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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끊임없는 지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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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책이 많다는 것은 탐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식을 제공받습니다. "
(나레이터)
장엄하게 서 있는 고궁을 찾아가면 옛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 흔적들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모여들면 역사가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내일의 역사가 될 것이니 우리들의 역사를 시로 노래하자. 만 명의 사람들을 불러모아 강물처럼 흐르게 하자. 작가 고은의 '만인보'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 안치되어 있는 신화 속의 영웅들에서부터 근 현대를 살아간 근현대사의 크고 작은 인생살이까지를 그려내는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문체로 그려내는 만인들의 호적부다.
오랜 풍파에 다듬어진 품계석 하나 하나에서도 선인들의 사연과 의미들을 찾아내기 위해 작가는 스쳐 지나가는 옷자락이나 머릿결하나도 소중히 보아오고 기억속에 짙게 남겨 왔었다. 86년 만인보 일 권이 처음 세상에 소개되고 난 뒤 12권이 나오기까지 11년이란 세월이 흘렸으며 12권의 만인보를 통해 작가는 1300여명을 노래한다.
가슴속에 남아있는 고향 사람들의 추억에서부터 역사적 인물들의 신화적인 삶까지 만인보에서 다루는 사람들은 역사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80년도 벽두에 작가 고은은 만인보의 연작을 구상하였고, 서시에서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세계를 형성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서 시 -
너와 나 사이 태어나는 순간이어
거기에 가장 먼 별이 뜬다.
부여땅 몇 천리 마한 쉰 네 나라 마을 마다 만남이여 그 일에 하나의 조국인 만남이여 이 오랜 땅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은 확대이다. 어느 누구도 저 혼자일수 없는 끝없는 삶의 행렬이여 내일이여. 오 사람은 사람속에서만 사람이다. 세계이다.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한 작가 고은은 1958년 현대문학에서 시 '봄밤의 말씀', '눈길' '천은사운' 등을 추천 받아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을 간행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100여 권에 가까운 시 소설 수필 등을 발표하고 있다.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문학을 통해 올바른 역사 의식을 펼치겠다는 작가관을 갖고 있다. 고은의 만인보는 그 방대한 양과 독특한 형식으로 세계 최초로 사람만을 노래한 시로 알려져 있다.
(백낙청 교수(문학평론가)의 논평)
만인보는 고은씨의 다양한 시세계 가운데서도 독특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고, 또 그 덩어리로서나 그 양으로 보나, 그 수준으로 보나 저는 최고의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시의 미덕 , 시집에서 한마디로 한다면 그 미덕이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소설 읽듯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시들이예요. 그것이 저는 개개인이 인상이 한 편 한 편 딱 두드러지게 한편의 시로 정리되면서 또 무슨 연작 단편이나 이런 것 읽듯이 쭉 이어진단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시집을 여러 권의 시집을 마치 우리가 재미있는 소설을 손에 잡으면 놓지 못하고 계속 읽듯이 이렇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레이터)
방대한 자료들을 모아 짧은 시로 다시 만들어 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과 정성은 신문이나 원고지를 간추려 놓은 매무새 하나 하나에서 엿볼 수 있다. 만인보에서 시인은 특정 사물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 숨쉬고 역동적으로 삶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시로 쓰고 있다. 심지어 신화 속에 존재하는 인물에게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만인 중의 하나로 노래하고 있다.
(리포터의 작가와의 인터뷰)
- 책이 너무 많아요. 하하하
- 네…
- 벽 끝까지 천장 끝까지 있어요
- 네 …
- 여기 말고 어디 또 있다고 하셨죠?
- 지하실에.…
- 지하실에도요?
- 서재가.…
- 지하실에도 책이 이렇게 많이 있어요?
- 거긴 좀 더…
- 더 많이 있어요?
- 어지럽죠.…
- 뭐 책이 많다고 하는 게 자랑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탐욕이기도 하지요.
- 그런 탐욕은 얼마나 훌륭한 거예요…
- 하지만 지식을 끊임없이 늘 제공받아야 되고 그러니까 책과 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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