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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의 물결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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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섭
탈공업사회(脫工業社會, post-industrial society)라는 용어는 다니엘 벨(Daniel Bell)이라는 미국사회학자(社會學者)가 1973년에 발간한 「탈공업사회의 대두(擡頭),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산업 사회가 앞으로 20∼30년 사이에 새로운 문명의 사회로 전환되어 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러한 새로이 대두하는 미래사회에 '탈공업사회(脫工業社會)'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다니엘 벨은 그가 서구의 미래 사회에 탈공업사회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다렌돌프(R. Dahrendorf)가 사용한 탈자본주의 사회(脫資本主義社會, Post-capitalist society)라는 용어와 로스토(W. Rostow)가 사용한 탈성숙 경제(脫成熟經濟, post-maturity economy)라는 용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니엘 벨은 리스먼(D. Risman)이 이미 1958년에 '탈공업사회(脫工業社會)에 있어서의 여가(餘暇)와 노동(勞動), Leisure and Work in Post-industrial Society'이라는 논문(論文)을 발표하였고 탈공업사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자신은 그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또한 리스먼은 자기와는 아주 다른 뜻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그 개념을 발전시키지도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탈공업사회라는 용어는 다니엘 벨 이외에도 케니스턴(K. Keniston)과 굿맨(P. Goodman)에 의해서도 사용되어졌는데, 그들은 그것을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고 있는 탈 물질주의적(脫物質主義的) 세계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네오 마르크스시트들의 저술들에서도 탈공업사회라는 용어가 사용되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산업 구조의 변화 과정에 있어서의 과학과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동시에 사회 변동의 추진 세력으로서의 근로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문맥(文脈)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다니엘 벨에 있어서의 탈공업사회라는 용어는 단순히 미래 사회의 어떤 일면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사회 이론의 하나로서 미래 사회의 구조 전반의 변화를 논의하는 데 사용되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다니엘 벨이 말하는 탈공업사회는 오늘날의 서구 공업 사회 다음에 오는 사회를 뜻하는데, 그와 같은 탈공업사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공업 사회와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제조업 중심의 생산 경제는 서비스 경제로 전환된다. 즉, 탈공업사회에서는 노동력의 대부분이 농업이나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산업(상업·금융·운수·보건·오락·연구 등)에 종사하게 된다. 오늘날 미국 사회는 이미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노동력의 반을 넘고 있다.
둘째로, 직업 구조에 있어서는 전문직과 기술직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업 사회에서는 반숙련 노동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나 탈공업사회에서는 전문직 기술직의 비중이 더 커지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리라고 한다.
셋째로, 탈공업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 결정에 있어 이론적 지식의 중요성이 중대하리라는 것이다. 공업 사회에서는 생산을 위해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으므로 기술(技術)이 가장 중요한 지식이었으나 탈공업사회에서는 사회 통제와 개혁 및 사회 변동의 관리가 가장 중요해짐으로 사회적 예측과 계획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이론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넷째로는, 탈공업사회에 있어서는 기술의 통제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것이다. 공업 사회에 있어서는 사회가 저축을 제도화하고 그것을 투자에 사용함으로써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그 기본적 특성이 되어 왔다. 그와 같은 성장을 위해 기술의 개발은 거의 통제되지 않았으며, 무제한 기술의 개발과 도입은 생태계(生態系)의 균형을 파괴하고 환경의 오염과 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사회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다섯째로, 탈공업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적 기술(知的技術)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다. 화이트헤드(A. Whitehead)는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發明)은 발명의 방법을 발명한 것이다.'라고 지적하였지만, 20세기 후반에 가장 요청되는 기술은 '조직화된 복잡성의 관리 기술'이라고 다니엘 벨은 주장한다. 즉 대규모 사회 조직의 복잡성, 대규모 체계의 복잡성, 그리고 많은 변수가 결합되는 이론의 복잡성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대규모의 조직화된 복잡성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의 중요한 진전(進展)은 확률이론(確率理論)과 통계학(統計學)의 발달 및 컴퓨터의 개발이다. 이와 같은 진전에 힘입어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체계 분석(體系分析) 등의 방법으로 복합적인 체계를 통제하고 계획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니엘 벨은 오늘날의 서구 선진 공업 사회들의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새로이 대두하는 미래 사회는 현재의 공업 사회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 구조적 특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 벨과 유사하게 미래의 서구 사회(西歐社會)를 분석한 학자들은 칸(Herman Kahn), 위너스(A. J. Wiener), 브레진스키(Z. Brezenski), 케니스턴 등과 최근에 널리 읽혀지고 있는 「제 3의 물결, (The Third Wave)」의 저자 앨빈 토플러(A. Toffler) 등이 있다.
