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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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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秉喆
1937년 스타인벡은 《생쥐와 인간》의 희곡화 직후,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를 구입하여 시카고 경유로 오클라호마 주로 돌아가, 66번 도로를 서부로 달려 캘리포니아까지 돌아왔었는데, 이때 66번 도로에 떼를 지어 서부로 달리는 〈오우키〉라고 별칭된 이주 노동자의 실체를 상세하게 관찰했고, 또 캘리포니아주 내에 있는 그들의 천막촌을 찾아다니며 자세한 메모를 했다. 《분노에 포도》는 이러한 구체적인 체험과 조사를 기초로 하여 구상된 작품이지만, 그 배후에는 〈오우키〉를 낳게 한 1930년대의 특유한 역사적 사실이 있고, 그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으므로 그것에 관해서도 한마디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1930년대는 1928년의 경제공황의 뒤를 이어 세계적으로 대불황이 군림하는 시기에 해당된다. 많은 은행·공장이 그 불황의 심각한 영향을 받고서 패쇄라는 운명에 빠졌으며, 실업가는 미국전국에 충만했고, 도시에선 빵을 구걸하는 행렬이 생겼고, 부랑자로 전락한 노동자는 도적행위를 일삼았으면, 생활난에서 젊은 남녀가 결혼도 하지 못한다는 불안과 위기감의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1932년,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자신이 인정하는 바에 의해서도 미국의 총 노동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만 명이 실업상태에 있고, 기아와 종이 한 장 차이의 생활을 빈민굴에서 보내고 있는 상태였다. 새 대통령은 이 궁상을 타개하기 위하여 경제부흥과 사회보장증진을 첫째 목적으로 하는 뉴딜 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기들의 생활에 불안을 가져다주고,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불황과 생활난은 미국의 일반대중에게 사회의식을 눈뜨게 했으며, 불황시대의 저임금과 아울러 각지의 산업 각 부문에 파업이 속발했으며, 이의 진압을 위한 경찰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다. 인간이 사는 조건과 권력과 악에 민감한 문학자가 시대의 그러한 분위기가 사건에 대해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1930년대는 미국의 작가·시인이 정도의 차는 있을망정 모두가 일제히 좌경한 시기라고 불려졌으며, 저명한 작가 드라이저, 셔우드 앤더슨, 도스 패소우스 등도 미국 작가회의와 미국작가 동맹 따위의 조직에 소속하여 사회활동을 했으며, 스타인벡도 미국작가 회의의 멤버의 하나였다.
《분노의 포도》이러한 시대 풍조와 분위기 속에서 씌어진 것인데, 이 소설에 묘사되어 있는 사건도 결코 가공의 것은 아니고, 현실에서 생긴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1930년대가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의 대공황을 겪은 연대이며, 정치가뿐 아니라 문학자, 일반민중도 당연지사로서 경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의 고통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1934년, 오클라호마의 땅을 뺏기고 캘리포니아에 이주해온 25만의 빈농들 -- 당시 〈더러운 오우키들〉이라고 멸시당한 빈농-- 의 문제는 스타인벡뿐만 아니라 당시의 모든 사람들에 있어 다만 개인적인 문제니, 한 지방의 문제니 하여 간단히 처리해 버릴 수 없는 커다란 사회문제였던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사회구조의 결함에서 생기는 문제이며, 자본주의의 조직 그 자체에 관계가 있는 큰 문제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백만 에이커를 가진 한 사람의 대지주를 위하여 10만 명이 굶주리고 있었다. "는 스타인벡의 말에 우리는 그의 <분노>를 공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느 의미에선 프로문학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수없이 집필된 프로문학 중 최대의 프로문학이며, 예술 작품으로서도 우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프로문학엔 선전이 따르기 마련이다. 프로작가는 소설을 쓸 때 우선 자기가 쓰려는 이론을 생각해 둔다. 그런 다음 그에 적합한 인물을 창조한다. 자기 이론을 적당하게 선전하기 위하여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스타인벡의 창작태도는 이와는 다르다. 그와 소설에는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우선 있다. 울고, 웃고, 사람을 죽이고, 또는 서로 돕고 있는 인간미가 풍부한 빈민이 있다. 이론은 그러한 산 빈민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이것이 스타인벡의 소설의 강점이다. 인물이 이론을 위해서 끌려 다니는 꼭두가시가 아니다. 살아있다. 그리고 산 인간이 《분노의 포도》에서는 광막한 미국대륙을 중고차를 타고서 횡단한다. 대서사시를 엮어나간다. 