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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화와 노인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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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수화하고 고립된 핵가족에게 사회는 옛날의 대가족 제도가 가졌던 기능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가족이 가족원의 보호의 기능을 할 것을 사회는 가족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보호 기능이란 가족원이 가족내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생산 인구에서 종속 인구로 전락한 노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말한다. 물론 집안에 재산이 넉넉하거나 수입이 충분하면, 또한 식구가 많으면 노인을 돌보아 드리거나 노인을 위하는 일이 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구성원이 적고, 서로 바쁜데다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고, 가족 구성원 안팎의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노인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개인보다는 사회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므로 사회 문제는 곧 그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이다. 따라서 노인 문제도 관념적 추상체인 사회에 그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며 사회 운영의 실질적 위치에 있는 젊은 사람들 스스로의 각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인의 문제를 노인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중요하다.
나날이 발전·변화하며 새로운 기술과 학문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근대 사회에서 이 급격한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장년 이상의 연령층이 되면 심리적 불안을 갖는다. 그러나 사회는 경쟁 사회이기 때문에 경쟁을 중지할 수 없다. 그러다가 정년 퇴직이나 하게 되면 심리적인 충격이 더욱 심하여 진다. 그래서 정년이 넘어서 할 일이 없는 노인들은 낙오된 기분이 앞선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할 일이라도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돌봐줄 손자·손녀도 많지 않으려니와, 할머니·할아버지가 성장하던 시설의 환경이나 훈육방법도 지금 자라나는 손자들의 환경이나 훈육방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집안에서 노인들은 가족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소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들이 집안에서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노인들은 손자 손녀를 기르고 이들에게 자기의 경험을 옛날이야기로 들려주었기 때문에 몸은 고단하여도 일을 한다는 의욕이 있어 한결 마음이 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들이 배운 기술이 아들에게 이어지고 특히 오랜 경험에서 오는 숙련된 기술은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근대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경험이 아들에게 불필요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세상을 보다 오랜 산 선험자로서의 역할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 수 없고, 또 손자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노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허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오랜 동안 전통 사회로 있다가 최근 수십년 사이에 갑자기 또 급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에서는 노인들은 더욱 심한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지금 노인들이 젊었을 때 그들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의해 그들의 윗대에 효도를 다하였고 노인들을 공경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노인이 된 오늘날 자기들이 선조에게 한 노력을 대가를 후손에게서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주기만 하고 받을 수 없게 된 데서 오는 충격은 큰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환경이 변하고 생활 조건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변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할 수가 없게 된 데 도 하나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이광규, [현대한국가족의 이해], (서울대출판부,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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