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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남을 한국의소설[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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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옥(교사)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이 시점에서 한 세기를 정리하는 의미있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한국일보에서는 작년에 21세기를 앞두고 신년 특별기획으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을 선정, 발표를 하였습니다. 즉 1901년부터 1999년까지 100년 사이에 발표된 한국인의 창작물 중 세기를 뛰어넘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문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을 분야별 전문가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에게 이런 청탁이 왔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읽은 수많은 작품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한국일보가 의뢰한 권위 있는 시인 소설가 문학 평론가 등 100명이 선정한 최고의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소설'은 바로 박경리씨의 '토지'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나 또한 권하고 싶은 딱 한 권의 소설, 내 딸에게 이것만은 읽히고 싶은 책, 그래서 아무런 갈등 없이 추천하고 싶은 책 -그것은 [토지]입니다.
[토지]는 1969년에 집필을 시작으로 1985년 8월 15일에 완결된 총 16권으로 25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완성된 이 작품 속에는 100명의 권위가들이 추천한 이유가 분명 여러분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 것입니다..
아름다운 섬진강을 끼고 도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중심으로 급한 여울의 물살처럼 숨가쁘게 펼쳐지는 구한말의 역사인 동학혁명, 한일합방, 의병, 간도로 이어지는 긴 유랑길, 그리고 민족 해방의 그날까지 엮어지는 역사적 격동기에 최참판 댁과 그를 둘러싼 친지와 소작인들의 땅에 대한 믿음과 전통적인 가치관등 민족의 총체적 삶의 모습이 구비구비 펼쳐지는 민족의 대서사시이고 역사이고 영화이며 철학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우리 할아버지의 모습을 만나보십시요.
땅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용이에게 운명처럼 떨쳐 버릴 수 없는 무당의 딸 월선과의 그 애틋한 사모의 정은 죽음 앞에서도 월선의 임종을 연기시켜버립니다. 그들의 사랑 앞에서 만남 100일을 자축할 만큼의 현대 젊은이의 사랑 방식이 너무도 초라해지고 무색해집니다. 그러나 해바라기처럼 평생을 서로의 가슴속에 그리움과 애틋함을 간직하며 살아온 월선이는 행복한 여자인지도 모릅니다. 사생아를 낳고 평생을 업이라 감수하며 살아가는 윤씨부인, 이상한 집념과 원한의 노예로 지리산을 헤매었던 치수, 신분상승의 욕망에 스러져야 했던 귀녀의 몸부림, 출생의 비밀과 형수를 사랑했던 지고지순한 구천이의 사랑과 독립군이라는 삶의 역정, 아편쟁이로 소리꾼으로 한많은 삶의 흔적을 강물에 띄운 봉순이, 역사 앞에서 무력한 한 지식인의 절망을 보여준 상현이, 치유할 수 없는 신분의 장벽에서 비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자리를 지키는 길상의 속내,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동물의 표본 같은 조준구의 비열한 삶이 주는 그 끝의 초라함, 끝내는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냉철하고 강인한 최서희의 삶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작품 속에서 문학이란 생활 속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삶의 양식을 담아내는 그릇임을 실감나게 해 주며, '가시리' '아리랑'에서 민족의 정한이라는 한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까지의 누적되어온 삶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임을 절절이 느끼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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