이것이 이 소설이 프로문학에 그치지 않는 이유이며, 이 소설의 강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사회를 그리려고 한 것이며, 동시에 산 인간 개개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작자는 전편 30장 가운데서 짧은 기수장으로 25만의 오우키들의 움직임을 그렸고, 한편 긴 우수장으로 조드 일가의 일련의 이야기를 쓴다는 수법을 채택하고 있다. 기수장과 우수장은 서로 상응하여 서로 상응하여 조드 일가의 비극이 미국전체의 비극으로서 묘사되게 한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반향은 대단했고, 문학작품으로서보다도 그 제재와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비어를 쓴 성 묘사를 그대로 허용해도 좋은지 어떤지의 문제를 둘러싸고서 문학관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저널리스트·종교가·정치가·교사를 중심으로 하여 널리 일반인 사이에서 논의되었다. 물론 작품을 비난하는 소리가 더 컸으며, 많은 도서관에서는 불결한 책이라고 금서로 간주했고, 특히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 양주의 지방신문은 다같이 이 작품을 공격했으며, 오클라호마 출신의 상원의원은 의회에서까지 이 문제를 취급하여 논난매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이 소설이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생긴 사건을 그저 센세이셔널하게 전달하기만 한 작품이었거나, 비참한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개혁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기록이었다면 그 시기가 지나가고, 고발당한 비참한 생활이 해소된 그 순간부터 망각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저 〈오우키〉들의 문제를 취급했다는 시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구해도 얻어지지 않는 이상을 끝까지 추구하는 인간, 그리고 모든 고난에 부딪치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인간 일반의 늠름한 모습을 상징하며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호소한다. 마지막 장에서 샤론의 장미가 기아와 피로에 지쳐 빈사상태에 있는 낯선 50대 사나이에게 자기 가슴을 풀어 젖을 빨리며 신비로운 웃음을 띠는 장면은 다소 멜로드라마틱한 인상을 주지만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의 상징적인 표현이리라. 또 고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영생한다."고 부르짖는 어머니는 인간의 불굴한 영혼의 상징이다.
이 소설은 스스로 불러일으킨 흥분과 제재가 된 사실이 사라지고 해결된 후에도 살아 남아 아직도 읽혀지고, 이 노벨상 수상작가의 최고작품으로서 미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작품이 현실적인 사건에서 소재를 구해, 사실을 토대로 하여 씌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시대와 장소를 넘어, 현실적으로 있었던 한 사실을 조탁하여 보편적인 영원성에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잇다. 그러므로 이 작품이 남기는 감동은 다만 자본주의의 비정과 이주농민의 생활의 비참성뿐만 아니라 좀더 원시적인 생명의 강인성, 신비적인 자연에의 회귀, 생산집단으로서의 인간의 비극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생명의 강인성과 비극은 원시적인 자연과 서구기계문명의 격돌에 의하여 근대국가를 성립케 한 미국에서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면 《분노의 포도》는 미국이 아니면 낳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기계문명 지배의 위협에 늘 시달리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분노의 포도》는 도처에 성서적인 이미지가 보이며, 특히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및 속편인 《민수기》를 그 원형으로 삼았다고 일컬어진다. 즉 파라오의 차별적인 대우에 시달린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인도로, 복지 가나안을 찾아 벌판을 헤매며 장도의 험한 여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목적지에 이르렀으나, 여기서도 고생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 동안에 차차 민족적 자각이 깊어졌고, 그들은 그대로 생존을 계속해 나갔다. 이 얘기는 《분노의 포도》의 기본구성과 꼭 같다. 오클라호마의 이주농민의 같은 운명을 이런 원형에 넣어 그려냄으로써 이 작품은 한 시대 한 나라를 초월한 보편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서와의 상사를 작품 속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신화에 혹사할이만큼 힘찬 신비적인 생명감을 독자에게 주지 않을 수가 없는 이 소설의 현대에 있어서의 의미를 생각하는 편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제명인 〈분노의 포도〉란 말은 미국의 여류시인 줄리아 워드 하우의 《공화국의 싸움의 노래》에서 차용한 것으로 포도는 풍요와 분노의 발효를 상징하고 있어 미국의 현대 서사시라고 불려지는 이 작품의 표제에 어울린다고 본다.
