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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로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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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스물두 살인 제르베즈에게는 여덟 살짜리와 네 살짜리의 두 사내아이가 있다. 정식결혼을 하지 않은 그녀의 남편 랑티에는 스물여섯 살의 반반한 젊은이이다. 고향인 플라상을 떠나 파리로 온 그들은 얼마 안되는 유산을 금세 써버리고,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전당포에 모두 넘겨버리고 만다. 성실한 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랑티에는 제르베즈와 아이들을 남겨둔 채 어느 여공과 함께 도망을 친다.
빈털터리인 채로 버려진 그녀는 세탁소에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살아가고, 그런 그녀에게 함석장이 쿠포가 청혼을 하지만 랑티에에 대한 아픈 경험 때문에 거절한다. 그러나 쿠포의 부지런함과 자상함은 제르베즈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아이가 둘 딸리고 다리를 저는 제르베즈와 총각인 쿠포의 결혼은 친척들의 축복과 멸시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성실함은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한몸에 받는다.
그들 사이에 딸 나나가 태어나고, 돈도 꽤 저축하여 제르베즈의 꿈이던 자신의 가게를 차릴 정도가 되어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작업 중이던 쿠포가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저축해 두었던 돈을 쿠포의 치료를 위해 모두 써버리고 낙심해 있는 그녀에게 그녀를 짝사랑하는 이웃의 구제가 돈을 빌려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그렇게 해서 차린 제르베즈의 세탁소는 번창을 하게 되지만, 사고를 당한 이후 쿠포는 예전의 부지런함이나 제르베즈에 대한 애정도 없어지고 게으름과 현실에 대한 불만, 게다가 술까지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실패는 예정된 듯이 보인다. 술꾼들과 어울려 다니는데다가 도망갔던 랑티에가 나타나 쿠포와 한통속이 되어서는 그들에게 빌붙어서 제르베즈를 괴롭힌다.
제르베즈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식도락이 사는 낙이 되어버리고 그로 인해 몸은 불어나고 그녀에게도 서서히 게으름과 불성실, 자포자기가 파고들기 시작한다. 이웃의 구제만이 그녀의 유일한 위로가 되기는 하나 베풀기만 하는 그에게 제르베즈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결국 쿠포와 랑티에의 방탕, 제르베즈의 의욕상실로 세탁소는 문을 닫게 되고, 랑티에의 꼬임에 빠진 베르지니는 그곳에 식료품 가게를 차리지만 또다시 그 가게마저 망하게 된다.
아파트의 골방 신세가 된 쿠포와 제르베즈는 일을 하는 듯했으나 그것도 잠시,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들의 가난과 불화는 다 큰 나나를 가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에게 드리워지고, 하룻저녁의 끼니를 위해 거리의 여자로 나선 제르베즈 앞에 구제가 나타나서 마지막가지 변함없는 애정을 호소하지만 그녀는 차마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침내 쿠포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서 죽고, 그후 며칠 지나지 않아 제르베즈 또한 자신의 골방에서 죽어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이 작품은 파리 노동자들에 대한 풍자소설로서 작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구성력이 잘 나타나 있다. 1956년 프랑스에서 르네 클레망 감독, 마리아 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E. 졸라의 삶과 문학세계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가의 한 사람인 에밀 졸라(Emile Zola)는 파리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계 토목기사였던 그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졸라의 사업관계로 그가 태어난 지 2년 반쯤 지나 남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로 이주해 갔다. 그는 그곳에서 유년기와 소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7세 때 아버지와 사별하게 된 졸라는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난한 유리 직공의 딸인 어머니의 노력으로 중학교에 들어갔다. 거기서 동급생 폴 세잔 등과 함께 남프랑스의 맑고 풍요로운 자연을 즐기면서 시와 예술을 논하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나,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1858년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였다.
