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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적 혼란의 극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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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나가 보면 오늘날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다. 국적 불명의 간판과 상호, 흘러 나오는 외국 노래, 넘쳐 흐르는 외국의 패션잡지, 낯뜨거운 영화 선전물 따위의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래문화가 판치고 있는 현실 자체에도 있지만 그러한 현실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외래 문화의 유입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세계화, 개방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할 때, 외래 문화의 유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할 까닭도 없다. 외래문화라 해서 무조건 배척해야 할 만큼 모두 저질이고 퇴폐적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 문화의 창조적 발전에 보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래 문화 일변도의 우리 문화의 현실에 아무런 비판의식도 지니지 못하게 된 우리의 정신자세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소비지향적이고 퇴폐일변도의 싸구려 외래문화까지도 선호하는 우리의 의식구조는 고유한 정신문화를 오염시키고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외래문화가 지금처럼 범람하게 된 데에는 우리의 특수한 역사적 환경 탓도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사회적 혼란, 그리고 미군정기를 거쳐 오면서 우리는 자주적이고 근대적인 독립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민족사적 과제 앞에서 문화와 관련한 문제를 성찰할 여유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들어온 저질 문화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절대적 궁핍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정부의 정책 또한 서구화 곧 근대화라는 의식을 굳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경제개발 정책이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수립된 것은 물론이고 경제 발전이 지상과제로 제시됨으로써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발전 모델로 제시되었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그들의 자본주의적 근검절약과 근면성실면을 본받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부산물인 퇴폐, 저질의 문화까지도 본받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외래 문화의 광범한 침윤은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에 성공한 가장 모범적인 개발도상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절대적 궁핍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비로소 우리 민족의 주체성에 대하여 생각할 여유를 지니게 되었다. 그동안 경제발전에 가려 왜곡되고 피폐해진 우리의 문화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에서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전통문화를 찾아 내어 오늘에 되살리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문화에서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우리의 줄기찬 노력은 부분적으로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까지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한 노력이 전통문화기능인을 중심으로 몇몇 문화 단체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그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지 못하고 괴리된 채 취미나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가 인간의 생활양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문화가 한민족의 특수한 생활양식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생활과 멀어진 문화활동이란 지속적이지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기에 우리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민족문화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토대로 한 문화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운동만이 사회 전체 운동으로 발전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고영복 편, 현대 사회문제, 현대사회문제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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