분노에 찬 빈농의 불꽃 같은 생명력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문학을 리얼리즘이라는 한마디로 단정해 버릴 수는 도저히 없다. 하기야 그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걸작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로 잘 알려졌고, 사실 이것이 그의 최고 걸작이지만 이러한 과격한 리얼리즘과 동시에 이것과 극히 대조적인 따뜻한 일면도 보인다. 우리가 《분노의 포도》를 읽으면 이 양면이 점철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스타인벡의 작풍은 거의 한 작품마다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히 초기에는 해적을 다룬 역사적 로맨스물을 썼고, 제2차 대전 중에는 민주주의를 옹호한 전쟁소설도 썼고, 만년에는 멕시코인을 다룬 만화적 신비주의적 소설도 있다. 수법상에서 보더라도 단편·
중편·장편 등 다방면에 걸쳐 있고, 또 장편 중에 주옥 같은 단편을 삽입한 형식의 것과, 영화수법에 가까운 것과, 극적 구성으로 되어 있어 그 회화만 따서 극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상연한 것도 있으며, 이밖에 극도 있다. 스타인벡은 제재에 있어서나 수법에 있어서도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실험을 계속하였다.
스타인벡은 1902년 2월 27일 캘리포니아 주 샐리너스에서 태어났으며, 독일과 아일랜드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부친은 군의 회계사였고, 모친은 교사였다. 1920년에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자기 취미에 끌려 사회학과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1925년에 학위를 받지 않은 채
대학을 중퇴했다. 그리고 화물선을 타고서 뉴욕으로 나와 신문기자 노릇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벽돌 운반공과 품팔이 노동자 노릇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결국 고향인 샐리너스로 돌아와 주로 캘리포니아 지방을 무대로 한 소설을 썼다.
처녀작은 1928년의 《금배(Cup of Gold)》로 영국의 해적 핸리 모건(1635∼88)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문학인데, 작자의 로맨티시즘을 유치한 형식으로 발휘하여 실패했다. 그러나 결혼 후 출판한 연작단편집 《하늘의 목장》에서는 자기의 특색을 정착시켜 캘리포니아 남부의 골짜기에 사는 괴팍하고도 단순 소박한 농민상을 그려 꽤 호평을 받았으며, 또 《미지의 신에게》에서도 농민의 토지의 대한 신앙을 취급하여 상징적 작풍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로서의 지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스타인벡이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5년의 《토르티야 대지(Tortilla flat)》이다. 그는 이 작품에 의하여 작가로서의 자신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토르티야 대지에 사는 스페인인·인디언·멕시코인 등의 혼혈인종인 파이사노들의 순박하고도 구속이 없는 생활태도를 페이소스와 유머를 섞어서 그렸는데, 출판 즉시로 수개월 동안 계속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캘리포니아 문학상〉을 받아, 스타인벡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이 작품엔 파이사노에 대한 작자의 호의가 짙게 흐르고 있으나, 그 기저에는 미국 상업주의구조에의 비판이 도사리고 있다. 피아사노에 대한 이 작가의 호의는 이 작가의 말을 빌어서 말하면 "웃음과 친절과 정직한 욕정과 똑바른 눈과 품위 이상의 친절함이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스타인벡은 이런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파이사노들은 상업주의에 더럽혀져 있지 않다. 미국 실업의 복잡한 조직으로부터 자유롭다." 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스타인벡은 원시적인 소박한 것에 대해 행수를 갖고 있다. 그리고 소박한 생물본능에 따라서 사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생활을 파괴하는 조직과 그 체제 속에 사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비난한 작품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등장하게 된다. 《승부를 알 수 없는 싸움》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전작과는 대조적인 작품이다. 《토르티야 대지》는 밝고 명랑한 웃음의 세계였지만 이 《승부를 알 수 없는 싸움》은 노사간의 어둡고, 치열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과 따는 노동자 속에 짐과 매크라는 코뮤니스트가 교묘하게 침투, 노동자들을 조직화하여 코뮤니스트 파업을 단행케 하고 이것을 지도하지만 노사 쌍방이 양보치 않아 〈승부를 알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짐은 어느 날 밤 파업을 반대하는 자의 권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러나 옆에 있던 매크는 의연히 "동지여, 그는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서 요구하지는 않았다." 고 외치며 끝까지 싸울 결의를 표명한다.
