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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봄[김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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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그것은 인물의 설정과 언어 구사, 사건 해석의 시점 설정 등에서 온다. 우선 김유정 소설의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은 대개 순박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점이 있고, 당연히 무식해서 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순박하고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리는 종잡을 수 없는 사건들이 오히려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유정의 문체는 살아있는 강원도 사투리에 짙은 해학성을 가미한 언어적 특색을 보여 준다. 어떤 교양이나 지성과는 거리가 먼 농촌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말 그대로이면서 뒤죽박죽인 듯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해학성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또 김유정 소설의 시점은 일인칭 시점이 많은데, 주인공이면서 서술자인 인물이 자기의 이야기를 토속적인 어법으로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자연히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이 점이 또한 김유정 소설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김유정의 소설들은 모두 당시의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의 궁핍상, 노동자들의 헐벗음 등이 그의 작품의 중요 소재가 되어 있다. 그의 소설의 재미는 그 특유의 해학적 문체에서 오는 것이지, 인물들이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보면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절박성이 작품의 이면에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김유정은 농촌이나 노동자의 급박한 현실적 문제를 해학적 언어 구사를 통하여 눙쳐놓음으로써 재미와 현장감의 전달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봄봄>은 마름인 장래의 장인과 머슴인 장래의 사위가 혼인 문제로 갈등을 빛고 있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러면서도 리얼하게 그려 나간 소설이다. 작중 화자인 주인공 '나'는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준다는 말만 믿고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삼 년 칠 개월을 아무 공도 없이 머슴살이를 하는 인물이다. 마름인 봉필은 딸을 미끼로 '나'에게서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못된 인간성을 보여 주는 인물이며, 점순이는 은근히 '나'에게 행동할 것을 종용하는인물이다. 주요 사건은 '나'와 봉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이 사건에 등장하는 소작인 이장이나 '나'의 친구인 뭉태 등은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모르는 체함으로써 사건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다. '나'나 봉필이나 이장 등의 지적 수준이 낮아, 그들의 눈으로 보는 상대방이나 사전에 대한 해석이 운음을 자아내고 있다.
동시에 흔인을 미끼로 '나'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마름의 횡포 등을 퉁해서당시의 농촌 현실의 구조적 모순이 간접적으로 폭로되고 있기도 하다.
<홍태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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