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두

퀴즈식 독해력 강화 방법은 재미있게 퀴즈를 푸는 방식입니다. 글을 집중해서 꼼꼼하게 읽게 되고 어휘력과 함께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을 높여 독해력을 강화할 수 있지요. (이해하기 쉽게 몇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자세히 읽어보면 매우 쉽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맨 뒤의 연습문제부터 풀고 거꾸로 설명을 읽어도 괜찮습니다. )

1단계) 짧은 글 고르기 !
우선 짧은 글을 고릅니다. 200자 원고지로 길어야 10매를 넘지 않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내용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쉽게 흥미를 가질 만한 분야가 좋겠구요. 즉 너무 까다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진 긴 글은 피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글을 어디서 구하냐고요? 신문을 활용하면 됩니다. 일종의 신문활용교육(Newspaper In Education)이 되는데요. 신문 가운데서도 관심을 끌거나 흥미를 일으키는 칼럼을 고르면 좋습니다.

'칼럼은 어쩐지 싫은데…'하고 망설여진다면 신문사의 논설 위원들이 이름을 밝히며(또는 밝히지 않고) 서로 순서를 정해 쓰는 짧은 글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일보에는 '지평선'이 해당됩니다. 다른 신문들에서는 동아일보의 ' '이, 조선일보의 '만물상', 중앙일보의 '분수대' 등이 역시 이러한 종류의 글들입니다.

그래도 구하기 어려우면 조금 딱딱하지만 사설(社說)을 고르면 됩니다. 사설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과는 달리 사설의 경우 좋은 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시사적인 내용일 경우가 있고 시간에 쫓겨서 쓰는 글이다 보니 잘 쓰여진 명문이 드물다는 것이죠. 더구나 신문사의 시각을 외부에 알리는 글은 어느 경우 마치 거칠게 쓰여진 격문 같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 아래의 덧붙임 참조)

2단계) 글 읽고 5~6개 정도의 낱말에 밑줄 치기 !
이렇게 글을 골랐으면 일단 가볍게 다음과 같이 해 봅니다.
▶ 먼저 빠르게 글 전체를 읽어봅니다.
▶ 전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한마디로 정리해 봅니다.
▶ 핵심어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4~5개 정도의 낱말들에 밑줄을 치세요.

3단계) 문맥을 생각하며 낱말 퀴즈 만들기 !
이제부터가 퀴즈식 독해력 강화 방법의 핵심입니다. 이 방법은 자신이 직접 퀴즈를 내 보는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그저 푸는 대신에, 자신이 출제자가 되어 글을 꼼꼼히 읽으며 직접 퀴즈 형식의 문제를 내 보는 것이죠. 자, 다음과 같이 해 봅시다.
▶ 밑줄 그은 낱말들 가운데 문맥(=글의 앞 뒤 짜임새)에 의해 충분히 도출할 수 있겠다 싶은 낱말들을 고릅니다.
 ▶ 이제 과감하게 지웁니다. (검은 볼펜 등으로 새카많게 칠하면 됩니다. 아시죠? 글을 쓸 때 마음에 안 들면 검은 볼펜으로 북북 긋다가 나중에 다시 구멍이 날 때까지 검게 칠하잖아요~.)
▶ 지운 낱말들이 무엇이었는지 잊기 전에 적어 둡니다. (뒷면에 적거나 별도의 지면에 적어 둡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무 낱말이나 무조건 지우지 말고 어디까지나 문맥을 파악하면 도출할 수 있는 낱말을 지워야 합니다. 어처구니없이 쉽게 풀리거나 푸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는 내지 말아야 합니다.

4단계) 함께 퀴즈를 풀고 토론해 보기 !
이 방법의 효과를 100% 이상 얻으려면 반드시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번거롭고 당장 흥미를 느끼기가 힘들어서 웬만한 의지로는 힘들죠. 자,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다음과 같이 해 봅시다.
▶ 각자 출제한 퀴즈를 서로 바꿔서 풀어 봅니다.
▶ 답이 틀렸다면 문제를 낸 사람과 풀어 본 사람 가운데 누구의 잘못인지 서로 토론해 봅니다.
▶ 누구의 주장이 더 적절한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 봅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누가 잘못했는가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일 학교에서라면 선생님께서 판정해 주시면 됩니다.)

