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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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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3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 ｢탈출기｣는 최서해의 대표작이자 초기 신경향파 소설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전체 여섯 개의 단락으로 나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박군은 가족을 위하여 탈가를 반대하는 김군에게 필을 들어 자신이 탈가한 이유를 밝히겠다고 한다. 2)박은 5년전 절박한 생활에서 새희망을 찾아 가족을 데리고 간도로 떠났다.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글도 읽어 무지한 농민을 가르쳐서 이상촌을 건설하리라 꿈꾸었다. 3>이상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일자리도 못얻어 전전했다. 호구하기 위하여 온돌장이가 되고, 어머니와 아내는 삯방아를 찧어 연명했다. 그들이 배를 주리고 남의 멸시를 받는 것이 괴로웠고, 아이를 맨 아내가 며칠을 굶고 길바닥에서 귤껍질을 주워 먹은 것을 알았을 때는 이를 갈고 주먹을 쥐었다. 4)대구어 장사로 바꾼 콩으로 두부 장사를 시작했다. 산후 조리는 커녕 진종일 맷돌을 돌려 기껏 이삼십전 남은 돈으로 호구했다. 그나마 두부 만들기에 실패하면 쉰두부물로 끼니를 떼우고 지내자니 아이는 젖달라 밤새 빽빽거린다. 5)아내와 두부를 만들 땔나무를 주인 몰래 하러 가면 어머니는 애를 업고 떨면서 또 붙들릴까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다. 경찰서에 여러번 잡혀가 맞았고 더러 애매하게 나무 도둑으로 몰려 매를 맞아도 호소 할 곳이 없었다. 6)추위와 굶주림이 극심해 강도질이라도 해야 할 판으로 절박했다. 세상에 충실한 대가가 멸시와 학대인 데 대한 울분으로, 험악한 제도의 희생자로 살 것이 아니라 거짓과 게으른 자를 옹호한는 그 제도를 부수기 위해 탈가를 결심하고 ＸＸ단에 가입하였다.
이 작품은 주인공 박이 극도의 빈궁에 시달리는 가족을 버리고 ＸＸ단에 가입하여 사회운동을 하게 된 이유를 친구인 김군에게 고백하는 서간문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가난과 사회제도의 불합리화 때문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의 고백이라 할 수 있다.이는 바로 서간문이란 형식을 통해 개인적인 체험을 민족적인 문제로 확산시키고, 여기에서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이다. 서간문 형식이라는 것은 소설이 지닌 일반적인 허구보다는 사실성에 입각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내용의 전달을 중시하면서 사건의 전개보다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독자에게 전달하므로써 주인공의 자각을 보여주어 이를 통해 독자들의 자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서해의 경우 확실하게 성공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프로 문학처럼 목적 의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최서해의 경우, 빈궁을 처절하게 체험한 사람이 그것을 허소하고 절규하면서 발언하는 소박한 반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빈궁의 원인이 ‘어떤 험악한 제도’에 있다는 의식은 빈궁에 대한 의식이 싹트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험악한 제도를 사회 체제나 경제구조의 소산으로 의식하였을 수도 있고, 주인공이 ‘ＸＸ단’에 입단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제 시대에 대한 시대 의식의 소산으로 파악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빈궁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 빈궁에 대한 반항리 개인적 차원의 것이고 자연발생이라는 점에서 프로 문학 초기 단계인 경향 문학의 한 양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청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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