파리의 생 루이 고등 중학교에 전학한 뒤에도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학업에도 의욕을 잃었다. 1859년 이과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응시하였다가 두 번이나 실패한 것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나아갈 것을 결심하였다.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노동자 거리의 다락방에서 굶기를 밥먹듯하는 고독한 생활 속에서도 낭만파의 V. 위고나 A. 뮈세를 동경하여 3부로 된 장편 서사시 《사랑의 희극》등을 쓰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성공을 보기 전에 생활고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1862년 아셰트 서점의 점원으로 취직하여 문학에 정열을 쏟았다.
이곳에서 저명한 문인, 저널리스트과 사귀게 되고, 문단의 현실과 접촉하면서 당시의 과학적·실증주의적 사상과 결부된 사실주의적 문학의 흐름을 간파한 그는 시를 버리고 콩트나 평론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니농을 위한 콩트(1864)》, 자서전적 중편소설《클로드의 고백(1865)》 등의 초기 작품에서는 아직도 낭만주의적 경향을 탈피하지 못한 평범하고 달콤한 소설뿐임을 볼 수 있다.
1866년 아셰트 서점을 그만둘 무렵 <피가로>지에 실려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미술 비평에서는, 기성 대가들을 비판하고 당시의 불우했던 신진의 마네, 피사로, 모네 등 인상파 청년 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하였다. 이것이 훗날 드레퓌스 사건에서 그레퓌스 옹호파의 대표자가 되는 일관된 졸라의 인생관이었다.
이 무렵 그는 플로베르와 공쿠르 형제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특히 공쿠르 형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라캥(1867)》을 발표함으로써, 비로소 자연주의적 소설관을 명확히 하였다.
한편 1867년 《마르세유의 신비》라는 약간 통속적인 대작으로 H.발자크적인 사회탐구를 시도하여 자신을 얻은 졸라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에 비견될 만한 대작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 전서는 자연주의적 수법에 의하여 과학적·실증적으로 발자크적인 사회탐구를 시도하려 한 것으로 총 20권으로 되어 있다. 이 대작은 루공 가와 마카르 가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가족들이 제2제정시대라는 자본주의 개화기의 정치·사회적 기구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운명에 처해지는가를 실험적으로 연구한 보고서의 형식을 갖춘 것으로서, 〈제2제정시대하의 일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1868년 말부터 집필에 들어가 보불전쟁으로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1871년 제1권 《루공 가의 운명》을 출판, 그후 거의 매년 1권씩 써냄으로써 1893년에는 마지막 권인 《파스칼 박사》를 출판, 이 총서를 완성했다.
졸라가 자연주의 문학의 중심적 대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지금까지도 세계 도처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대지(1887)》, 《수인(獸人)(1890)》 등의 작품은 모두 이 총서에 들어 있다. 처음에는 이 총서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목로주점》이 성공함으로써 비로소 대가의 대열에 끼였고,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하여 그 황금시대의 길을 열었다.
한편 《루공 마카르 총서》를 집필하는 도중에 자연주의 문학을 옹호하기 위한 선언문으로서 《실험소설론(1880)》을 발표함으로써 그의 소설이론을 펼쳤다.
졸라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특히 하층계급의 서민생활을 묘사하는 데 뛰어났다. 거기에는 그들의 비참한 운명의 슬픔과 분노가 서려 있어 강하게 독자의 가슴을 친다. 그는 인간의 추악과 비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침으로써 그것이 인간생활의 개선과 진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모랄리스트였고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였다. 그의 만년에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사이비 애국자들에게 항거하고 대통령에게 보낸 유명한 공개장 <나는 탄핵한다>를 발표하여 정부 및 군부의 부당성을 공격하였으며, 군부의 정치적 음모에 희생되어 군부 비방죄란 죄목으로 징역 1년에 벌금 3000프랑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드레퓌스의 무죄가 밝혀지자, 이듬해인 1899년 특사에 의해 귀국하였다.
그후 《4복음서》의 제3권 《진실(1903)》을 완성하고 제4권 《정의》에 착수하려 했던 1902년 9월 29일 불의의 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가 다루었던 문제나 예술이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많이 읽히며 영화화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리라.
[홍신문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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