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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의 언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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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동화작가
사랑과 증오가 휘몰아치는 폭풍의 언덕
사랑이란 흔히 아름답고 고귀하다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법은 우리에게 강력한 충격과 생사를 넘나드는 전율스런 마력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병약하고 침거 생활로 일관한 영국의 규수 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는 30세의 일기로 요절하기 직전에 연애 심리 소설의 금자탑을 쌓았는데, 영국 요크셔 지방의 황량한 자연을 배경으로 쓴 사랑과 증오의 대서사시 <폭풍의 언덕>이 그것이다.
언쇼 씨가 주인인 조상 전래의 저택 '워더링 하이츠'에는 열살 된 아들 힌들리, 여섯 살인 딸 캐서린, 그밖에 농사일을 돌보는 집사와 하녀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언쇼 씨가 길에 버려져 있던 히스클리프를 주워옴으로써 이야기는 시작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듯 싶은데, 그는 성질이 거만하고 악독한 데가 있지만 언쇼 씨 생전에는 자식 취급을 받으며 비교적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언쇼 씨 부부가 죽고 나자 아들 힌들리가 가업을 계승하고는 히스클리프를 머슴처럼 부리며 학대한다. 그리하여 그는 차츰 음침하고 고집스럽고 복수심에 불타는 청년이 되어 간다.
활달하고 천진스러운 캐서린은 '항상 유쾌하며 쉴새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웃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와 똑같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투정을 부리고, 말썽꾸러기에 말괄량이긴 하지만, 마을에선 가장 아름다운 눈과 귀여운 미소와 상큼한 다리를 가졌고' 유일한 말벗이며 마음에도 맞는 히스클리프와 짝이 되어 들판을 누비며 성장한다. 이런 둘 사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열렬한 사랑이 자연스레 싹튼다.
그런데 캐서린은 어른이 되면서 이웃 '그렌지' 저택의 에드가에게 마음이 기울어진다. 에드가의 핸섬하고 교양인다운 태도에 호감을 느낀 것이다.
캐서린은 하녀 넬리에게, 에드가의 청혼을 받아들이겠다는 뜻과 함께 히스클리프를 불결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엿들은 히스클리프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간다. 그 후에 곧 캐서린은 에드가의 아내가 되어 시누이인 이사벨라와 함께 그렌지 저택에서 살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 홀연히 히스클리프가 그곳을 찾아오는데, 그는 어디선가 거금을 벌은 듯 행동거지가 억세고 당당하게 나온다.
캐서린의 오빠 힌들리는 외지에서 아내를 얻은 후 아들을 낳았지만 부인과 사별하여 홀아비가 된 처지다. 그리고 술과 도박으로 외로움을 달래던 중이라 거금이 있음직한 히스클리프를 자기 집에 다시 묵게 한다.
히스클리프로서는 옛 원한을 갚기에 적절한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서 힌들리에게 도박 자금을 계속 빌려주고 저당을 잡고 하여 결국 워더링 하이츠를 자기 집으로 만드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에드가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꾀어내어 결혼을 한다. 그 모든 것이 자기와 캐서린과의 사랑을 훼방놓은 자들에 대한 복수의 방편이었으므로 이사벨라를 사랑하기는커녕 혹독하게 냉대한다.
꿈에도 못 잊을 히스클리프를 재회하고부터 캐서린은 옛 사랑의 불씨로 인해 시름시름 앓는 날이 많아진다. 어느 날 에드가가 집을 비웠다는 걸 안 히스클리프는 병약한 캐서린을 찾아가 부둥켜안고 같이 도망칠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에드가의 딸인 캐시를 낳은 후 숨을 거둔다.
캐서린이 죽은 후 히스클리프의 사랑과 증오는 확산을 거듭한다. 자기의 아들을 가혹하게 대하는가 하면, 힌들리와 캐서린 남매, 에드가와 이사벨라 남매 모두 저 세상으로 간 이후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마적 기질을 발휘하여 자못 폭풍의 언덕에 섬광을 일으킨다.
병약한 인간과 강인한 생명력의 대비, 극단적인 사랑과 증오의 교차, 낭만성이 충일하면서도 격정과 박력이 소용돌이치는 묘사로 인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육신과 영혼을 종횡으로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히스클리프는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예전에 자기가 수모를 당했던 그대로 무식쟁이 머슴으로 만들고, 에드가와 캐서린의 딸인 캐시는 원수의 씨처럼 미워하며 한 집에서 보낸다. 이기적인 광신자인 집사 조셉 영감과 아울러 집안 어느 곳에도 인정과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중오와 파멸만이 가득할 뿐이다.
사악한 심혼으로 썩어문드러진 히스클리프는 차츰 사람이 싫어지는 것과 반비례로 죽은 애인 캐서린에 대한 사모의 정만 깊어간다. 때로는 캐서린의 환영을 보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식음을 전폐하고 그 무덤 속을 파헤치며 그 환상 속에 죽어간다.
그런데 주인공 히스클리프가 죽은 후 캐시에게 참다운 영혼이 소생한다. 고종 오빠이기도 한 헤어튼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새 삶에의 희망을 심어 주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나중에 가서는 결혼을 하고, 그렌지 저택에 새롭고도 행복한 가정을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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