류에는 민족주의가 흐르고 있고, 역사 속에서 민족의 얼을 찿고, 선과 악의 대결 속에서 인간성을 탐구 개조하려는 그의 문학관이 밑바침되어 있다. ｢아랑의 정조｣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선 ꡔ삼국사기ꡕ의 내용을 보면 이렇다.
백제 개루왕 때에 도미라는 평민은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 부덕이 있어 사람들의 칭송은 받았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지만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하니, 도미가 대답하기를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를 시험하기 위하여 개루왕은 도미를 머물러 있게 한 후 신하를 왕으로 분장시켜 도미의 아내에게 보내 “도미와 내기하여 내가 이겨 너를 궁녀로 삼게 되었으니 너의 몸은 내 것이다.” 하였다.도미의 아내는 교묘히 몸종을 단장시켜 대신 모시게 하였다. 뒤에 속은 사실을 안 개루왕은 크게 노하여 도미에게 죄를 씌어 두 눈을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작은 배에 태워 띄어 보냈다. 한편 도미의 아내는 궁중을 탈출하여 강가에서 통곡하니 빈 배 한척이 오기에 타고 천성도에 이르러 남편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고구려 땅에 이르러 그 곳에서 살게 되었다.
이는 도미처(ꡔ삼국사기ꡕ에는 ’도미처’로 되어 있다.)의 정철에 관한 기록인데 이를 ｢아랑의 정조｣에서는 ‘아랑’이랑 구체적인 이름을 부여하여 다음과 같이 소설화하였다.
백제의 미인 아랑이 예쁘다는 소문이 방방곡곡에 자자하게 퍼졌다.아랑의 남편 도미는 솜씨있는 목수로 그의 이름이 백제 서울에 널리 알려져 유명하였지만 그보다는 예쁜 아내를 가진 청년 도미로 이름이 더 높았다. 도미는 오히려 이때문에 괴롭고 무서움을 느꼈다. 목수 도미의 아내 아랑이 예쁘다는 이 나라 왕 개루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개루는 여색을 좋아하는지라 신하는 백제의 미인 이야기를 하다가 목수 도미의 아내에게로 옮아갔다. 드디어 개루에게 아랑은 끌려가지만 아랑은 끝까지 정조를 지킨다. 아랑은 눈먼 도미의 손을 이끌고 원수의 백제 땅을 버린 뒤에 거지가 되어 고구려 땅으로 들어간다.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정조를 고수하고 끝내는 도미를 찾아 탈출하는 아랑의 아름다운 부덕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미인 아내를 둔 탓에 운알을 뽑히면서도 자신의 아내만은 결코 변심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목수 도미, 장님이 된 남편을 극적으로 만나 걸식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아랑의 사랑은 우리 여성들의 전통적인 갸륵한 정조 의식의 상징으로 승화되었다.
[청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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