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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력을 요구하는 정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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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정보 사회에 대비한 교육이라고 하면 당장 컴퓨터 교육부터 떠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정보 사회를 너무 테크놀로지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조건 컴퓨터를 능숙하게 두드리기만 하면 시대를 앞서간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인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이 아니다. 또한 컴퓨터 조작은 점점 쉬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컴퓨터를 배우는 데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자동차 운전자 모두가 정비사가 될 필요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계 만능주의 사고는 기업에서도 정보 사회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영주는 큰 돈을 들여 고급 컴퓨터를 들여놓으면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되리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전산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과 기술로 일 처리가 매우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컴퓨터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시키는 일만 충실하게 해낼 뿐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얼마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프로그램을 짜내는가이다. 그것은 인간 개개인의 창조성 문제이자 동시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다. 아무리 컴퓨터 전문가라 해도 회사 업무 내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내놓지 못한다. 그것을 파악하는 작업은 결국 그 일을 실제로 담당하는 사람들과 전산 전문가 사이의 의사 소통에 달려 있다.
정보 사회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가장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이것이다. 도대체 정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냥 객관적으로 주어진 대상인가? 그래서 그것은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항상 가치 중립적이고 공정한 지식이 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 정보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정보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가공되는 것이고 그 밑에는 언제나 주관적인 입장과 가치관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누가 만들어 내는가를 심각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나 자신은 정보를 창출하는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도 물어 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다. 정보 사회가 되어 정보가 넘쳐나는 듯하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은 정보 소비자로 머물러 있을 뿐 적극적인 생산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의 생활을 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정보들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정보란 거의가 일회적인 심심풀이용이 많다.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얼마든지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 컴퓨터의 기계적인 언어로 입력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인간의 몫이다. 기계가 그것을 대신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보 시대의 중요한 관건은 기계적인 언어를 다루는 방법이 아니라, 무엇을 그 속에 담을까에 대한 인간의 직관, 느낌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이다. 그것은 마치 요리 기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를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계는 다만 좀더 쉽게 해줄 뿐이다.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은 인간의 손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이미 축적되어 있는 굳은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그 기능은 기계가 더 훌륭하게 수행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머리속에 집어 넣은 데이터는 조그만 칩 하나에 다 들어간다고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칩 수천만 개로도 못 해내는 창의력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래의 학교는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이것을 조작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은 낡은 생각을 어떻게 버리고, 언제 그것을 바꿀 것인가도 배워야 한다. 요컨대 학생들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내일의 문맹자란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김찬호/사회를 본다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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