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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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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독서의 즐거움이란 말을 쓰지만, 그것은 체험하지 못한 자에게는 표현조차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되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전개되는 그 오묘하고 무진한 세계에 넋을 잃고 도취될 때의 황홀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책, 더구나 문학 서적은 늘 처음이 문제다. 첫 몇 페이지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첫머리의 몇 페이지만 넘기게 되면, 사건은 신비스러운 복선을 깔고 주인공들은 살아서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우리는 때로는 감격에 겨운 눈을 들어 책을 덮고 멍하게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와 같은 상태를 헤르만 헤세는 “우주와 함께 진동하며, 몰시간적(沒時間的)인 세계와 함께 흔들리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독서를 통하여 이런 상태에 이르려면 정신의 진지한 태세와 집중이 필요하다. 흔히 독서를 심심풀이로 하려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책을 모독하는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쓰게 된 책을 어느 독자가 심심풀이의 대상으로 손에 들었다면 그 작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혹한 모독일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저속한 책이 많다. 흥미위주의 책이 없는 바도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심심풀이로 흥미위주의 책만 섭독(涉讀)하게 된다면 그는 활홀한 마음으로 진리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수 없으며, 팽창해 오는 삶의 행복된 의식을 맛볼 수 없을 것이며, 인격의 충실이나 정신적인 완성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책의 내용이 가지는 흥미는 흥미를 위한 흥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참되게 살려는 길을 추구하는 안타까운 갈구에 대한 응답으로서, 혹은 참된 지식을 희구하는 목마름에 대한 해갈로서, 진리를 찾으려는 애씀에 대한 광명으로서, 우리들의 마음을 감동과 충만으로 가득하게 하는 즐거움이다.
젊은 날에 우리가 독서에 몰두하여 손에서 책을 떼지 않고 밤을 새워가며 읽게 됨은, 헤세의 말을 그대로 옮겨 “우수한 사상가나 시인이 저술한 책을 이해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항상 하나의 실현이오 행복한 체험”인 것이다. 그것은 죽은 지식으로서가 아닌 생생한 의식과 이해에 관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박목월/'그대와 차 한잔을 나누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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