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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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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주어를 흔히 생략하는 관습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대화에서나 고전 문장에서 흔히 자기를 제거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세계의 중심이 자기임을 안다면 이러한 자기 제거의 언어 용법은 매우 비현대적이라 할 수도 있다. 가령, 영어의 나를 표시하는 대명사 [Ｉ]는 어느 위치에 놓이든 대문자로 행세하는 것이다. 한국어엔 신분을 표시하는 경어법에서 [나], [저], [소인] 등의 등급이 있어, 주체적 사고를 분산시키는 데 공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관념어(Conceptive Word)의 빈약과 감각어(Sensory Word)의 상대적 과다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관념어라든가 감각어란 물론 순수 한국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체로 관념어는 漢字를 차용하였다. 순수한 한국어의 관념어엔 가령 [사랑]의 미분화 상태를 지적할 수 있다. 한편 감각어는 주로 색채어와 미각어의 세분화를 보여 준다. 붉다, 불그스름하다, 시뻘겋다, 새빨갛다 등등의 세분화는 퍽 발달되었다고 할 수는 있으나 관념어와 밀접히 관계지어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상의 언어를 풍부하게 한 것은 아니다. 문학 작품에서 이같은 관념성의 조명에서 벗어난 감각어가 오히려 방해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셋째, 관계대명사의 不在를 들 수 있다. 이 점이 어순의 문제와 함께 한국어와 서구어 간의 논리의 깊은 차이를 예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가령, 어린이의 日記를 하나의 작문 형태로 살펴보자.
아침에 일어났다. 밥 먹었다. 학교에 갔다. 공부했다. 집에 왔다. 잤다 ……
라는 투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논리적 사고가 약간 진전된 중학생의 경우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학교에 가고, 공부하였고 돌아와서는 잤다 ……
라는 식으로 묶어 버리게 된다. 즉, 논리의 단절과 논리의 포괄의 차이인 것이다. 만일 이 경우 韓國語 자체가 관계대명사 및 분리철에 해당되는 기능이 있다면 논리 획득 과정이 보다 명백히 그리고 조속히 가능해질 것이다. 불행히도 그러한 부분이 한국어에는 없다. 따라서, 서구어의 사고를 따라가려면 그 代案에 준하는 장치가 요청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미 그 대안은 여러 가지로 고안되어 쓰여지고 있다. 오늘날 법률이나 경제 서적에서 이 점이 확연하다. 한국인 학자가 저술한 경제 법률 서적이라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일종의 번역 문체로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이 번역체는 [∼바, ∼터, ∼인데] 등의 불완전 명사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획득되고 있다. 한편 한국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이에 또한 작용된다. 그것은 소위 용어의 활용(Conjugation) 중 접속법(이음법, 연결형 어미)의 놀랄 만한 발달을 뜻한다. 이 접속법은 14가지 형태로 구분되며 이를 중시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체계화한 것은 최현배 선생의 문법이다. 영문법에만이 접속법이 퇴화되어 있지 獨語나 佛語에서는 접속법이 매우 복잡하다. 최현배 문법은 이러한 한국어의 중요성이 가장 확실히 포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접속법의 활용이 관계대명사 혹은 분리철의 대치물로 놓이는 것이다.
넷째, 일상 용어와 학문적, 전문적 용어의 커다란 단절을 지적할 수 있다. 그것은 체험의 언어에서 추상의 언어로의 이동 과정의 문제와 관계된다. 그 이동기간은 대체로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했을 때에 해당된다. 그것은 비교적 순수한 국어의 용법에서 한자로 된 관념어에의 이행을 뜻한다. 이 경우 그 간격이 격심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구어의 경우 [Entfremdung, alienation]이란 소외로 번역된다. 또 [현실적]이란 wirklich에 해당된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용어가 [낯설다]라는, [정말]이라는 일상적 체험적인 언어 사용법에 그대로 연속되어 있다. 따라서, 일상어와 관념어 사이의 간격이 심하지 않다. 이에 비하면 한국어는 [현실적]이라는 말과 [정말]이라는 말 사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새로이 배우지 않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런데, 이 관념어가 한국에서는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 착각이란 관념어로의 이행 자체의 어려움을 몰각하고 마치 한자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암암리에 한자를 공격한다든가 또는 이미 관념어의 세계에 들어선 사람들(한자를 익힌 사람들)은 서투른 우월감(superiori complex)을 발휘, 한글 전용을 공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 어느 쪽이나 사태를 정당히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없다.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김윤식, 한국 근대문학의 이해, 일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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