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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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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배(교사)
어느 문학가가 말하기를 봄이 붙는 말에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감돈다고 했다. 봄아지랭이, 봄비, 봄나물, 봄밤, 봄하늘, 봄바다, 봄바람, 봄나들이, 봄노래, 봄잔치, 봄놀이..... 이처럼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낸다.
사계절 가운데 여름은 더위에 짜증이 나고 가을은 쓸쓸하며 겨울은 황량하다고 한다. 그러나 봄은 누구나 좋아하고 봄소리만 들어도 사람마다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봄은 생명의 합창을 부르며 우리를 자연의 품으로 초대한다. 산을 하얗게 감싸던 눈은 소리 없이 녹아 흐르고 양지쪽 새싹은 돌돌 흐르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들으며 돋아 난다. 산비탈 위로 삐죽삐죽 솟아 나오는 미나리도 푸릇한 기운이 넘치고 길가의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도 물이 흐른다. 그러면 봄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한자 봄 '춘(春)'은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 나오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인데 이 글자에서 풀은 태양의 열에 의해 나온다는 옛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동양 문화에서 봄은 오행으로는 '목(木)', 방위로는 '동(東)'에 해당하며 오색 중에서는 청(靑)에 해당한다 하였다. 모든 풀과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햇볕이 따스해지며 만물이 소생함을 뜻하는 것이다.
기상의 변화에서도 봄을 예감할 수 있다. 봄에는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되고 그 일부가 분리되어 양쯔강을 중심으로 비교적 따뜻한 기단을 형성한다. 이것이 양쯔강 기단으로서 봄철에 우리 나라의 날씨를 지배하는 이동성 고기압이다. 이동성 고기압이 통과할 때에는 일조량이 증가하여 날씨가 맑고 기온이 올라간다. 간간이 시베리아 기단이 되살아나서 꽃샘 추위가 나타나지만, 다사로운 어머니의 손길처럼 불어오는 봄바람에 집집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방 안에서만 지내던 어린아이들은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두껍고 무거운 겨울 옷을 벗어 버림으로 마음마저 한결 가벼워 진다.
한편 봄은 시작의 계절이며 만남의 계절이다. 옛 소설<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나는 시기가 봄이고 그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계절 또한 봄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이나 <봄봄> 같은 작품에서도 만나서 인연을 맺는 시간적 배경은 항상 봄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은 홀연히 우리 곁에 자리하기 전에 봄맞이 준비를 서두르자.
겨우내 움추렸던 가슴을 활짝 열고 새로운 계절 봄에는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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