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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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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경제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지난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성장의 정체와 대규모 실업, 국제 금융 통화 체제의 불안 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멕시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그 동안 비교적 양호한 경제 성과를 보이던 중진국들도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순환적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좀더 심각한 '구조적' 성격 때문이라는 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 위기의 일상화를 초래한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 성격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 것인가? 이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품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일 것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 흔히 '고비용 저효율론'을 앞세운다. 즉 임금, 금리, 지대, 물류 비용 등 생산비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생산의 효율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비용 중에서도 이들이 특히 강조하는 것이 고임금이다. 강력한 노동 조합의 존재로 생산성 향상률을 초과하여 임금이 올라가 생산비가 늘어나는 반면, 국가의 지나친 경제 규제와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으로 효율은 상승하지 않아 이윤이 떨어지고 그 결과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률이 저하하고 실업이 증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개입을 완화하여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효율을 높이는 한편, 사회 복지비 지출의 축소, 노동 시장의 경직성 해소, 노동 조합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통해 고임금, 고비용을 억제하여 이윤성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에 대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원인 진단과 처방은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일면적이다. 이들은 임금과 생산성 사이의 밀접한 연관관계를 무시한 채 임금이 높다는 것만 비판한다. 아무리 임금이 높다하더라도 생산성이 계속 향상될 수만 있다면 고임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왜 생산성이 제대로 향상되지 않고 있는 가이며, 이는 현대 자본주의의 생산 구조를 살펴보지 않고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도 시장 만능주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한편으로는 경쟁을 촉진하고 자본 배분을 합리화시켜 효율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해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고 '우승열패(優勝劣敗)'의 법칙에 따라 독점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며 호황과 불황(또는 공황)의 반복으로 대량 도산과 대량 실업을 초래하는 등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930년대에 케인즈 정책이 나온 이후 시장 기능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정부가 적절히 경제에 개입하여 시장의 역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만약 시장 만능론자들의 말대로 시장 기능에 모든 것을 맡겨 둔다면, 소득 분배와 빈곤의 증대, 독과점의 진전, 격심한 호황·불황이 교대하는 경제 불안정 등이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문제는 시장 기능과 정부 기능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며, 결코 시장 만능주의나 정부 만능주의가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적 요소의 하나인 노동 시장과 노사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노동력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 시장에서 매매되므로 시장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력을 다른 일반 상품과는 달리 인간 그 자체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특수한 성격의 상품이므로 무작정 시장 기능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 상품의 경우 수요가 줄어들면 형편없이 값이 폭락하기도 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심지어 폐기 처분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노동력에 대해서는 아무리 노동력 수요가 부족해도 최소한 노동자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생계비인 임금은 지급해야 하며, 노동력이 쓸모 없다고 무작성 페기 처분(해고)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노동력 상품인 경우 국가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노동 조합의 결성과 단체 교섭, 단체 행동(파업) 등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자를 보호하며 실업 보험, 의료 보험, 산재 보험, 노후 보험 등 여러 가지 사회 복지비 지출을 통해 노동자 가족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한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 경우에도 지나치게 강력한 노동자의 권리와 지나치게 후한 사회 복지비 지출이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가져오고 생산비를 올리며 노동 의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정 적자를 초래한다고 비판하면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복지 지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 강화와 사회 복지비 지출의 감축은 실업 증대, 고용 불안정의 심화, 저임금 노동자의 양산, 빈곤의 악화 등을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원인 진단과 처방을 둘러싸고 주류 경제학자들과 이에 비판적인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논쟁은 국가의 경제 정책과 노동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김수행,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 {사회과학과의 만남}, (문원각, 1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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