끝으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점들을 말씀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습문제와 덧붙이는 말도 꼭 보세요~.) 퀴즈식 독해력 강화방법은 지문을 읽고 스스로 퀴즈를 출제해 보며 풀어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경험한 적이 있지요? 남이 낸 문제를 풀다 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푸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뜻밖에 쉽게 이해되는 경우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 드린 방법은 자신이 퀴즈를 낸다고 생각하면서 좀더 높은 차원과 시각에서 글을 명료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약 15분에서 길게는 약 30분 정도면 충분히 글을 읽고 퀴즈를 서로 내고 풀어 보며 간단하게 토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서로 문제를 정성을 기울여 출제하고 진지하게 풀어 본다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형이나 누나, 부모님께 부탁해도 좋겠구요. 이때는 단계들을 적절하게 생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자, 매일 신문을 보면서 적절한 글을 골라 문제를 출제해서 친구와 함께 꾸준히 시도해 보세요. 하루에 1개씩 50일 정도만 계속하면 성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과자나 음료수 사기 식으로 흥미를 더하면 꾸준히 할 수 있겠죠 !


* 연습:
자, 다음 글에서 연습 삼아 몇 가지 낱말을 지웠습니다. 일단 직접 풀어 보세요. 그리고 앞서의 방식으로 직접 문제를 내고 친구에게 풀어 보라고 하세요~. 물론 친구에게도 출제를 부탁하구요.


        '인터넷 정치혁명'

인터넷 혁명은 정치에도 큰 ( )를 가져오고 있다. 인터넷 대중화에 따라 정부와 정당, 후보들의 정책과 정견이 빠르고 널리 전파된다. 또 유권자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연대해 정치적 견해와 요구를 개진하고 응답되는 양방향 대화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 한계가 극복되고 있다. 바야흐로 아테네식 직접 민주주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는 예언마저 나온다. 우리 사회도 겉보기에는 이 변화의 대세를 잰걸음으로 뒤쫓고 있다.
물론 성급한 기대를 탓하는 ( )도 많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하고, 그 척도인 투표참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는 미국의 96년 대선 투표율은 50%, 의회선거 투표율은 40% 선으로 떨어졌다. 서유럽은 물론 중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이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는커녕 실제와 다른 허상의 정치만 낳은 부작용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어쨌든 정치의 인터넷화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를 실험하는 단계까지 왔다. 인터넷 찬양론자들은 그동안 인터넷 투표로 국민의 선거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외쳤지만, 유권자 신원확인이 장애였다. 가짜 유권자가 혼자 수만 수십만 표를 클릭하거나, 미국 선거에 아프리카 네티즌이 끼어 들어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제를 해결한 ( )을 최근 각국에서 잇달아 개발, 실험하고 있다.
방법은 유권자들에게 고유한 디지털 서명을 나눠주고 인터넷으로 투표하게 한 뒤 선관위 서버에서 서명을 판독하는 것이다. 독일 오스나브뤼크 대학이 이미 자체개발기술로 학생의회 선거를 이렇게 치렀고, 미국 민주당이 다음달 애리조나 예비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인터넷투표를 실시한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는데, 우리 ( )는 어디로 갈지 걱정이다. 아무리 인터넷 혁명을 따라잡아 보았자 거기 올라갈 콘텐츠, 정치가 '자유당 때' 수준이면 무슨 소용이겠는가.(강병태 논설위원. 2000년 2월 29일 한국일보에서)


* 정답과 근거 해설
1) 변화(∵ 전파되고, 한계가 극복되고, 뒤쫓고와 같은 동사들을 묶어내는 낱말이다.)
2) 지적(∵ 문제 제기의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곧 지적이다.)
3) 기술(∵ '해결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독일/미국 등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소개하였다. 이 방법은 인터넷과 연관된 기술이다.)
4) 정치(∵ 시종일관 정치와 연관시켜 말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개탄이 마지막에 나타난다. 너무 쉽죠?!)


(* 덧붙임: 저는 가끔 사설과 칼럼을 각각 대공포와 미사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선 사설은 세상을 향해 무작정 마구 쏘아대는 대공포 같구요. 반면에 칼럼은 정교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표적물을 향해 쫓아가는 미사일 같구요. 대공포탄에 이름이 붙어 있지 않고 미사일에는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 것도 제가 사설과 칼럼으로 바꿔 생각하는 근거(?)가 됩니다. 다시 말해, 사설이 해당 신문의 제호 아래 필자를 숨기는 반면, 칼럼은 자신의 이름 아래 필자를 드러내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