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도대체 책이 주는 고유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첫째, 책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해 주는 마력이 있다. 작년에 책 한 권만 달랑 들고 전남 보길도와 해남 대흥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 안내 및 그 곳 문화와 유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은 책이었는데 거기에 다녀오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책은 이처럼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아픈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책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다. 특히 어린시절의 책은 이러한 즐거움을 한껏 안겨준다. 나는 어려서《피터팬》에서 피터팬이 웬디에게 그림자를 뺏기는 대목을 보고 한참 동안 내 그림자를 분리시켜 보려고 애쓴 적이 있고《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무인도로 떠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울 만큼 허무맹랑한 생각을 갖기도 했었다. 상상은 우리에게 꿈을 갖게 해 주며 비록 그 꿈이 무산되더라도 그 때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수성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라는 책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책이다. 그 조그마한 행성에서 자리만 옮겨앉으면 얼마든지 내키는 대로 해지는 것을 구경할 수가 있단다. 참말 같은 거짓말인지 거짓말 같은 참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책 속에서 참으로 소중한 대목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산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책은 깨달음을 주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도마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본 어느 도시에서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살았던 자신의 집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벽을 뜯어내던 중 그는 아주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가 물건을 걸기 위해 박아 놓았던 못의 안쪽 벽(일본의 집은 벽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에 도마뱀 한 마리의 꼬리가 못에 찔린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랄 일은 그 도마뱀이 그 때까지도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 못을 박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 주인은 진상을 알기 위해 오랫동안 그 도마뱀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또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못에 박힌 채 살아 있는 도마뱀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감동을 준다.

우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할 때 즐거움을 맛본다. 책이 주는 즐거움도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부담감이나 고통이 아닌 오로지 즐거움만을 줄 수 있는 책 읽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두서없는 글을 끝맺고자 한다.



-김대경<독서새물결 소식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