1936년이라고 하면 미국이 불황의 한가운데 있던 때다. 1935년부터 수차에 걸쳐 뉴욕에서 미국 혁명작가회의 등이 열렸으며, 드라이저와 도스 패소우스가 거기 참가하고 있다. 빵과 파업과 빈민굴을 제재로 한 많은 프로문학이 산출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의 일이었다. 스타인벡은 캘리포니아의 농원에 리얼리즘의 눈을 돌린 것이다.
이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문학상〉을 받기는 했지만 비평가도 독자도 그때까지 유머와 소설가로 페이소스를 담은 목가적인 농촌을 그려온 작가가 갑자기 〈붉은〉소설가로 변모된 데 깜짝 놀랐다. 그러나 실제로 스타인벡은 전향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승부를 알 수 없는 싸움》은 전작 《토르티야 대지》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작품이며, 이미 말한 것처럼 《토르티야 대지》가 소박하고도 선량한 생물군에 보내는 작가의 친애감과의 공명이라면 《승부를 알 수 없는 싸움》은 그들을 억압하고 그 생활을 파괴하려는 자에의 분노를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1937년 작인 《생쥐와 인간》은 또다시 《토르티야 대지》와 같은 세계로 되돌아간다. 정신박약자이며 선량한 이주 농민을 그린 작품으로, 역시 그들에게 보내는 작자의 애정과 공감이 넘친다. 이 작품은 출판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화의 신청도 있었다. 스타인벡 자신의 손으로 3막극으로 개작, 1937∼1938년도 최고의 미국 희극으로 뉴욕 연극 평론가상이 수여되었다. 1938년에는 단편집 《긴 골짜기》가 나왔다. 긴 골짜기란 스타인벡이 살고 있는 샐리너스의 골짜기를 말하며, 이 단편집은 그 골짜기의 평화로운 농촌에서 사는 소박하고도 선량한 농민들의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이 뒤를 잇는 작품이 여기 역출한 《분노의 포도》이다. 자세한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출판 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다음가는 1930년대 후반기의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939년도 아메리카 북셀러상, . 1940년도 퓰리처상을 받았고 영화화에도 성공, 유럽 각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소련·프랑스 등에서도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작자의 이름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단순 소박한 토착인, 흙 냄새가 나는 생활인에게 공명을 느끼는 스타인벡으로서는 사교계의 격식과 사치가 생리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성이 오름에 따라 방문객과 인터뷰의 신청도 늘어갔다. 그 번잡한 생활을 피하자는 의도도 작용하여 1940년에는 친구이자 생물학자인 리케스와 함께 생물채집여행을 떠났으며, 다음해에는 그것을 정리하여 《콜테스의 바다》라는 표제로 출판했다.