특히 토플러는 제 3 물결 문명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는데, 그의 이론은 다니엘 벨의 탈공업사회 이론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토플러도 역시 제 2 물결 문명(文明)인 공업 사회는 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공업 사회가 조직 합리성과 기술 합리성을 사회 체계에 도입해서 무제한한 성장을 추구해 온 나머지 비인간화(非人間化), 환경의 파괴, 자원의 위기 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업 사회의 위기는 우연한 현상이라기보다는 공업 사회의 구조가 초래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공업 사회의 에너지는 재생이 불가능한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것을 주된 공급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공업 사회는 불가피하게 에너지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탈공업사회의 에너지원은 재생 가능(再生可能) 에너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태양열이나 풍력(風力), 수력 등과 같은 다양한 대체 에너지가 개발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미래 사회의 에너지는 석유와는 달리 동력원(動力源)을 반드시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광범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제 3 물결 문명 사회에서는 컴퓨터 기술과 산업이 고도로 발달함으로써 생산 공장(生産工場)이 반드시 대규모로 건설되고 많은 노동력(勞動力)이 한 곳에 집중해서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오히려 다양한 고객의 기호에 따라 다원화(多元化)된 제품을 소규모의 분산된 생산 공장에서 제조할 수 있으며, 심지어 노동자들은 매일 공장에 출퇴근하지 않고서도 컴퓨터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감독자의 지시를 받아 자신의 집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생산 과정에 컴퓨터가 도입됨으로써 제품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으며,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서 원하는 제품을 고안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미래 사회(未來社會)의 조직 원리(組織原理)가 다원화(多元化) ·분산화(分散化)·소규모화(小規模化) 등으로 바뀌어 표준화(標準化)·집중화(集中化)·대형화(大型化) 등을 원리로 하던 공업 사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원화되고 분산화되며 소규모화되는 미래 사회는 현재 공업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비인간화 현상과 자원 위기, 그리고 환경 오염의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며, 인간의 회복을 실현하려는 이념에 의해 이끌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 벨은 이미 서비스 경제 중심의 탈공업사회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 공업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앨빈 토플러는 제 3 물결 문명의 파도가 역시 선진 공업국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특히, 토플러는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半導體産業)의 발달, 그리고 유전 공학과 우주 과학 및 해양 과학의 발달이 새로운 문명의 도래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제 3의 기술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미 미국이나 선진 공업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서 전국적인 규모의 네트워크 방송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그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유선방송(有線放送)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 그리고 역시 전국 규모의 중앙지(中央紙)의 구독이 줄어들고, 지방지나 특수화된 전문지(專門紙)의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다원화·소규모화·분산화 등을 원리로 하는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국민 국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지방 분권화의 현상과 다국적 조직(다국적 기업·다국적 노조 및 다국적인 자발적 조직)의 중요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토플러는 말한다. 다니엘 벨은 특히 미래 사회에 있어서는 복합적인 사회 조직의 관리와 계획에 필수적인 경제적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권력 기반의 하나로서 지식의 중요성이 증대된다고 보고 있으며, 대학의 연구소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 연구 기관의 기능이 특히 강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잇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단순한 예언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 과학자들이 현재의 사회 변동이 제시하는 '가능성의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벨의 '탈공업사회(脫工業社會)'라는 용어가 말해 주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미래 학자들은 공업 사회가 그 한계에 이르고 있고 머지않아 공업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명이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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