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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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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는 1970년 10월 {월간중앙}31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5·16직후 농어촌 고리채 정리라는 명목으로 피해를 본 머슴과 주인 사이의 갈등을 통해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점을 파헤치고, 소외 계층의 애환을 그린 전형적인 농촌 소설로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이문구의 소설 세계는 전통적인 농촌이나 어촌, 혹은 산업화의 소외 지대인 도시의 변두리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요설 문체와 지방 토속어를 구사 함으로써 고향의 정감을 상실해 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비애 등을 소재로 형성화하여 도시의 저변층이나 농민들의 파탄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특징을 보여 준다. 특히 작가 특유의 토속어로 포착해 내고 있는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관한 충분하고 섬세한 묘사,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과 정감에 대한 묘사는 사라져가는 전통적 세계의 향수를 자아낸다.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암소]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올해 쉰둘인 황구만은 전형적인 농사꾼으로 성실 근면하며 자신의 분수를 알고, 가정 교육에도 각별히 정성을 쏟아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그러한 황씨가 선출이의 일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박선출은 머슴살이 4년에 모은 8만원의 거금을 군에 입대하면서 주인 황씨에게 제대할 때까지 맡긴다는 조건으로 삼부 이자로 주었었다.
황씨는 그 돈으로 소창직 직조틀을 서너 대 장만하여 가내 공장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공장이 잘 돌아갔다. 오래잖아 선출이한테 빚으로 쓴 돈도 이자부터 본전까지 깨끗이 밑닦을 수 있으리라 싶은 판세였다. 그런데 인근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비싼 임금을 찾아 직공들이 모두 떠나버려 일손도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카시미론의 물결이 휘몰아치면서 소창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어 선출의 이자는 커녕 원금도 갚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오일육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 농어촌 고리채 탕감이라는 혜택을 입게 된 황씨는 송아지를 한 마리 키워서 원금을 갚기로 선출이와 합의를 한다.
선출이는 여전히 황씨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주인인 황씨와 함께 열심으로 송어지를 키운다.
황씨는 농부의 본성에 입각하여 소에 대한 애정으로 온갖 정성을 쏟았고, 선출은 육개월이나 교재하고 있는 신실이와 서울로 올라가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려는 희망으로 송아지에 모든 정성을 쏟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성장한 암소를 극진히 먹여 심하게 부린 날이면 막걸리를 먹여 재우기도 했다. 이렇게 정성을 쏟은 암소가 송아지를 배게 되자, 당장 소를 팔고 싶은 선출이와 송아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황씨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다시 자리잡는다.
황씨 집에서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고사가 있던 날, 음식을 준비하던 황씨아내 고랏댁은 술을 거르고 남은 지게미를 소 여물통에 뇨 아 둔다. 이것을 맛본 암소는 헛광으로 들어가서 술독을 몽땅 비워버린다. 고사판은 엉망이 되고, 타작 마당에서 주정을 부리는 소에 사람들이 매달려 붙잡고 늘어진다. 이윽고 소가 탈진해 쓰러지자 모닥불을 피우고 녹두를 갈아 소에게 먹였으나 소는 움직일 줄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속으로 곰국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술 취해 죽은 소를 탄식하고, 몸부림치는 선출이 곁에서 신실이마저 신세타령 삼아 목놓아 울어 댄다.
이 소설은 두 인물의 상이한 입장을 치밀한 심리 묘사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인물들이 구사하는 충청도 토속어는 작품 전체를 훈훈하고 구수한 분위기로 몰아가며 여유를 갖게 한다.
이 소설은 농촌의 궁핍한 실상을 다루면서도 건조한 비극으로만 끝내지 않고 사람들의 정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작가의 풍부하고 해학적인 토속어의 구사에 기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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