이 책을 출판한 해는 또 미국이 제 2차 대전에 참가한 해이기도 하며, 스타인벡의 작가생활에도 당연히 그 영향이 나타난다. 1942년에는 육군항공대의 부탁을 받고, 대원훈련의 실상을 알리는 르포르타지 《폭탄투하》를 썼고, 그 영화화권 25만 달러를 공군자선협회에 기부했으며, 조용한 레지스탕스라고도 할 수 잇는 항전을 그린 소설 《달은 지다》를 발표했다. 제 2차대전이 발발하자 스타인벡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문학으로부터 탈피한 것이다. 《달은 지다》에선 1930년대에 그렇게 까지 심하다는 평을 받은 경제위기의 문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정치적 관심이 명백히 나타나 민주주의 옹호의 힘찬 문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943년에는 〈뉴욕 헤랄드 트리뷴〉지 특파원이 되어 수송선으로 영국·북아프리카 기지를 방문하고 남이탈리아 상륙작전에도 참가하여 그때 그때의 광경을 동지에 실었다. 이처럼 공적인 활동이 계속된 한편, 이 시기에는 사생활상의 파란도 많았다. 1942년에는 처음의 아내 캐럴 헤닝과 이혼, 다음해 귄 콩거와 재혼하고 오랫동안 창작생활의 무대였던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 고향이탈이 작자의 마음속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부터 캘리포니아 복귀 후에 발표한 최초의 소설이 《공장가》이다. 독자는 전쟁소설을 예기했을 것이나 그 예측은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이것은 전작 《달은 지다》와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 이밖에 그 속편 《즐거운 목요일》을 1954년에 발표하여 고향에의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 고향상실이 그후의 작가활동에 큰 타격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1945년에는 파라마운트의 영화 《베니의 훈장》의 대본을 썼는데, 여기서도 농민들에 대한 작자의 애정은 여전하며 경제와 정치 문제를 초월한 인간성의 깊은 곳에다 향수를 펼치고 있다.
1947년 《바람난 버스》가 나왔다. 대전후의 미국 사회의 도덕적인 혼란을 바람난 버스를 타고 있는 일행에 견줘서 그리고 있으나 두드러진 중심명제가 결여되어 세평도 신통치 않았다.
1948년 전후는 이 작가에 있어 다사다난했다. 1947년에 전시중의 작품으로 만화라고 자칭한 중편 《진주》를 출판, 그해 유명한 카메라맨 로버트 카파와 동행으로 소련을 방문, 현지보고를 〈뉴욕 헤랄드 트리뷴〉지에 실었고, 이듬해 《소비에트 여행기》라는 제명으로 출판, 같은 해 미국예술원회원으로 추대되는 한편, 친우 리케스를 자동차 사고를 잃었으며, 두 번째의 아내와 이혼하기까지 했다. 또 《빨간 망아지》를 영화화하기 위하여 헐리웃으로 가서 시나리오를 집필, 1950년까지 거기서 체재했다. 그해 엘레인 스코트와 결혼, 유럽 각지를 방문, 귀국 후 창작의욕이 용솟음쳐 대작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의 집필에 전념, 1952년에 출판했다. 이 작품은 원죄로부터의 해방을 주제로 자기 가계를 취급한 야심적인 소설이었지만 세평은 《분노의 포도》를 능가하지 못했다. 그후 파리를 배경으로 한 유머러스한 작품 《피핀 4세의 짧은 치세》를 썼고, 롱아일랜드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처음으로 소시민 사회를 대상으로 한 《우리들의 불만의 겨울》을 발표, 이 작품이 계기가 되어 1962년도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됐다. 이 작품 자체는 결코 수상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분노의 포도》를 정점으로 하는 그의 과거의 업적이 높은 평가를 받았으리라, 사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이 작가의 업적은 유머와 사회 인식, 리얼리스틱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후의 스타인벡은 두드러진 창작활동을 하지는 않았는데, 고향을 떠난 이후의 그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소재를 찾아서 꾸준히 모색을 반복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58세 때 예견을 데리고 미국 일주여행을 시도하였고(《찰리와의 여행》,1962년 출판), 그밖에 유럽과 중 근·동으로 여행하고, 소련의 시인 예프투센코와 월남전쟁을 둘러싼 논쟁 끝에 몸소 최전선을 시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과시하여 야심적인 신작이 기대되었으나 신작을 남기지 못한 채 1968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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