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벼슬자리에 오르게 된 책벌레

고구려 사람 을파소의 독서

을파소는 고구려 제9대 임금인 고국천왕 때 사람입니다. 고국천왕은 훌륭한 사람을 뽑아 나라 일을 시키려고 백성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누구를 뽑아야 이 나라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겠소?"

"네, 을파소를 뽑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을파소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왜 그렇소?"

"을파소는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해낼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을파소는 매우 부지런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할 것입니다."

"오, 그래요? 을파소가 그처럼 훌륭하단 말이오? 그렇다면 어서 가서 을파소를 만나보도록 합시다."

고국천왕은 즉시 을파소가 살고 있는 마을로 달려가 을파소를 만나 보았습니다. 과연 듣던 바와 같이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러 여기까지 왔소. 그대는 나라를 위해 일해 주시오."

"네, 저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만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나아가겠습니다."

"나라를 위해 먼저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해 보시오."

"네, 먼저 진대법을 만들어 각 지역에 창고를 세우고 곡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봄에 곡식이 귀하여 백성들이 굶주리면 그 곡식으로 백성들을 살리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두 번째는 전국 각지에 학교를 세우고 글을 가르쳐서 백성들을 깨우치겠습니다. 인재를 많이 기르지 않으면 나라의 힘을 크게 키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훌륭한 생각이오. 나는 그대에게 국상의 자리를 맡기려 하는데 어떻소?"

"국상이라면 신하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인지라 저에게는……."

"아니오. 그만한 일을 하려면 국상이어야 할 수 있소. 국상은 나를 대신하여 나라 전체를 두루 보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니 그만큼 나라의 일을 많이 할 수 있소."

고국천왕은 마침내 을파소를 국상으로 뽑았습니다. 그러자 많은 신하들이 반대를 하였습니다.

"안 됩니다. 그 자리는 너무 높은 자리입니다."

그러나 고국천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을파소는 훌륭한 사람이오."

국상이 된 을파소는 곧 진대법을 실시하여 백성들을 구하고, 학교를 세워 나라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반대를 하던 신하들도 을파소의 훌륭함에 감동하였습니다.

하지만 벼슬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을파소는 매우 가난하여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는 좌물촌이라는 작은 고을에서 부인과 함께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가난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시간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이웃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말 착한 사람이야. 책을 읽어 알게 된 것을 우리들에게 나누어주다니!"

사람들은 점점 을파소를 칭찬하게 되었습니다.

"책벌레 을파소는 매우 지혜로운 사람이지."

"암, 아는 것도 많지만 이웃을 위하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지."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을파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곤 하였습니다.

"을파소에게 물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풀 수가 있다네."

사람들은 을파소를 우러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을파소의 부인은 불만이었습니다. 그것은 가끔씩 을파소가 너무 열심히 책을 읽느라 집안일을 깜박 잊어버릴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멍석에 널어놓은 보리가 죄다 떠내려가도록 모르고 있었단 말이에요?"

"허허, 미안하오. 잠시 책을 읽다 보니 비가 오는 것도 몰랐구려."

"뭐라고요?"

을파소의 부인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을파소는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입니다. 을파소는 책을 통해 얻은 지혜로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린 우리 나라의 위인입니다.

심후섭 엮음 /독서동기 형성 유발 자료집 /'소의 뿔에 책을 걸고' 중에서 발췌